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의장 “화석연료 퇴출 과학적 근거 없다” 망언

[환경일보]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 COP28이 중동의 산유국 UAE에서 열렸다. 지난해 COP27이 아프리카 몫으로 이집트에서 열린 데 이어 아시아 몫의 총회 역시 근처 중동에서 열리는 데다, 개최국인 UAE가 COP28 의장으로 술탄 알자비르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회장을 지명하면서 시작 전부터 삐걱거렸다.

비영리단체 글로벌위트니스의 앨리스 해리슨은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회담에 무기거래상을 참여시킬 수 없다”면서 “석유기업 경영자가 기후회담을 이끌도록 왜 내버려 둘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같은 비판은 기우가 아니었다. 지난달 21일 한 온라인 생중계 행사에서 화석연료 퇴출에 대한 생각을 묻는 메리 로빈슨 전 유엔 기후변화 특사의 질문에 자비르 의장 CO28 의장은 “(지구 온도 1.5℃ 상승 제한을 위해) 화석연료를 퇴출해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짜증스럽게 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당사국총회는 지지부진했고,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공동선언문에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 대신 ‘소비와 생산 축소’(reduce)라는 문구로 합의문 초안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또한 2050년 넷제로 역시 ‘달성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애초에 중동의 산유국 중 하나인 UAE에서 화석연료 사용 감축 논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에러였다.

또한 종종 잊고 있지만, 미국 역시 셰일 혁명에 힘입은 세계 최대의 기름 생산국이다. 게다가 미국은 내년에 대선을 앞두고 있다.

미국은 화석연료를 사용한 공업지대가 쇠퇴하면서 러스트 벨트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이었던 가난한 노동자들의 불만을 제대로 저격한 트럼프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당선의 1등 공신이 됐다.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으로서는 이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러스트 밸트 노동자들을 위한 화석연료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석유생산이 줄어드는 것은 사우디 등의 산유국들이 기름값을 올리기 위해 감축할 때 가능했다. 그렇게 석유생산이 줄어들면,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위해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석유 생산량을 늘리거나 비축유를 풀어서 석유사용량을 다시 늘려놓는다.

200여개 나라의 대표들과 전문가들이 논의를 거듭하고, 전 세계 시민들에게 지구의 미래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을 호소해도, 석유부자들의 손가락질 몇 번에 석유는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펑펑 솟아나고 있다. 산업화 이래 화석연료 사용량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온실가스 배출량과 농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를 통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까? 이대로 기후변화총회가 성과 없이 계속된다면 석유 재벌들의 사교모임으로 전락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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