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영아 2123명 중 249명 사망, 살해‧유기 이슈 재점화
“영유아‧아동은 국적과 상관없이 생존‧보호 등 보장돼야”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2123명의 유령 영아에 대해 전수조사를 한 결과, 이 중 249명은 사망한 것으로 파악돼 유령 영어 살해‧유기 사고가 사회적 이슈로 재점화되고 있다.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최근 출생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유령 영아 살해‧유기 사고가 사회적 이슈로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 6월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되며 유령 영아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태어나도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아이들이었다.

외국 국적이나 불법체류자의 아기 또한 출생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이의 안전과 행적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3년 5월까지 태어난 영유가 중 2267명이 출생 미신고 아동임이 밝혀졌다. 또 정부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2123명의 유령 영아에 대해 전수조사를 한 결과, 이 중 249명은 사망한 것으로 파악했다.

출생등록조차 되지 않은 아동들이 여전히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정부와 국회가 부랴부랴 ‘출생통보제’를 도입했다. 출생통보제는 아이가 태어나면 출생사실을 의료기관이 정부기관에 직접 통보해 출생 미등록 아동을 방지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 밖에 남겨진 아이들이 있다. 바로 외국인아동, 소위 ‘미등록 이주아동’들이다. 출생신고 대상을 국민으로 한정하는 국내법 규정상 외국인아동에 대해서는 출생등록 의무가 없다.

출생미등록 아동 6000명 중 약 4000명 ‘외국인아동’

감사원은 지난 6월 최근 8년간 출생신고되지 않은 아동을 파악한 결과 출생등록이 되지 않은 아동 6000여명 중 약 4000명이 출생신고 의무가 없는 외국인아동으로 파악했다.

미등록 외국인 아동들은 부모가 불법체류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불법체류자 부모들이 들통날 것이 두려워 병원 밖 출산을 하고, 학교에 갈 나이가 돼도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미등록 아이들이 건강권과 학습권은 제대로 누리고 있는지, 혹시 아동학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 이에 적어도 부모의 처지와 상관없이 아동이 그 존재를 인정받고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편적출생등록제 도입과 아동의 권리실현을 위한 지원 필요성’ 토론회에서 김교흥 의원은 “임산부들이 더욱 체계적인 지원을 받고, 아이의 생명권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보편적출생등록제 도입과 아동의 권리실현을 위한 지원 필요성’ 토론회에서 김교흥 의원은 “임산부들이 더욱 체계적인 지원을 받고, 아이의 생명권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지난 12월21일 김교흥 의원‧국회여성아동인권포럼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출생통보제 도입과 여전히 남겨진 미등록 외국인 아이들: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과 아동의 권리실현을 위한 지원 필요성’ 토론회에서 김교흥 의원은 “임산부들이 더욱 체계적인 지원을 받고, 아이의 생명권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의 경우 아동, 외국인에 대한 의료 서비스가 보장돼 있다. 유럽은 아동이 응급의료를 필요로 할 때 진료받을 권리를 거부하지 못한다. 또 무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스페인의 경우 1986년 건강관련법에서 스페인에 거주하는 모든 스페인 국민과 외국인은 건강과 보험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해 외국인의 건강권까지 인정하고 있다. 영국은 출생한 모든 아동들은 자동으로 의료보장 번호가 부여되고, 출생 등록된다.

프랑스, 미등록아동 모든 의료 혜택 무료제공

아울러 프랑스는 미등록 이주민 아동의 건강보호정책의 모범사례다. ‘국가 의료 지원’이라 불리는 미등록 이주민을 위한 공공의료비 지원 시스템, 미등록 아동은 무료로 모든 종류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여성인권동감 최미라 대표는 “미등록 외국인과 관련된 여러 문제가 단순히 단속과 강제퇴거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경고하며 “아동의 생명권과 건강권, 교육권 등이 연결돼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다른 어떤 대상 관련 문제보다 ‘인권’ 관점이 전제돼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미등록 외국인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회보장의 대상에 포괄되기 어려운 실정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국제협약에서 인권의 당위성에 근거해 미등록 외국인을 포괄하는 사회권 보장을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합법적 체류 여부와 무관하게 이주노동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를 제시하고 있다.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김혜미 교수는 가장 먼저 논의해야 하는 부분은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라며 안전망 구축은 인권보장과 생명 우선 원칙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당부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김혜미 교수는 가장 먼저 논의해야 하는 부분은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라며 안전망 구축은 인권보장과 생명 우선 원칙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당부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최 대표는 “미등록자일지라도 국내에서 생명을 담보로 출산해야 하는 상황을 최대한 보호하며, 더불어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영유아‧아동은 국적과 상관없이 생존‧보호‧발달‧참여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우선적 논의해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소라미 임상교수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국가의 무상지원 실시 ▷미혼모 가족 지원과 원가정 양육 지원 강화 ▷아동에 대한 보편적 출생등록 보장 등을 대책 방안으로 제안했다.

이와 더불어 갈등&치유 플랫폼 너울 김미경 대표는 “출산율 회복이 어렵고 동시에 국내외적인 상황 변화로 인해 국제이동 확대마저 어렵다면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본격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노동력 부족에 대응해 여성 인력의 적극 활용을 위한 성평등 실천적 제고와 시장수용성 제고, 고령 인력의 노동기간 연장 및 일하는 방식 개혁 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가장 먼저 논의해야 하는 부분은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라고 언급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김혜미 교수는 복지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이들을 위한 안전망 구축은 인권보장과 생명 우선 원칙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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