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설치된 케이블카만 24개, 대부분 적자 심각

[환경일보]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케이블카들이 이제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심각한 적자 때문이다. 지자체들이 저마다 지역 관광 활성화를 이유로 너도나도 케이블카를 만들면서 전국에 케이블카가 난립하자 경쟁력 없는 케이블카들은 애물단지가 됐다.

지난해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관광용 케이블카는 총 41개로, 2010년 이후 설치된 케이블카만 24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서울 남산 케이블카와 설악산 케이블카를 보며 지역 관광에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 꿈꾸지만, 그곳들은 애초부터 사람이 많던 곳이다. 본래 사람이 많은 곳에 케이블카가 있어서 잘 된 것이지, 케이블카 하나 타겠다고 거기까지 간 사람들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2008년 개통한 통영 케이블카는 전국의 케이블카 사업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케이블카 하나만 설치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 것이다.

통영 케이블카는 2013년 이용객 13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8년 107만명 ▷2019년 90만명으로 감소했고, 코로나19 펜데믹이 시작된 2020년 43만명을 기록하면서 절반으로 꺾였다.

이후에도 ▷2021년 41만명 ▷2022년 55만명을 기록했고, 2023년 코로나19가 끝나 일상 회복으로 접어들었음에도 42만명 수준에 머물렀다.

이 같은 상황은 경영 상태에 그대로 반영됐다. 2017년 12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2021년에는 8억 1000만원의 적자를 보였고, 2022년 고작 2억 8000만원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다른 케이블카들은 대부분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개통한 전남 해남 명량 해상케이블카는 개통 첫해부터 15억원의 영업 손실을 봤고 2022년 영업 손실은 32억원에 달한다.

2013년 개통한 밀양 얼음골케이블카는 첫해만 2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이후 매년 10억원 이상 적자를 보고 있다.

이 밖에 2020년 기준 부산 송도 해상케이블카 적자 10억 3900만원, 충북 제천 청풍호반 케이블카 적자 23억 6000만원 등을 기록하고 있다.

경북 울진군에 있는 왕피천 케이블카는 지난해 7월 운행이 중단됐다. 민간 운영사가 계약에 따른 연간 시설임차료 3억원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울진군은 운영 중단 후 6개월이 지나서야 운전과 서비스 관련 부문만 민간업체에 맡기고 운영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꿔 다시 운영을 시작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10월 강원도 양양군의 ‘설악산국립공원 오색 삭도(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대해 공원 사업 시행 허가를 내줬다. 이로써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환경부가 국립공원 안 케이블카 건설 규제 완화를 추진한 지 14년 만에 공사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끝냈다.

공주시도 올해 첫 사업으로 신원사와 연천봉에 이르는 2.1㎞ 구간을 잇는 계룡산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이외에도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케이블카 사업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전망이 어두운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들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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