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애경산업, 신세계이마트 등 13명 실형 선고
재판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만성흡입독성 실험” 지적

[환경일보] 11일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가(재판장 서승렬)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 등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 애경산업, 신세계이마트 등 가해 기업 전직 임직원 13인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형법 제268조) 사건의 항소심 재판(2021노134)을 선고했다.

피고인 홍지호, 안용찬, 한순종은 징역 4년, 피고인 백인섭은 3년 6개월, 피고인 조창묵, 이희봉, 진동일, 이종기, 김홍선, 홍충섭은 3년 형을, 피고인 김진권, 최성재는 2년 6개월, 피고인 김용문은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2021년 1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재판장 유영근)는 모든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동물실험에 따른 입증이 부족하다는 취지였다.

환경운동연합은 해당 선고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기본적인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원심 재판부의 판결을 바로잡았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가습기메이트를 유통한 애경과 SK케마칼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환경일보DB
가습기메이트를 유통한 애경과 SK케마칼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환경일보DB

국민을 마루타 삼듯 피해준 사건

환경·시민사회단체는 지난 3년간 기업의 책임을 최선을 다했다. 가해 기업의 책임을 촉구하는 시민 6000여명의 목소리를 담아 법원에 제출했다.

피해자들은 내 몸이 증거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도 과학에 따른 판결을 요청했다.

피해자 조순미씨는 “장기적인 투병을 많이 한 피해자들 입장에서 최소한 실형이 나와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기도했습니다. 가해 기업이 국민을 마루타 삼듯이 피해를 준 사건인데, 국가는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가해 기업의 제대로 된 배상과 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김태종씨는 “1800명에 달하는 막대한 사망자를 감안할 때 형량이 적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피해자들이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자들은 내 몸이 증거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도 과학에 따른 판결을 요청했다. /사진=환경보건시민센터
피해자들은 내 몸이 증거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도 과학에 따른 판결을 요청했다. /사진=환경보건시민센터

피해자 이장수씨는 기업이 제품을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거둔 만큼 이제라도 피해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배상책임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피해자 민수연씨는 항소심 선고과정까지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력이 있었으며, 조속한 사안의 해결을 강조했다.

아울러 피해자 채경선씨는 “재판정에 들어가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아이들이 미래를 살아갈 수 있도록 어른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송기진씨는 “가해 기업이 진정한 사과를 하고 피해자들에게 합리적인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가(재판장 서승렬)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 기업 전직 임직원 13인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형법 제268조) 사건의 항소심 재판(2021노134)을 선고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11일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가(재판장 서승렬)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 기업 전직 임직원 13인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형법 제268조) 사건의 항소심 재판(2021노134)을 선고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최재홍 민변 환경보건위원회 위원장은 “현대 산업사회에서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국민의 피해에 대해서는 분명히 우려되는 점들이 많고 제조업체 판매업체의 주의의무와 인과관계는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는 측면에 고민이 많았다”며 “양형은 일부 아쉽지만, 이번 선고가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했다.

특히 제품을 사전 안전점검 없이 판매했다는 점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만성흡입독성 실험을 한 것 아니냐”는 재판부의 지적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둘러싼 가슴 아픈 현실의 단면이라고 강조했다.

송경용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는 “상식이 현실에서 확정되는데 이렇게 오랜 세월을 거쳐야 하는지 피해자들이 호흡기를 꽂고, 부은 얼굴로 길거리에 나와야 하는 게 맞냐는 생각이 든다”며 이 판결이 한 줄기 희망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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