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출산시 저금리 대출··· 신혼부부까지 영끌족의 늪으로

[환경일보] 새롭게 해가 바뀌었다. 조만간 통계청이 발표할 2023년 합계출산율은 전년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핵심만 요약하면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옛날 어른들은 요즘 것들이 배가 불렀다고, 전쟁통에도 아이를 낳았다고 혀를 차겠지만, 요즘 것들 입장은 다르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성장을 계속했기에, 세대를 거듭할수록 부가 커졌다. 1960년대 부자와 2020년대 부자는 차원이 다르다.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의 살림살이도 예전과 비교하면 훨씬 나아졌으니 살만한 것 아니냐’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 시대를 살아본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보릿고개라는 단어조차 낯설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를 보며 좌절하는 세대이다. 단순히 기성세대가 돈이 많은 것이 배가 아픈 것이 아니다. 기성세대와 같은 방식으로는 부를 쌓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좌절하는 것이다.

이제는 예전처럼 착실히 직장만 다녀도 집 사고, 차 사고, 가정을 건사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소득의 절대 액수는 커졌지만, 물가를 고려하면 오히려 줄었다. 전에는 외벌이로도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맞벌이 가정도 허덕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2년 이내 자녀를 출산한 무주택자에게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겠다‘며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다.

아마도 정부 당국자들은 위기에 몰린 부동산 PF 문제도 해결하고, 저출산에도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훌륭한 정책을 내놓았다며 자화자찬하지 않았을까?

현실은 정반대다. 돈이 없어 집을 못사는 젊은층에게, 돈을 빌려준다고 주택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집을 산다고 해도 이자 부담이 크고,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에 은행에 이자만 납부하다 인생이 끝나는 수가 있다. 결국 젊은층이 집을 살 수 있을 만큼 집값이 떨어져야 주택 수요가 증가한다.

정부 정책에 따르면 집을 사고 싶으면 아이를 낳으라는 건데, 그게 현실에서 가능할까? 본래 아이를 계획할 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뿐, 집 문제 때문에 아이를 낳을 엄두도 못 냈던 가난한 이들에게 이 정책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렇다고 이 정책이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1.3 대책부터 전매제한 완화까지 모든 부동산 규제를 풀었지만, 미국에서 시작된 금리인상의 여파와 경기침체로 부동산 경기는 침체상태다. 최근의 태영건설PF는 전조증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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