임종한 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과장·다지사 공동운영위원장

[#사진1] 산업의 발달은 우리에게 환경오염이라는 피할 수 없는 과제를 안겨줬다. 최근 삶의 질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고 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면서 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에 따라 환경권과 관련된 분쟁이 다양해졌으며 관련 법률이 끊임없이 생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이는 성인만을 기준으로 설정된 것은 아니었을까. 이에 어린이 환경권보호를 위한 사회적·제도적 개선과제를 제시한 인하대병원의 임종한 산업의학과 과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어린아이들은 작은 어른이 아닙니다. 어린이에게 맞는 환경권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경우 환경의 질이 저하되면 면역력이 약해져 감염성 질환이 많아지게 된다. 실제로 습성 및 만성 감염질환은 매년 300만 명의 조기사망을 불러오고 있다는 임 과장의 설명을 들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화학물질은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는 데 여러 면에서 도움을 주지만,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 바로 식품오염 등을 통해 유입되는 화학물질입니다.” 식품에 의한 피해는 식품에 포함된 식품첨가물·트랜스지방·농약 등의 잔류성 화합물질 등에 의한 것이 대부분인데 납과 중금속, 살충제와 같은 신경독성물질, 미세분진과 같은 호흡기독성물질 등은 어른들보다 어린이들에게서 흡수가 더 잘된다는 것. 실제 WHO 조사에 따르면 화학물질관리, 중독성질환으로 매년 3만5000명의 아이들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저체중으로 출생한 아이는 대사증후군 발생 확률이 높다고 한다. 강동성심병원 황일태 교수팀이 저체중 아이 65명을 대상으로 대상증후군을 조사한 결과 청소년 61.3%(14~17세)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이 오염물질에 취약한 이유에 대해 임 과장은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체중에 비해 빠르게 숨쉬고, 많이 먹고 마시기 때문에 오염된 대기·음식·물에 노출될 경우 화학물질에 더 많이 감염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어린아이들이 오염에 노출되는 것은 임신에서부터다. 이는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진행되기 때문에 화학물질로부터 그들의 몸을 보호해야 한다. 특히 0~4세의 경우 독성물질에 중독되면 배출이 안 되기 때문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한다.

“선진국에서는 독성관리센터(PCC·Poisoning Control Center)를 두고 아이들의 중독사례를 파악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제품의 생산을 전면 금지시키고 있다”는 임 과장의 말처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어린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2차 지구정상회의에서는 2015년까지 5세 이하의 어린이 사망률을 2000년 대비 3분의 2로 줄일 것을 약속했으며, 2002년에는 신체환경과 어린이 권리에 대한 UN 협약을 만들었다. 선진국이 아이들의 화학물질 중독성 질환에 주목하는 이유는 미래의 사회적·경제적인 비용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화학물질에 노출될 경우 의료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부모가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질환·장애·사망이 가족과 지역사회에 정서적인 희생을 가져와 아이들 질병이 많은 국가일수록 건설적인 사회를 만들어내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아동 질환에 대한 국내의 관심은 후진국 수준입니다. 때문에 아이들에 대한 피해·중독 등에 대한 위험고시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피해사례에 대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의 환경권 순위가 세계 10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는 말과 함께 임 과장은 아쉬움을 표했다.

임 과장은 어린이들에 대한 화학물질의 위험을 줄이는 방안으로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유해화학물질에 폭로를 줄이는 활동을 전개하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감시를 받을 것. 둘째, 어린아이들이 오염에 취약한 이유를 교육을 통해 정부·의료전문가·부모 등에게 알릴 것. 셋째, 모든 영역에서 예방에 대한 지침과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활동을 구체적으로 문서화할 것. 넷째, 어린이 환경에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예방적인 법과 정책을 만들고 이를 실행할 것 등이 그것이다.

‘어린이 건강보건과’와 같은 전문 부서가 신설돼야 한다고 어린이 환경권에 대한 비전을 밝힌 임 과장은 “지금은 힘든 얘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민간단체를 통한 시민들의 활동이 우선적으로 활성화돼 정부가 어린이 건강에 관심을 가지도록 촉구해야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어린이는 한 국가의 미래다. 미래를 짊어질 다음 세대의 건강을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에 밝은 미래가 찾아올 리 없다. 어린이가 추구해야 할 환경권에 대한 관심과 보장이 뒤따라야 할 때다.

<권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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