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떼쓰기와 중앙정부 수수방관으로 사태 방치

[환경일보] 가리왕산은 1418년부터 6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가가 보호하고 있는 자연유산이다. 정부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올림픽 특별법을 만들어 2014년부터 2018년 12월31일까지 가리왕산을 알파인스키 경기장으로 개발하도록 허가를 받았다.

사용 기간인 2018년 12월 31일이 지나면 복원하도록 합의했지만 6년째 합의를 어기고 버려두고 있다. 일개 개인도 아닌 지방정부가 약속을 뭉개고 있는 초유의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당시 활강 경기장 부지 선정이 난항에 부딪히면서, 대안으로 활강 스키장만 분산 개최하는 대안이 떠올랐다. 경기장 건설도 어려운 판에, 활강 대회장을 따로 짓기보다 기존에 있는 시설을 활용해서 활강 스키대회만 따로 열자는 것이다.

그러나 강원도는 단 하나의 대회 개최도 놓칠 수 없다는 욕심으로 이 대안을 거부했고, 결국 대회가 끝난 이후에는 복원을 전제로 스키장 건설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2017년 12월 8일 강원도가 운영하는 생태복원추진단은 곤돌라를 비롯한 시설물 철거에 합의했고, 이 합의에는 동계올림픽 조직위와 정선군 동계올림픽 지원단, 강원도의 서명까지 있다.

그러나 대회가 끝난 후 강원도는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뒤집었다. 애초에 분산 개최를 강원도가 받아들였다면 만들지 않았을 스키장이었고, 파괴되지 않았을 원시 생태였다. 그럼에도 강원도는 ‘이왕 만든 곤돌라를 강원도 경제를 위해 활용해보자’라며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온 것이다.

관계부처인 환경부와 산림청 등의 설득에도 강원도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산림청장이 가리왕산을 복원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무시당했다. 강원도의 이 같은 행태는 국유재산 관리법 위반이었다.

아울러 가리왕산 개발의 전제 조건은 대회 이후 전면 복원인 만큼, 스키장 개발의 예산과 정책을 주도했던 문화체육관광부도 책임이 있다. 그러나 문체부는 가리왕산의 복원을 산림청과 환경부, 지자체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했다.

결국, 2020년 코로나로 인한 1년간의 휴지기 이후 시작된 협의회는 곤돌라 3년 8개월 연장 운영 후 정부에게 복원 여부를 미룬다는 결정을 내렸다. 강원도와 정선군의 떼쓰기에 중앙정부가 굴복한 것이다.

그렇게 약속한 시간이 지나고 있지만, 강원도와 정선군은 애초 약속을 지킬 의지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4월 총선을 앞둔 지금, 지역 표심에 민감한 중앙정부 역시 수수방관하고 있다.

올해 1월 1일 가리왕산 케이블카에 올라가 해맞이 행사를 한 최승준 정선군수는 “곤돌라를 잘 보존해 관광시설과 연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게 하는 시설로 활용해야 한다”며 가리왕산의 국가정원 유치를 기원하는 현수막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개인도 약속을 어기면 도덕적인 지탄을 받고, 계약을 어기면 법적인 심판을 받는다. 그런데 개인도 아닌 지방정부가 약속을 뭉개고, 중앙정부는 눈감아 주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레고랜드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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