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량 기여도 1위는 21.39% 중국, 2위는 18.94% 미국

기후위기에 대한 한국의 책임은 총 517조770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에 대한 한국의 책임은 총 517조770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일보] 12일(현지시각) 종료를 앞두고 있는 COP28(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 문구가 최종합의문의 초안에 빠진 것이 알려져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이윤을 벌어들인 기업과 이런 메커니즘을 뒷받침한 정부의 책임 가운데 한국의 부분을 계산한 브리프를 이날 발간했다.

기후위기 책임 정량화의 획기적인 연구로 평가받는 논문의 방법론을 한국 배출량 데이터에 적용한 결과, 기후위기에 대한 한국의 책임은 총 517조770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업이 치러야 할 배상액을 계산한 결과 자회사가 2~5위에 포진한 한국전력(한전)이 종합적으로 총 174조원이란 최대 책임을, 개별 기업으로는 포스코가 64조원 가량으로 가장 큰 ‘기후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솔루션은 브리프 ‘기후위기 피해에 대한 대한민국의 책임: GDP 손실액에 대한 부채액 산정을 중심으로’를 이날 발간했다.

브리프는 ‘One Earth’ 학술지에 기재된 마르코 그라소(Marco Grasso)와 리처드 히드(Richard Heede)의 ‘대가를 치를 때: 화석 연료 기업의 기후 피해에 대한 배상(Time to pay the piper: Fossil fuel companies' reparations for climate damages)’ 논문의 방법론을 따라 국가와 기업의 기후위기 배상액을 구했다.

세계 기후 악화의 원인이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에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 책임은 화석연료를 추출한 기업, 이를 태워 사업을 벌인 기업, 그리고 이런 메커니즘을 용인한 정책결정자(정부) 등 3개 그룹이 동등하게 진다고 가정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은 총 70조 달러(약 9경2085조원)로 추산됐으며, 따라서 3개 그룹은 각각 약 23조 달러의 책임을 진다.

브리프는 이를 바탕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한국 정부와 기업의 배출량을 기준으로 이들의 배상액을 가늠해 보았다.

즉, 어떤 국가가 전체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10%를 배출했다면 총 책임액 23조 달러 가운데 10%인 2.3조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식으로 계산한 것이다.

단, 이런 기후 배상의 수치화는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기 전으로, 이는 탐색적인 연구이며 여기서 도출한 숫자는 보다 엄밀한 후속 연구를 위한 기초가 되는 숫자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우선 한국 정부의 책임 경우 한국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가 산출된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시기를 기준으로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의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의 배출 비중을 구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부채액을 산정했다.

대한민국은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총 1만5466 MtCO₂e(이산화탄소환산 백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이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7%에 해당하는 규모로 세계 9위에 달한다.

1위는 배출량 기여도 21.39%인 중국, 2위는 기여도 18.94%의 미국, 3위는 기여도 5.65%의 러시아였다.

뒤를 이어 4위는 기여도 4.82%인 인도, 5위는 배출량 4.16%는 일본, 6위는 기여도 2.95%의 독일, 7위는 기여도 1.85%의 캐나다, 8위는 기여도 1.76%인 영국 등이었다. 9위 한국 뒤로는 이란이 10위를 차지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위 국가의 기후위기 기여도에 따른 재정적 책임 환산 결과표 /자료제공=기후솔루션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위 국가의 기후위기 기여도에 따른 재정적 책임 환산 결과표 /자료제공=기후솔루션

이를 배상금으로 환산하면 한국은 약 517조7704억원의 부채를 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기후변화의 고통을 겪고 있는 세계 나라와 공동체에 2025~2050년 매년 평균 약 20조원(19조9100억원) 가까운 배상액을 내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액수도 보수적으로 잡은 숫자이다.

논문은 역사적으로 화석연료를 내뿜어 현재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선진국은 배출량의 책임을 온전히 지지만, 개발도상국의 경우 50% 감축하는 게 맞다고 봤는데, 이런 관점에 따라 현재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가의 책임을 경감하면 세계 13위 경제규모의 국가인 한국의 부채액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0.57% 기여

같은 방법론을 적용해 한국에서 가장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10대 기업의 책임액을 계산했다.

