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보호생물 제외로 혼획 가장한 불법 포획 성행

[환경일보] 지난 1월 25일(목) 낮 12시 49분 경, 밍크고래 1개체가 백령도 북쪽 해안(고봉포 인근)에 좌초된 것을 어민이 발견하고 해경백령파출소에 신고했다.

좌초가 확인된 밍크고래는 암컷으로 길이 7.4m, 둘레 5m였고, 최근(1월22일~24일)의 강풍과 높은 파도에 휩쓸려 백령도 해안으로 떠밀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 조사 결과 불법포획 여부 등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 밍크고래 사체는 백령면사무소로 인계됐으며, 해안매립이 어려워 1월30일(화) 육상으로 옮겨 매립할 예정이다.

백령도 현지 내에서 해양포유동물의 부검 등을 진행할 인력과 시설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아 밍크고래의 정확한 폐사 원인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백령도 북쪽 해안에 밍크고래 한마리가 좌초돼 결국 매립됐다. /사진=인천녹색연합
백령도 북쪽 해안에 밍크고래 한마리가 좌초돼 결국 매립됐다. /사진=인천녹색연합

좌초된 밍크고래가 발견된 현장에는 25일과 26일 양일에 걸쳐 신고한 어민, 백령면사무소, 해경백령파출소, 백령도점박이물범생태관광협의체, 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 등이 방문해 조사를 진행했다.

밍크고래 등 고래류의 경우, 그물에 걸려 폐사한 경우(혼획)가 아닌 해안에 좌초된 경우는 유통·판매가 불가하며 지자체에서 매립 등의 조치를 취한다.

해경에서 금속탐지기와 육안 검사를 진행한 결과, 불법포획 등의 외관상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밍크고래 사체를 인수한 백령면사무소에서는 진촌어촌계 등의 협조를 받아 육상으로 옮겨 해양폐기물 적치장에 매립 조치했다.

또한, 밍크고래의 유전자분석을 위해 시료를 채취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로 보냈다. 채취한 밍크고래의 시료는 우리나라 해역에 출몰하는 밍크고래의 개군 측정 및 분석 뿐만 아니라 체내 중금속 오염과 최근 후쿠시마오염수 방류 이후 영향여부 등을 파악하는데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밍크고래는 대형고래류인 수염고래 중에서 가장 작은 체구이며, 길이가 약 8.8m, 몸무게 최대 약 14톤 정도이다. 가슴지느러미에 하얀색 띠가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연중 전 해역에서 출현하는 종으로, 동해 연안에 약 1100마리, 서해연안에 약 160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어 서해의 추정개체수가 더 많다.

서해는 최대 수심이 100m로 먹이생물 또한 넓게 분포해 밍크고래도 전 해역에 두루 분포한다. 반면, 동해는 단조로운 해안선과 좁은 대륙붕을 따라 먹이생물이 제한적으로 분포해 있다보니 특정 지역에 밀집되어 동해에서 혼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령도 북쪽 해안에 밍크고래 한마리가 좌초돼 결국 매립됐다. /사진=인천녹색연합
백령도 북쪽 해안에 밍크고래 한마리가 좌초돼 결국 매립됐다. /사진=인천녹색연합

의도적 포획 금지, 혼획은 허용

밍크고래는 국제포경위원회의 상업적인 고래잡이가 금지된 대형 고래류로 보호 대상이나, 국내에서는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 혼획 시 유통 판매가 되면서 혼획을 가장한 불법 포획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대표적인 대형 고래이다.

현행법상 해양포유동물인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할 경우 ‘수산업법’과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불법 포획된 고래를 소지·유통·가공·보관 또는 판매하면 수산자원관리법에 의거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에 의거해 혼획된 고래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류가 아닌 경우에 한정하여 위판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좌초, 표류된 고래류는 국립수산과학원이 연구용‧교육용으로 요청한 경우 외에는 폐기하도록 되어 있다.

백령도 북쪽 해안에 밍크고래 한마리가 좌초돼 결국 매립됐다. /사진=인천녹색연합
백령도 북쪽 해안에 밍크고래 한마리가 좌초돼 결국 매립됐다. /사진=인천녹색연합

고래는 바다의 탄소 저장고

대형고래는 평생동안 한마리당 평균 33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등 거대한 ‘탄소저장고’라고 불린다. 매년 나무 1500그루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같다.

또한 철분과 질소가 다량 포함돼 있는 고래의 배설물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는 등 고래류는 해양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해양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고래에 대한 인식개선 등 보호 정책의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좌초 및 혼획 등으로 발견된 고래류에 대한 부검 및 검사 등을 통해 폐사 원인을 확인하고 분석해야 한다.

고래 뱃속의 해양쓰레기 여부, 중금속 축적 및 연안 오염 정도, 후쿠시마오염수 방류 이후 해양동물에 미치는 영향 여부, 선박 충돌과 어업 도구 등에 의한 피해 여부 등 폐사 원인에 대한 파악과 분석 등을 통해 고래류의 보호 및 해양생태계 보호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천녹색연합은 “고래, 물범 등 멸종위기에 처한 많은 해양포유류를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해양포유류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