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력 내세운 중국산 전기차에 안방까지 내줄 판

[환경일보] 최근 경기불황과 수출감소로 우리 경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그나마 선방한 효자 업종이 자동차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기록적인 매출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25조가 예상된다.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불황을 자동차가 메꿨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그러나 앞으로도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의 수출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낙관하기는 힘들다.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유럽과 미국 VS 중국의 힘겨루기에 한국 자동차업계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20년 유럽의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1.9%에 불과했는데 코로나 펜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급상승해 2025년에는 1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 BYD는 미국의 테슬라를 바짝 추격할 정도로 급성장 하고 있다. BYD는 분기별 전기차 생산량에서 테슬라를 앞질렀고, 판매량에서는 테슬라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올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했으며 폭스바겐을 제치고 중국 내 판매량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은 전기차업계를 육성하기 위해 지난 6월 4년간 723억 달러(약 98조원) 상당의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했는데, 이는 경기불황 속에서도 전기차업계가 성장일 이어갈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BYD의 보급형 전기차 ‘시걸’은 1만1000달러(약 1500만원)에 판매되는데, 테슬라가 중국에서 판매하는 ‘모델 3’의 시작 가격은 3만6000달러(약 4880만원)로 3배가 넘는다. 중국의 전기차는 우리나라 경차인 레이보다 싸지만, 미국의 전기차는 중형세단 가격이다. 

이에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의 습격을 막기 위해 장벽을 세웠다. 미국은 지난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켰고 이에 따라 전기차 한 대당 최대 7500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보조금을 미국차에게만 지급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 등에서 생산되는 차량 역시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저가의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낮추는 강수를 뒀다. 

EU 역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프랑스는 “자기 나라에서 만들지 않은 제품에 납세자 돈을 지원하는 나라는 유럽밖에 없다. 우리는 그것을 그만둘 것”이라고 선언했다.

프랑스의 전기차 정책의 핵심은 탄소배출량에 따른 보조금 차등 지급 방안인데,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생량까지 감안하기 때문에 유럽과 멀리 떨어진 중국이나 한국, 일본 등에서 생산된 자동차에는 사실상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선언이다.

프랑스가 미국에 비하면 작은 시장이지만, 이 같은 정책이 유럽 전체로 확대된다면, 미국보다 큰 유럽 시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우리로서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게 된 격이라 유감이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입장에서는 보복은 엄두도 못 내고 때리는 데로 맞는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나라는 가격에 따라 전기차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데, 그렇다보니 저가의 외국 전기차 시장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올해 중국산 수입차 비율은 독일, 미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이 주춤한 중국산 전기차는 우리의 경쟁자가 되어 안방까지 내줄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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