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노력만으로는 불가능, 생산자의 구체적 감축전략 필요

[환경일보] 유리병재사용시민연대가 14일 롯데칠성 본사 앞에서 롯데칠성의 재사용 목표 선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탄소중립 및 탈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용기를 재사용 용기로 전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재사용은 현재 맥주‧소주‧음료병에 한해서 빈용기 보증금제를 통해 재사용하고 있을 뿐, 더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코카콜라가 2018년부터 브라질에서 표준 용기를 출시해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등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서 재사용하고 있다.

코카콜라사는 2030년까지 자사 음료 제품의 최소 25%를 재사용 용기에 담아 판매하고 용기를 회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모든 유럽연합 회원국에 적용되는 포장 및 포장재 폐기물 지침 개정안(PPWR· 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Regulation)에서 2030년까지 20%, 2040년까지 80%까지 재사용 용기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유리병재사용시민연대가 14일 롯데칠성 본사 앞에서 롯데칠성의 재사용 목표 선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제공=서울환경연합
유리병재사용시민연대가 14일 롯데칠성 본사 앞에서 롯데칠성의 재사용 목표 선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제공=서울환경연합

'유리병이 재사용에 가장 적합'

성예람 알맹상점 캠페이너는 유리병재사용시민연대가 지난 10월23일부터 31일까지 9일간 ‘재사용 탐정단’을 모집해 조사한 재사용에 대한 시민 인식과 재사용 여부를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유리병 제품 구매가 가장 많은 품목은 파스타, 굴소스, 불고기 양념 등의 소스류로 28.6%를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 잼과 스프레드 류가 21.2%, 음료가 18.2%로 많았다.

선호하는 용기 재질은 ▷유리 ▷종이 ▷금속 ▷비닐 ▷플라스틱으로, 유리병을 가장 선호했으며 플라스틱 용기 선호가 가장 낮았다.

그 이유로는 ▷‘재활용이 잘 될 거 같아서’(56.9%, 41명)에 이어 ▷‘플라스틱 오염과 미세 플라스틱이 걱정돼서’(36.1%, 26명)를 들었다.

또한 약 95%의 응답자가 ‘유리병이 재사용에 적합한 품목’이라고 생각하며, 재사용 유리병 도입 시 그 제품을 우선 구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97.2%였다.

재활용과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제품 용기 구입 시 친환경 소비자 선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비닐‧플라스틱 포장재 배출 1위 ‘롯데칠성’

롯데칠성은 음료류 중 비닐, 플라스틱 포장재를 배출한 1위 기업이다. 비닐, 플라스틱 포장이 재사용 유리병으로 전환되고, 재사용 시스템이 마련되어 세척 과정을 거쳐 몇 번이고 동일한 제품을 담아 판매된다면 재사용 사회로의, 자원순환 사회로의 전환에 속히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성예람 알맹상점 캠페이너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재사용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그린 워싱이 아닌 진정한 ESG 경영의 선두 주자가 될 수 있는 기회”라며 기업들의 재사용 목표 선언을 촉구했다.

모니터링에 참여한 시민인 김은영씨는 “마트에서 구입한 식품 유리병은 그냥 버리기는 아까워 몇 개는 집에서 사용하다가 버리지만 대부분 깨끗이 씻어 집 앞 분리배출장에 내놓고 있습니다. 분리배출장에 내놓은 유리병도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제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유리용기를 선호하는 이유는 플라스틱보다 훨씬 안전한 포장재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재활용율도 낮고 재사용도 되지 않는다면 일회용 유리병이나 다름 없습니다. 나와 가족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일회용 유리병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유리병 재사용을 원합니다”며 소비자들이 열심히 분리배출을 실천하는 것처럼 정부와 기업 또한 1회용 포장재 문제를 해결하고, 재사용 포장재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다음으로는 허혜윤 서울환경연합 활동가가 지난 11월 환경부와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유리병 재사용 계획이 있는지 질의하는 질의서의 답변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부의 경우 지난 11월13일, 유리병 재사용 확대를 요구하는 6040명 시민들의 서명과 용기 재사용 목표를 설정하고, 용기 재사용 체계를 마련하라는 요구안을 우편으로 전달했다. 이에 오늘 12월14일, 한 달이 지났음에도 환경부로부터는 아직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유리병재사용시민연대가 14일 롯데칠성 본사 앞에서 롯데칠성의 재사용 목표 선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제공=서울환경연합
유리병재사용시민연대가 14일 롯데칠성 본사 앞에서 롯데칠성의 재사용 목표 선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제공=서울환경연합

구체적인 재사용 계획도 없는 식음료 기업들

지난 11월29일 ‘시민 유리병 재사용 탐정단’ 조사 결과로 발표한 시민들이 많이 사용한 상위 10위 식음료 기업에게 질의서를 보냈다.

그 결과 광동제약, CJ, 농심, 오뚜기, 롯데칠성, 샘표, 코카콜라 순으로 총 7개 기업의 답변이 왔으며, 그 외 대상 복음자리, 청정원, 신세계 이마트 기업 3곳은 답변조차 없었다.

