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재원 합의 매우 부족한 수준, 규모 수십 배 증가해야

COP28 기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시위 참여자들 /사진제공=세계자연기금
COP28 기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시위 참여자들 /사진제공=세계자연기금

[환경일보] WWF(세계자연기금)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13일(현지시간) 끝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ing away)’에는 합의했지만 단계적 퇴출에는 합의하지 못했다고 15일 밝혔다.

WWF 글로벌 기후·에너지 프로그램 총괄이자 COP20 의장을 역임한 마누엘 풀가르-비달(Manuel Purlgar-Vidal)은 “각국이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ing away)’에는 동의했지만 석탄, 석유, 가스의 완전한 단계적 퇴출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전 지구가 위기에 처한 것은 맞지만 화석 연료로부터 멀어지기로 한 것은 매우 중요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30여 년간의 UN 기후 협상 후 각국은 최종 합의문에서 마침내 기후위기를 주도하는 ‘화석연료’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임에 틀림없다”라면서도 “파리협정의 체결부터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 GST)까지 8년이 지난 지금, 지구온난화를 1.5℃ 이내로 제한하는 목표를 향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또한 “각국은 그들의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전례 없는 속도와 규모로 자연을 오염시키는 화석 연료를 풍력과 태양열과 같은, 깨끗하고 저렴한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꼽았다.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을 비롯한 기후 기금 확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WWF 글로벌 기후·에너지 프로그램 부총괄 스테판 코넬리우스(Stephen Cornelius) 박사는 “재정은 기후 행동을 여는 열쇠지만 COP28에서의 기후 재원에 대한 합의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수준과 비교해 매우 작은 규모”라고 지적했다.

코넬리우스 박사는 “기후위기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는 기후 재원의 규모가 수십 배 증가해야 한다”며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화석 연료를 단계적 퇴출하는 데 투자하지 않는다면 손실과 피해 기금의 필요성은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와 자연을 동시에 다룬 총회라는 점에서 실망감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WWF의 기후·에너지 정책 총괄인 페르난다 카르발류(Fernanda Carvalho)는 “화석 연료의 단계적 퇴출과 함께 자연은 효과적인 기후 행동에 필수적인 요소다”며 “모든 생태계의 30~50%를 보호하라는 IPCC의 권고를 포함하지 않은 국가들의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을 복원하고 식량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은 온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회복력을 구축하고 배출량을 줄이는 데 중요한 행동이다”고 강조했다.

홍윤희 WWF-Korea 사무총장은 “이번 COP에서는 손실과 피해 기금이 수년간 논의 끝에 공식적으로 출범해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어려운 첫걸음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었다”며 “하지만 아직 기금 운영 관련 조항 마련과 역할 조율 등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홍 사무총장은 “최종 합의문에 ‘단계적 퇴출(phase-out)’ 문구가 제외되고 애매한 표현이 포함된 부분에 대해선 아쉬움이 많지만,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한국 정부도 큰 책임감을 갖고 기후위기 대응에 더 적극적인 자세로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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