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비참한 노후가 서민들의 미래, 내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워

[환경일보] 정부는 내년에도 신혼부부, 청년 등을 대상으로 한 각종 지원대책과 예산안을 쏟아내고 있다. 왜냐면 가임기 남녀와 그들이 낳은 자녀들이 이 사회의 가장 중요한 노동력이기 때문이다.

반면 은퇴 이후 고령자들은 사회복지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나이 들어 아이도 낳지 못하고 노동력도 상실한 노령층은 사회 잉여 취급을 받는다.

지금 은퇴를 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를 봉양해야 하지만, 자식에게는 봉양을 기대할 수 없는 세대다. 나이 드신 부모를 모셔야 했지만,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정작 자신의 노후대비는 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70~80세 이상의 상당수 어르신은 국민연금은커녕 요양보험도 가입하지 못한 이들이 상당수다. 나이가 들어 병원에 입원해도 거동조차 힘든 노인들은 의료서비스 외에도 간병인의 도움이 없으면 식사와 이동, 위생관리 등 기본적인 생활조차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진료비는 보험의 대상이지만 간병비는 그렇지 않다. 나이가 들어 기력이 쇠하고 정신마저 혼미한 어르신들은 간병인 없이는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간병인이 노인 환자들에게 씻기고, 낙상, 욕창, 와상 방지 등의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환자 6명당 최소 한명 또는 병실당 한명의 간병인이 필요한데, 그러면 1인당 60~70만원의 간병비를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진료비 60~70만원을 더하면, 요양병원 입원시 120~140만원이 비용을 다달이 내야 한다.

경제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들은 간병비가 싼 곳으로 몰리게 되고, 그러면 간병인 한명이 감당해야 하는 환자 수도 2배, 3배로 늘어난다. 당연히 간병서비스의 질도 떨어진다.

심지어 약간의 간병비조차 부담하기 어려운 환자들은 간병서비스가 없는 곳으로 가게 되고, 야간에 돌보는 사람이 없다 보니 환자들에게 기저귀를 채워 묶어놓고 아침에 풀어주는 곳으로 가야 한다.

당연히 환자의 건강 상태는 나빠지고, 욕창 등 없던 병이 생기며, 환자 스스로도 자괴감이 들 지경이다.

이런 사례들을 보며 요양병원이 사람을 함부로 대한다는 편견이 생기지만, 국가의 지원이 없는 한 간병인을 쓸 수 없고, 돌보는 사람이 없으니 병원 생활이 비참하기만 하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중위소득이 300만원이 안 되는데, 부모의 요양병원비를 위해 한달에 월급 절반을 쏟아붓고 남은 돈으로 자신의 가정을 돌보고 아이를 낳는 게 가능할까? 부모 2명이 모두 그런 상태라면? 최악의 경우 양가 2명씩 4명의 부모가 모두 입원한다면?

아이를 낳으면 100만원, 200만원을 주고, 기저귓값, 산후조리원 비용을 지원한다는 식의 단편적인 대책으로는 떨어지는 합계출산율을 붙잡을 수 없다. 삶의 질에 만족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아이들에게 가난과 불평등을 물려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아가 가족을 위해 평생 열심히 살았던 부모 세대의 비참한 노후를 본 자식 세대들이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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