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령 기준치 최대 1.7배 초과‧‧‧ 식수원 본류 물 관리가 우선
소독부산물 저감 등 수돗물 안전성 확보 위한 기술·정책 투자 필요

국회물포럼, 국가물관리위원회, 대한상하수도학회 주최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 건강 확보를 위한 수돗물 내 소독부산물 현황 및 수질 개선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인성 기자
국회물포럼, 국가물관리위원회, 대한상하수도학회 주최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 건강 확보를 위한 수돗물 내 소독부산물 현황 및 수질 개선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인성 기자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최근 낙동강 지역을 중심으로 수돗물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트리할로메탄 소독부산물이 먹는물 수질기준 이상으로 검출된 사건이 발생해 다시금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소독부산물은 수돗물을 이용하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관리돼야 하는 수질 항목이다. 이번에 검출된 총트리할로메탄(THMs)은 안전한 수돗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염소로 인해 발생되는 부산물이다.

특히 취수원의 자연유기물 농도 증가,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 전구물질인 유기물관리 부재, 관망에서의 생성반응 등으로 인해 수질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물환경학회‧대한상하수도학회 공동포럼은 지난 8월과 9월 대구와 경북 고령군 수돗물에서 THMs 농도를 측정한 결과, 기준치 0.1mg/L를 최대 1.7배까지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대구와 고령군 수돗물에 THMs 검출 문제가 지적됐으나, 그 당시 정부는 수도사업자인 대구시와 고령군이 실시한 수질검사 결과에서는 “총트리할로메탄이 초과한 사례는 없다”고 대답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대구와 고령군을 비롯해 강원도 인제군 용대정수장으로부터 공급받은 관말(수도꼭지) 수질을 검사한 결과 THMs 0.151mg/L가 확인됐으며, 기타 지역의 관말 역시 0.09mg/L로 기준치 0.1mg/L에 가까운 수치가 대부분으로 밝혀졌다.

“식수원인 본류의 물부터 깨끗이 관리해야”

5일 국회서 열린 ‘국회물포럼 제25차 토론회’에서 이수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은 “수돗물에서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식수원인 본류의 물을 깨끗이 관리해야 한다”며 그러나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녹조 때문에 4대강 수질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낙동강에서 측정한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은 최대 8600~1만6952ppb로 USEPA(미국 환경보호국) 물놀이 금지 기준의 1075~2119배에 이른다. 또한 낙동강 주변 농수산물에서는 에어로졸 형태의 마이크로시스틴 등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

이수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은 “수돗물에서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식수원인 본류의 물을 깨끗이 관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이수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은 “수돗물에서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식수원인 본류의 물을 깨끗이 관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상하수도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핵심 물 인프라’라고 강조한 대한상하수도학회 김건하 회장은 “최근 발생한 소독부산물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고품질의 물을 공급받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얼마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국내 수돗물 관리체계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후위기 시대, 기온 상승은 먹는물 수질 영향에 많은 영향을 준다. 높은 기온은 물속에서 미생물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이는 수돗물의 미생물 오염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이에 따른 건강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높은 온도는 염소의 분해를 가속화시킬 수 있어 수돗물의 소독 효과가 감소할 수 있으며, 먹는물에서의 잔류염소 유지를 위해 주입농도가 증가된다. 아울러 THMs 전구물질로 알려진 자연유기물이 증가하며, 기온으로 인한 염소의 반응속도 증가와 동시에 자연유기물과 반응해 총트리할로메탄 증가, 여름철 자연유기물 농도 증가의 요인이 된다.

맹승규 세종대 교수는 “우리나라 첫 THMs 사고 발표는 1989년으로, 지난 34년 동안 지속된 문제라 추측된다”며 “여름철 일부 급수지역에서는 기준치가 초과되는 먹는물이 공급되지 않았을까 의심되며 이에 따른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한상하수도학회 김건하 회장은 “국내 수돗물 관리체계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환경일보DB
대한상하수도학회 김건하 회장은 “국내 수돗물 관리체계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환경일보DB

여름철 THMs 취약한 급수지역 파악 시급

이어 맹 교수는 “TOC(총유기탄소) 기준 원수 자연유기물 농도가 높은 경우 급수지역에서의 여름철 THMs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여름철 THMs로부터 취약한 급수지역을 선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개선이 시급한 지역의 파악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THMs 농도가 높은 물에 노출된 집단에서 방광암 발생이 통계적으로 높은 것이 여러 역학 조사에서 보고된다. 하지만 상관관계는 약하고 불확실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윤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수돗물 트리할로메탄과 방광암 증가의 역학 관계에 근거한 소독부산물 수질기준도 준수돼야 한다”며 “수돗물 안전성 측면에서 미량오염물질 및 소독부산물의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미량오염무질 제거를 위한 산화, 흡착, 막여과 등 고도처리 적용은 유기물 변환·제거에도 기여할 수 있으므로 “수돗물 소독부산물 저감을 위한 윈윈 전략”이라며 “독성을 고려한 수돗물 위해성 평가 측면에서 주요 독성 유발물질 규명과 다중방어 전략을 통한 수돗물 안전성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기술적·정책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윤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수돗물 트리할로메탄과 방광암 증가의 역학 관계에 근거한 소독부산물 수질기준도 준수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이윤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수돗물 트리할로메탄과 방광암 증가의 역학 관계에 근거한 소독부산물 수질기준도 준수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서울시, 전오존공정 도입 및 시범 추진 예정

서울시의 경우 먹는 물 수질기준에는 적합하나, 최근 하절기 수온 상승과 염소 사용량의 증가로 소독부산물 중 THMs의 경우 증가 현상이 관찰된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조우현 서울시 상수도연구원 과장은 “향후 소독부산물을 더욱 저감하기 위해 전염소를 대체하기 위한 전오존공정 도입을 계획하고 있으며, 우선 광암정수센터부터 시범 도입(2025년)해 효과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최종 소독공정인 후염소 주입을 통해 소독부산물의 증가는 미미한 수준으로, 후염소 투입량을 낮추기보다는 정밀 조절함으로써 수도꼭지 잔류염소 0.1~0.3mg/L로 안정적으로 유지해 염소 냄새 없는 맛있는 수돗물을 시민에게 공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상수도 소독부산물 저감 및 대응 노력을 위해 한승철 K-water 수도관리처 부장은 25℃ 이상의 고수온에는 THMs 증가 우려가 있어 ‘모니터링 강화’를 강조하며 “정수 THMs가 수질기준에 근접할 경우 공급 과정을 고려해 저감 방안과 배수지 및 수용가 도달 시간 감소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향후 추진 방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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