그 중 유리병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다면 재사용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7개 기업 중 구체적인 재사용 계획을 밝힌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국내 코카콜라와 롯데칠성은 “주류와 일부 음료병에 한해 빈용기보증금제도를 이행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재사용 계획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국내 코카콜라는 “일부 유리병 제품은 당사 생산시설이 아니라 외부를 통해 생산 및 공급 받고 있어 현실적으로 제약이 있다“며 추가적인 재사용 계획이 없을 밝혔다.

오뚜기와 광동제약, 농심은 “재사용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으며, 마지막으로 CJ와 샘표의 경우 “재사용을 위한 환경이 마련된다면 적극적으로 재사용 계획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의 답변을 주었다.

특히 공통적으로는 코카콜라, CJ, 농심, 샘표, 오뚜기 5개 기업은 “유리병이 만들어지고, 재사용 과정에서 운송과 세척 등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을 고려할 때, 더 나아가 파손으로 인한 자원 손실과 소비자의 섭취 위험성을 고려했을 때 유리병이 환경친화적이라는 근거가 마련되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에 손세라 Reloop 연구원은 기업들의 답변에 “재활용과 재사용을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유리병을 파쇄해서 녹여서 새 유리병으로 만드는 것은 재사용이 아닌 재활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리병의 재사용은 말 그대로 유리병을 깨끗하게 소독하고 세척해서 다시 사용하는 것이고, 유리병 재사용의 환경적 이점은 유노미아, 제로웨이스트유럽, 리루프 등 여러 공신력 있는 연구에서 입증된 바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유리병을 한번만 재사용 하는 경우에도, 재사용하지 않는 일회용 유리병에 비해, 탄소배출이 40%가 감소하며, 다섯번을 재사용하는 경우 탄소배출량은 85%나 절감된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유리병 재사용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사진제공=서울환경연합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유리병 재사용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사진제공=서울환경연합

다섯번 재사용하면 탄소배출 85% 절감

손 연구원은 “운송 역시 탄소배출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고, 유리병은 무게 때문에 운송시 탄소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맞지만, 1340㎞의 장거리 사례 연구에서도, 유리병의 경우에는 운송보다 생산단계에서 탄소배출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서울-부산 거리가 400㎞ 남짓인 대한민국에서 운송시 탄소배출을 이유로 유리병을 재사용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줄리안 리오나르도 퀸타르트 컵가디언즈 캠페이너는 “벨기에는 마트에서도 물병을 다시 돌렸을 때 돈을 돌려받았던 그 즐거움이 정말로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당연히 유럽이 다 그렇게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프랑스의 경우, 일회용 사용하고, 유리 다시 녹여서 사용하는 재활용 방안을 선택했다. 그러나 프랑스도 지금은 잘못을 깨닫고 2년 뒤 다시 10% 정도의 유리병은 다시 재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법안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에서도 다른 나라들 처럼 보다 빨리 2027년도 내년, 내후년까지 10%라도 재사용 할 수 있는 법안과 로드맵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줄리안 리오나르도 퀸타르트 컵가디언즈 캠페이너는 “대한민국에서도 다른 나라들 처럼 보다 빨리 2027년도 내년, 내후년까지 10%라도 재사용 할 수 있는 법안과 로드맵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사진제공=서울환경연합
줄리안 리오나르도 퀸타르트 컵가디언즈 캠페이너는 “대한민국에서도 다른 나라들 처럼 보다 빨리 2027년도 내년, 내후년까지 10%라도 재사용 할 수 있는 법안과 로드맵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사진제공=서울환경연합

마지막으로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 협약은 204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을 40%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재사용 용기를 도입을 하는 것입니다. 재사용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일회용 포장재를 남용하는 상황에서 플라스틱 사용은 줄일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상황을 한번 보겠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 플라스틱 일회용 포 장재 사용량은 90만 톤입니다. 2021년이 되면 113만 톤으로 플라스틱 포장재의 사용이 20% 이상 증가를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말로만 ESG를 외치면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만 이야기 하고 구체적인 계획은 목표는 전혀 제시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발언했다.

이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은 소비자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니 생산자들이 구체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전략을 그리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롯데칠성을 시작으로 국내 생산자들도 우리 소비자들의 요구에 응답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줄 것을 요구했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은 소비자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니 생산자들이 구체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전략을 그리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은 소비자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니 생산자들이 구체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전략을 그리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서울환경연합

끝으로 유리병재사용시민연대는 롯데칠성에게 재사용 계획 제안서를 전달하고, 코카콜라 유리병과 롯데칠성의 펩시 유리병은 울면서 ‘재사용 계획 X ‘피켓을 들고 눈물을 흘리며 벌을 서고 있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유리병재사용시민연대는 이번 롯데칠성에게 재사용 목표 선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상위 10대 기업을 하나씩 방문해 생산자가 우선적으로 재사용 계획을 제시할 것을 요구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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