기업의 경우, 개별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알 수 있는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NGMS) 데이터가 도입된 2011년부터 2020년 10년 간의 배출량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 결과 세계 기업의 부채액 23조 달러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총 278조6073억원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6367MtCO₂로 한국전력 및 대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대한민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량 기여도의 경우 ▷1위는 포스코로 0.21%를 기여했고 ▷2위 한국남동발전(0.15%) ▷3위 한국동서발전(0.11) ▷4위 한국남부발전(0.10%) ▷5위 한국중부발전(0.10%) ▷6위 한국서부발전(0.10%) ▷7위 현대제철(0.06%) ▷8위 포스코에너지(0.03%) ▷9위 S-Oil(0.02%) ▷10위 삼성전자(0.02%) 순이다.

상위 10개 기업 온실가스 배출량 및 재정적 책임 금액(한국전력 포함) /자료제공=기후솔루션
상위 10개 기업 온실가스 배출량 및 재정적 책임 금액(한국전력 포함) /자료제공=기후솔루션

이 가운데 2~6위인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등은 한전의 자회사로, 이 5개 발전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통틀어 한전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볼 수 있다.

5개 자회사를 묶어 계산해 보면, 한전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0.57%를 기여했으며, 대한민국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약 32%를 차지했다. 부채액으로 환산해 보면, 약 174조9504억원의 책임이 있다.

개별 기업 단위로 보았을 때 ▷1위인 포스코는 약 64조1882억원의 부채액이 있으며 ▷현대제철은 약 17조7748억원 ▷포스코에너지 약 8조4574억원 ▷S-Oil 7조 100억원 ▷삼성전자 6조9587억원의 부채액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을 제외한 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개 기업을 산출해 본 결과 6위 지에스칼텍스, 엘지화학, 쌍용양회공업, 에스케이에너지, 현대그린파업가 추가됐다. 상위 10개 기업 모두 정유회사와 화석연료 기업임을 알 수 있다.

상위권 자회사의 배출 규모를 합칠 경우 압도적인 비중의 책임을 지는 한국전력의 경우 총 약 174조9504억원의 기후 부채를 안고 있다.

개별 기업 기준에서 1위인 한국의 대표 철강회사 포스코는 64조1882억원가량의 부채를 진다. 책임 상위 기업들의 구성을 보면 한국의 기후위기 악화에 가장 큰 책임을 지면서, 빠른 변화가 필요한 산업 부문이 어디인지도 윤곽이 나타난다.

여전히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 발전을 중심으로 하는 한전과 석탄 고로 철강 생산 중심의 포스코, 현대제철 등이 가장 큰 책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한국의 산업 발전에 말 그대로 동력과 자재를 제공했지만,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기후위기에 가장 큰 책임을 지는 주체이기도 한 것이다.

한국전력 제외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개 기업(한국전력 제외) /자료제공=기후술루션
한국전력 제외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개 기업(한국전력 제외) /자료제공=기후술루션

전 아일랜드 대통령이자 유엔 기후변화 특사인 메리 로빈슨은 COP28에서 기후솔루션과 만나 본 브리프에 대해 “손실과 피해를 해결하는 것은 취약한 지역사회에 기후변화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파괴를 인식하고 바로잡는 데 매우 중요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는 이에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전 세계 기후 피해에 대한 기여도를 명확하게 측정하지 않는다면 기여도가 모호해 책임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손실과 피해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긍정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으로 도출한 한국 정부와 기업의 책임액은 앞으로 전개될 기후로 인한 손실과 피해에 대한 논의의 단초라 할 수 있다.

탐색적 연구의 특성상 실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고, 구체적인 배상의 집행과 운용 방식, 경제적 파장 등은 다루지 않은 탓이다.

이를 어떻게 구체적인 행동과 연결시킬 것인지는 이번 COP28에서 첫 결실을 맺은 ‘손실과 피해’ 기금 참여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또 해외 가스전 개발 등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공적 금융을 중단하는 것 역시 방법이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과거 한국은 경제적 후진국이었고, 선진국으로 진입한 뒤에도 개발도상국에 대한 ODA(경제발전·사회발전·복지증진 등을 주목적으로 하는 원조)를 많이 해온 국가는 아니다. 그러나 기후위기 상황에 얼마나 큰 책임을 지고 있는지 분석한 이번 결과에서 보듯이, 지금까지 생각해 온 이상의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해 운영한 경험이 있다. COP28에서 출범한 손실과 피해 기금 논의에도 보다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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