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파우더 등 재활용 제품으로 인정··· 산업 활성화 주목

[환경일보]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폐배터리를 활용하는 산업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사용 후 배터리는 2030년 전 세계적으로 1300만개, 국내에서는 42만개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사용된 배터리를 모두 재활용한다고 가정하면 국내 보급 전기차 중 43%인 약 17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핵심 광물을 확보할 수 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핵심 광물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내에서는 사용 후 배터리 분야의 산업화를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선 전기차의 에너지원인 배터리(이차전지) 제조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이 나오지 않는다. 중국 등은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을 점차 옥죄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폐배터리 재활용을 늘려 핵심 광물을 확보하는 ‘배터리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배터리 순환 시스템은 유럽연합(EU)에서 지난해 8월 먼저 시작했다. EU는 폐배터리의 유해 물질을 관리한다는 취지로 배터리법을 제정했지만, 실제로는 핵심 광물이 들어있는 폐배터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폐기물로 묶어 수출을 까다롭게 만든 것이다.

사용 후 배터리는 규제만 풀면 재제조하거나 재활용해 다시 이차전지로 쓰거나, 전력을 담아 두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이차전지 수거 및 재활용률을 9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전기차에서 사용하고 나온 폐배터리는 현행법상 폐기물로 분류된다. 차량을 폐차하더라도 배터리 성능이 70~80% 유지돼 소형 이동기구, 캠핑용 전원,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으로 재사용하거나 분쇄 후 새 배터리 원료를 추출하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정부는 올해부터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때 나오는 블랙파우더(BP) 등 중간 가공물을 폐기물이 아닌 재활용 제품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BP는 폐배터리 재활용 과정에서 파쇄 후 나오는 검은색 분말이다. BP 안에는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등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 광물이 들어 있다.

다만 폐배터리는 재활용할 때 유해성 등을 따져봐야 한다. 또 배터리 재활용은 수작업을 요하고, 장시간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과 인력, 안전 문제가 제기된다. 아울러 전기차와 배터리 모델별 구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배터리 해체·분리 시장의 잠재력은 또 다른 산업을 파생시킬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어떻게 발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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