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박사

기후위기 시대 전 세계적으로 극한 폭염, 산불, 미세먼지 저감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산림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환경일보는 자연생태계를 지탱하는 연결고리인 산림 보존과 활용에 대한 전문가 기고 ‘숲의 미래’ 연재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숲의 미래 방향과 숲, 인간, 생물의 행복한 공존을 모색하고자 한다.

김은숙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박사 
김은숙 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박사 

[환경일보] 우리 국민은 오랜 기간 소나무와 함께 살아왔다. 어디서나 생존할 수 있는 소나무는 역경을 극복해온 우리 민족을 상징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산불, 병해충 등 여러 가지 사건들로 소나무가 우리에게 약하고 위험한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 안전하고 행복한 공존의 해법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한반도 산림은 조선시대 과도한 산림이용, 일제 수탈, 한국 전쟁 등으로 많은 부침을 겪었다. 이런 사회적 배경에 따라 한반도 기후에 적합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개척수종인 소나무는 황폐한 산지에 잘 자리 잡았고, 우리나라 산림의 회복과 생태적 안정화를 도모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소나무는 오랫동안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 자원, 환경, 역사, 문화적 측면에서 다양한 가치 제공해 왔다. 1991년부터 2022년까지 7차례 수종 선호도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 1위는 늘 소나무였다.

그러나 현재 소나무는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고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위험 증가와 맞물려 소나무숲의 산불피해가 증가하여 인명·재산상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이상기상 발생이 늘며 전에 없던 소나무숲 고사 피해도 보고되고 있다. 다른 측면으로는 우리나라 산림생태계가 안정화되고 토양이 비옥해지면서 개척수종인 소나무에서 다음 단계 수종으로의 자연적 전환도 이뤄지고 있다. 이와 같이 한반도에서 소나무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소나무가 제공해주고 있던 다양한 혜택을 유지하면서도 변화한 상황에 적절한 새로운 소나무숲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지키기’와 ‘변화하기’ 전략을 동시에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원도 강릉시 대관령자연휴양림 소나무숲 /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
강원도 강릉시 대관령자연휴양림 소나무숲 /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

중요 소나무·소나무숲의 가치 지키기

소나무는 역사·문화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소나무와 소나무숲이 전국 곳곳에 분포한다. 그 중 소나무·소나무숲 천연기념물(36그루 4임분), 시도기념물(22그루 5임분), 보호수(1765그루)는 강력하게 보호·관리를 하도록 법적으로 규정돼 있다.

법적으로 규정돼 있지는 않지만 중요하게 관리돼야 하는 소나무숲으로는 왕릉 소나무숲, 명승 및 유적 주변 소나무숲, 소나무 마을숲, 사찰 소나무숲이 있다. 휴양·교육관광 목적으로 활용되는 전국 각지의 소나무숲도 있다. 2014년부터 지정하고 있는 산림문화자산에 소나무숲과 소나무숲 관련 유적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2021년에는 대관령소나무숲길, 울진금강소나무숲길이 국가숲길로 지정돼 정책적으로 관광자원으로 관리되고 있다.

산림자원으로서 보전가치가 높은 곳으로는 문화재용목재생산림, 소나무 채종원·종자시험림·클론보존원, 소나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 등이 있다. 백두대간보호구역, 국립공원 등 기존의 산림보호구역 내에도 오래된 중요 소나무숲이 있다. 산림청에서는 2023년 산림경영, 산림휴양, 산림보전 가치가 높은 100대 명품숲을 선정해 집중 관리·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18개소 소나무숲이 여기에 포함됐다.

이처럼 중요 소나무숲에서는 병해충이나 산불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해예방과 피해저감 노력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병해충 발생 예찰 강화, 예방 나무주사 실시, 산불예방·진화 과정에서 보호지역을 우선 고려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수목 건강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 일상적으로 관리하고, 이와 동시에 소나무숲에서의 건강하고 다양한 이용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보다 확대·확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소나무숲 관리

보호대상 소나무숲의 우선적인 집중관리와 함께 전국 산림에 분포하고 있는 소나무숲의 전반적인 관리 전략의 변화도 필요하다. 소나무숲을 포함한 전국의 산림은 6가지 기능(목재생산, 수원함양, 산지재해방지, 자연환경보전, 산림휴양, 생활환경보전)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 문제는 소나무숲에 발생하고 있는 위험 상황이 지역에 따라 매우 다르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소나무숲을 대상으로 산불, 병해충, 자연감소 발생 위험을 평가했다. 산불은 영동지방과 경상북도가 위험이 높았고 소나무재선충병은 경남·전남지역과 경북 일부 지역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소나무숲의 자연감소는 경기, 제주, 전북내륙과 충청내륙 등 서쪽 지역의 변화 가능성이 높았다. 산림의 목표기능을 유지·증진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이러한 소나무숲의 취약 특성들은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할까?

여전히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 1위는 ‘소나무’

다양한 소나무 혜택은 유지하고, 변화 따른 관리 방안 찾아야

경주흥덕왕릉 소나무숲 /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 
경주흥덕왕릉 소나무숲 /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 

우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나무숲의 가치와 위험 상황이 지역에 따라 매우 달라 소나무숲 관리 전략 또한 지역맞춤형으로 설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소나무숲의 보전·이용 가치가 높은 경우 소나무숲의 현 상태를 유지하는 전략을 취해야 하는데 피해 원인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 시행돼야 한다. 또한 이용 가치가 있는 소나무숲의 경우 부분적 변화를 허용하면서 궁극적으로 기존 수준으로 회복하는 적응형 전략을 취해야 하는데, 외부 영향 민감도를 줄이고 피해 회복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재해예방 숲 관리와 산림의 다양성(수종, 영급, 경관)을 증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나무에 특화되지 않는 일반적인 산림관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혼효림화, 저항성 수종의 도입 등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새로운 산림형태로 유도하는 전환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기반의 산림관리자와 소유주, 산림을 이용하고 혜택을 받는 지역주민과 국민들이 이 숲의 미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민과 소나무의 지속적인 행복한 공존을 위해 소나무숲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지켜내기 위한 집중적 노력,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 맞춤형 적응형 산림관리의 실천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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