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금지법 통과, 후속대책 없으면 음지로 스며들 것

[환경일보]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이 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2027년부터 개 식용이 금지된다. 특별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 증식, 도살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개 또는 개를 원료로 조리, 가공한 식품을 유통 판매하는 행위까지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사육·도살·유통 등의 금지를 위반할 시 벌칙 조항은 공포 후 3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되도록 해 처벌에 유예 기간을 뒀다.

개고기가 없어지는 것은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먹을 게 없던 보릿고개 시절도 아니고 굳이 개가 아니어도 먹을 건 많다.

오래전부터 개고기를 먹어온 고령층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젊은이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세대교체와 함께 자연스러운 먹거리 문화가 변화한 사례다.

실제로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향후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93%가 “먹을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개고기에 대한 수요 감소와 함께 개 식용은 점차 낯선 문화가 되고 있다.

그러나 개고기 식용 금지를 법으로 금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먹을거리, 말 그대로 식문화를 정부가 개입해서 인위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허용될 것인가는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이 존재한다.

개고기 식용 금지법을 통과시켰으니 다음은 고양이 식용 금지법을 만들어야 할까? 시중에 떠도는 우스갯소리처럼 개와 고양이를 금지한 후 소와 돼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식으로 여론에 떠밀려 하나둘씩 금지품목을 늘려가다 보면 전 국민이 채식을 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한편 개고기 업종에 종사하던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문제다. 업종 특성상 종사자들 대부분이 고령이어서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전업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폐업을 하자니 남은 노후가 두렵다.

오랜 기간 개고기를 팔던 상인들은 “우리라고 손가락질받으며 장사하고 싶겠나? 보상이라도 하면 내일 당장이라도 그만둘 수 있다”고 말한다.

육견협회 주장처럼 마리당 200만원씩 지원한다면 여기에만 수조원이 필요하다. 이 많은 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다. 개농장에서 사육되던 개들을 누가 입양할까? 그렇다고 그냥 풀어주자니 들개가 될 가능성이 크고, 계속 키우려면 앞으로도 계속 사룟값을 지원해야 한다.

개농장 지원에 막대한 돈을 쓰고 나면 이번에는 보신탕집 전‧폐업도 지원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얼마가 필요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결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하는데, 가뜩이나 빠듯한 살림에 수조원의 예산을 따로 편성하기는 쉽지 않다

농장주들과 보신탕 업주들에게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주지 않는다면 결국 개고기는 음지로 숨을 것이고, 지금보다 더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개고기가 유통될 것이다. 특별법이 통과됐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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