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사진=박선영 기자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사진=박선영 기자 

[환경일보] 두바이에서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막을 내렸다. 160여개국의 정상급 인사 참석, 10만명에 육박하는 참석자 등록, 새로 설립되는 ‘손실과 피해 기금’에의 기여를 비롯해 870억불에 이르는 기후재원 공약 등 역대 어느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보다 기록적인 숫자들이 쏟아진 회의였다.

기후변화 관련 전 세계 베스트셀러인 ‘불편한 진실’의 저자 알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빌 게이츠처럼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핵심 산유국이자 오일 머니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UAE 두바이에서 개최됐기에 기대도 의심도 많았던 회의였다.

올해로 28번째를 맞은 유엔기후변화총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그 규모가 확장되고 참석자들의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다. 정부 대표들이 참석하는 협상 회의 외에도 기업인, 시민사회, 학계, 언론계, 지방자치단체, 청년, 원주민 등 각계각층 인사들이 주도하는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리고, 동시에 친환경 첨단 기술과 유니콘 기업들을 소개하는 기술 전시회도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번 두바이 COP는 2021년 두바이 엑스포가 개최된 엑스포 시티에서 개최돼 드넓은 부지에 다양한 전시관들을 구성해 새로운 기술과 글로벌 동향을 소개하고 참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두바이 COP28의 가장 큰 성과를 꼽으라면, 2015년 파리협정 채택 이후 첫 번째로 실시한 범지구적 점검(Global Stocktake: GST) 결과를 담은 UAE 컨센서스의 채택이라고 할 수 있다. 금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이내로 막아야 한다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작업이었다.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정보 수집과 기술적 대화가 이어졌고, COP28 회의에서는 GST 결과문서의 문구 하나하나가 협상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12월 12일 오전 11시에 폐막식을 개최하겠다던 술탄 알 자베르 의장의 거듭된 공언에도 회의 종료 시한을 거의 24시간 넘기고서야 마침내 합의안이 도출됐다. 각 국가 간의 그리고 그룹 간의 이해관계가 그만큼 복잡하고 협상이 치열했음을 보여준다.

GST 결과인 UAE 컨센서스는 1.5℃ 목표가 중단할 수 없는 글로벌 목표임을 재확인하고, 2023년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6차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들을 포함했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연구결과들을 인정하고, 과학에 기반한 해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아울러 강력한 에너지 전환 패키지를 합의했는데, 이 중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 3배 증대 및 에너지 효율성 2배 개선, 에너지 시스템의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재생에너지·원자력·저탄소수소·탄소포집사용저장(CCUS) 등 저탄소 및 무탄소 기술개발의 가속화, 저감장치 없는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 비효율적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철폐가 포함돼 있다.

앞으로 한국도 에너지시스템의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노력을 가속화해야 하며, 동시에 원전, 저탄소 수소, CCUS 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원전, 수소 등 모든 무탄소 에너지의 적극적인 개발과 국제협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한국 주도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가 힘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협상, 선진국‧개도국 대립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어”

‘범지구적 점검’ 결과 담은 UAE 컨센서스 채택, 가장 큰 성과
 

“온실가스 배출량 8위 한국 NDC 보고서, 세계가 눈여겨볼 것”

화석연료 종식 시대 서막··· 대전환 시기 대응 국가전략 강화해야

기후변화협상은 이제 단순히 선진국과 개도국 간 대립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개도국 내에서도 중국과 인도 같은 신흥 경제 대국의 입장이 사모아 또는 마샬 아일랜드처럼 작은 섬나라의 입장과 같을 수 없고, 사우디아라비아나 UAE 같은 오일머니 부국들이 파리협정상 개도국 범주에 머물러 있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가에 대한 논쟁도 날로 심해지고 있다. 이는 아직도 파리협정에서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는 한국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외에도 이번 COP28 결과는 한국에게 묵직한 숙제들을 남겼다.

12월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COP28에 대한 결과 공유와 대응 전략 세미나 전경 /사진=김인성 기자
12월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COP28에 대한 결과 공유와 대응 전략 세미나 전경 /사진=김인성 기자

첫째는 2030년 NDC 이행 및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노력의 중단 없는 이행이다. 에너지 전환, 산업구조의 개편 등은 매우 힘겨운 도전이지만 무역을 통해 먹고 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용기와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둘째는 2024년 말까지 제출키로 돼 있는 우리나라의 제1차 NDC 이행보고서(일명 BTR) 작성 작업을 범정부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파리협정은 각국이 상이한 여건을 고려해 온실가스 감축계획, 즉 NDC를 제출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지만, 일단 제출한 NDC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는지는 꼼꼼히 점검하는 강력한 투명성 체계를 갖추고 있다. 파리협정 제13조에 따라 모든 당사국들이 2024년 말까지 보고서를 제출토록 돼 있는데,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자 온실가스 배출량 8위인 한국이 제출하는 보고서를 많은 이들이 눈여겨볼 것이 틀림없다. 모든 역량을 집중해 수준 높은 보고서를 충실히 작성, 제출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차기 2035년 NDC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UAE 컨세서스는 모든 당사국들에게 2035년 NDC를 2025년에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NDC를 5년마다 갱신해 제출하는 것은 이미 2021년 글라스고 기후변화총회에서 합의된 사항이다. IPCC 제6차 종합 보고서가 1.5℃ 목표 달성을 위해 2035년까지 범세계적으로 2019년 기준 60%의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IPCC 보고서는 과학에 근거하고 있고, 범세계적 목표이기는 하지만 60%라는 숫자가 차기 주요 배출국의 NDC 작성에 일종의 준거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COP28 합의로 화석연료 종식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으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고, 이 대전환의 시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국가는 뒤쳐질 수밖에 없다. 온 국민이 지혜를 모아, 당장의 비용과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보다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더 열심히 실행해야 한다. 우리에겐 다른 선택이 없음이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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