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사람, 인간과 비인간을 아우르는 대안적 시스템 모색

지구법학 /사진제공=문학과지성사
지구법학 /사진제공=문학과지성사

[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인간이 아니라 자연에도 법적 권리가 있는가.”

재단법인 지구와사람이 지구 생명체들에 인격을 부여하기 위한 법학을 학문적으로 정의한 책 ‘지구법학-자연의 권리선언과 정치 참여’(지구법학회 지음, 김왕배 엮음)를 최근 펴냈다.

지구법학이란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 생태계, 자연까지 법적 주체로 삼는 법사상 혹은 법체계의 학문이다. 즉 인간이나 기업, 선박 등에만 주어지던 법인격이 자연에도 주어진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지 철학적 논의를 펼쳐 보이는 한편, 석호나 국립공원처럼 구체적 대상을 생태법인으로 지정하는 등 실정법 차원의 실천 행위까지 포함한다.

지구법학의 핵심 전제는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이 그 자체로 존엄성과 권리는 갖는 것이다. 나무와 돌고래, 숲, 강 등 비인간적인 존재도 지구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의사결정에 참여시키기 위한 철학과 방법론을 제시한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지구 곳곳에서 감지되는 기후위기와 ‘여섯번째 대멸종’의 원인이 무분별한 인간 활동에 있다는 위기의식과 더불어,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망이 더욱더 촘촘해지고 있다는 신유물론적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이렇게 인류세에 접어들어 인간중심주의를 반성하고,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을 해체하면서 비인간의 행위주체성에 주목하는 경향은 인문학과 사회학, 정치학, 법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은 아직 우리에게 낯선 지구법학의 사상적 내용을 개괄하고, 지구법학적 관점을 요청하는 한국 사회의 여러 단면을 살펴본다.

나아가 비인간 생명이 정치에 참여하는 정치체제인 ‘바이오크라시(biocracy)’, 사유재산권 제도의 대안으로서 인간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동등하게 돌보는 공동의 것인 ‘코먼스(commons)’ 등 사회를 생태적으로 재구성하는 사회과학적 상상력을 담아낸다.

이 책은 지구법학을 헌법학, 법철학, 정치학, 사회학, 정치생태학 등 다양한 학문적 배경에서 논한 10편의 글을 사회학자인 김왕배 연세대 교수가 엮은 모음집이다.

저자들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이사장을 맡은 재단법인 지구와사람 산하 연구단체인 지구법학회 소속으로, 지구법학의 국내 소개를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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