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퇴출 대신 ‘멀어지는 전환’ 택해··· 재생E 구체적 목표도 빠져

[환경일보] 우려가 현실이 됐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세계 각국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화석연료를 퇴출하는 대신 ‘멀어지는 전환’을 택했다.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겠다는 다짐을 명문화한 것은 처음이라, 인류가 화석연료 퇴출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 지구 이행점검(GST) 결정문이 ‘크게 후퇴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 후퇴한 부분이 많다. 초안에 들어 있던 화석연료 또는 석탄 ‘퇴출’이란 표현 대신 ‘감소’란 문구로 물타기 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으며,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조건도 완화됐다.

또 2030년까지 세계의 재생에너지 설치 용량을 3배 늘리고, 세계 평균 연간 에너지 효율 개선을 2배 늘리기로 한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성 서약’에도 구체적 기준 시점과 목표 수치가 모두 빠졌다.

이번 총회 결과가 여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극심한 기후위기 속에도 화석연료 퇴출 논의가 기존보다 더 후퇴했으며 앞으로 더욱 후퇴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올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09억t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은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강진이 잇따랐고,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는 스톰이 닥쳤다. 우리나라도 지난 주말 24년 만에 처음으로 12월에 호우 특보가 내려졌으며, 대부분 지역에서 20도를 넘어서는 낮 기온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진보된 탄소 감축 대안을 내놓긴커녕 뒷걸음질하는 당사국총회가 더는 효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산유국들은 강력한 로비로 화석연료 퇴출을 번번이 무산시키고, 부유한 국가들 특히 미국은 녹색 전환에 대해 립서비스만 하면서 화석연료 사업을 대규모로 확대하는 위선을 드러냈다.

이쯤 되면 당사국총회는 ‘글로벌 토크쇼’ 논쟁을 넘어 ‘기후 대응 파괴의 진앙’으로 불러도 손색없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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