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 대신 차를 선택하다

[환경일보] 인터넷에는 ‘모닝 사러 갔다가 롤스로이스 사고 왔다’는 말이 떠돈다. 중고로 경차를 사러 갔다가 딜러의 현란한 말솜씨와 상술에 말려 분수에 맞지 않는 고급 차량을 구매했다는 뜻이다.

물론 진짜 롤스로이스는 너무 비싸서 살 수 없지만, 대부분의 외제차들은 할부로 구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신차로 구입하면 수억원이 필요하지만, 중고차로 구입하면 수천만원, 심지어 오래된 차는 1000만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도 구입할 수 있다.

중고차 대출의 경우 금융기관에서 신용도를 보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차량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돈을 못 갚으면 차량을 압수하면 된다’는 마인드로 쉽게 빌려준다. 실제로 앞 번호판이 없는 외제차를 간혹 볼 수 있는데, 이는 할부를 못 갚아서 금융기관이 번호판을 압류한 경우다.

현명한 소비를 위해서는 수년 동안의 할부비용 상환이 가능한지, 고장이 발생했을 때 수리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보험료와 유류비 등을 모두 따져보고 차를 구입해야 한다.

그러나 카푸어들은 당장 한 달에 50만원, 60만원만 내면 외제차를 살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통장에 1000만원도 없으면서 1억원짜리 외제차를 풀할부로 구입하거나, 연식이 오래돼서 겉보기에만 그럴싸한 차를 1000만~2000만원에 구입한다.

그런데 연식이 오래된 외제차라면 폼은 나겠지만 속은 낡아서 고장이 잦고, 수리비가 찻값보다 더 비싸게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 보니 수리비를 감당하지 못해 공업사에 차량을 맡겼다가 되찾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카푸어’는 한심한 과소비의 대명사처럼 쓰이지만, 당사자들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높은 이자에도 불구 풀할부로 구입하면서 외제차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인터넷상에서는 ‘영정사진’이라고 부른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폼 한번 내보겠다는 심리다.

나이든 어르신들은 ‘요즘 것들의 한심한 짓거리’라며 혀를 찰지 모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내일이 보이지 않으니, 오늘만 살겠다’는 젊은이들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10억이 넘는 돈이 필요한데, 이는 이론상 1년에 1억원을 버는 사람이 한푼도 쓰지 않고 10년을 저축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 10년 후 집값 상승률은 은행 이자율을 아득히 초과하기 때문에 억대 연봉자가 10년을 모아도 집을 살 수 없다. 

그러니 억대 연봉자에게도 버거운 아파트 구매는 포기하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 대신 차를  사겠다는 것이 카푸어들의 논리다.

물론 현실에서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집을 사기 때문에 시간이 단축되겠지만, 오랜 기간 집값을 갚아야 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연봉이 5000만원이면 기간이 2배로 늘어 20년이 걸리고, 여기에 은행이자를 더하면 25년~30년의 세월 동안 집값을 갚아야 한다. 정신없이 집값을 갚고 나면 어느새 50살이 넘어 은퇴할 나이다.

오랜 기간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참아가며 주택대출을 갚았는데 은퇴할 나이가 됐고, 남은 것은 집 한 채가 전부다. 이럴 바에 차라리 집 대신 다른 소비를 했더라면 삶의 만족도가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저축 대신 코인에 열광하고, 집 대신 차를 선택하는 지금의 현상은 왜 우리 사회 출산율이 바닥을 보이는지를 보여준다. 카푸어가 미련한 짓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속에 숨은 심리는 이 사회에 대한 불신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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