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 곰 구입비용, 민간단체 모금에 의존··· 환경부는 ‘배 째라‘

[환경일보] 2026년 곰 사육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지난 12월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곰 소유·사육·증식을 금지하고, 곰 및 부속물(웅담 등)의 양도 등(양수·운반·보관·섭취·알선)을 하지 못하게 하며 위반 시 처벌·몰수하도록 했다.

2025년까지 기존 곰 사육 농가가 곰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2022년 정부·지자체·곰 사육 농가·동물단체가 사회적 합의한 바를 원활히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사육이 포기된 곰을 보호할 수 있도록 2025년까지 구례와 서천에 사육 곰 보호시설을 건립한다.

이에 대해 동물단체들은 “곰 농장에서 사육되는 곰들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행동’을 하거나 자신이 낳은 새끼를 먹는 ‘동종포식’ 증세를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동물착취 산업인 사육 곰 정책을 폐기하는 결정은 동물권 개선을 향한 한 걸음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 곰 농장에 남아 있는 300여 마리의 곰들에게도 남은 삶을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에 사육 곰 보호소(곰 생추어리) 마련을 촉구했다.

법이 개정됐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2026년까지 현재 사육 중인 322마리의 반달가슴곰을 구조하지 않으면 도축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니면 비싼 사료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육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이렇게 사육을 포기한 곰들을 보호하기 위해 충남 서천과 전남 구례에 각각 보호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곰들을 어떻게 옮길 것인가다. 지금껏 비싼 사료를 먹여 키운 농장주들은 공짜로 곰을 넘길 생각이 없다. 환경부 역시 대가를 지불하고 구입할 의사가 없다. 결국, 돈 문제로 귀결되지만 아무도 지급할 의사가 없으니 논의가 붕 뜨고 말았다.

20021년 민관협의체 협약에서는 곰 매입 비용을 동물보호단체들이 부담하기로 했다. 환경부 입장 역시 곰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민간단체가 모금해서 구매하면 곰들이 살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민간단체가 모금을 통해 곰을 사 기부하면 받아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남은 사육 곰은 322마리다. 마리당 대략 천만 원으로 계산하면 30억이 넘는 큰돈이다. 이 돈을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에만 의존하겠다는 것이 환경부 입장이다. 조금 꼬아서 생각하면 “너희들 돈으로 사서 정부에 기부하면, 키워는 줄게”라는 뜻이다.

애초 곰을 사육하겠다며 수입한 것은 정부가 앞장서 농민들을 독려한 결과다. 마찬가지로 곰 사육을 금지한 것도 정부 뜻이었다.

2년의 유예기간이 지난 후 남은 사육 곰을 정부가 책임지지 않는다면, 그 곰들은 어쩌란 말인가? 농장주들이 더는 사료비를 부담할 수 없다며 곰을 굶긴다면, 그때 가서야 동물학대 혐의로 체포할 것인가? 아니, 곰이 굶는지, 배불리 잘 먹고 있는지 파악이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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