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비해 경제 규모 절반, 임금체불은 16배 많아

[환경일보] 정부가 지난해 ‘상습체불 근절대책’ 등을 발표했지만 임금체불액은 되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1조7845억원으로 전년(1조3472억원)보다 4373억원(32.5%) 증가했다.

2019년 1조721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후 차츰 감소하다 지난해 크게 반등하며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노동부는 지난해 5월 상습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신용제재·명단공개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상습체불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정식 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임금체불 근절 대국민 담화문도 발표했다.

노동계는 임금체불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폐지, 고의적인 임금체불의 경우 체불액의 2~3배에 해당하는 부가금을 사업주에게 물리는 제도, 임금채권 소멸시효 확대(3년→5년)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임금체불에 대한 보상과 처벌이 너무 약해 노동자들의 임금체불을 방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임금을 받지 못한 사람의 임금채권은 소멸시효가 고작 3년에 불과하다. 체불된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를 거쳐 사측과 협상을 해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지나 소송을 진행하려면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를 벗어나기 일쑤다.

또한 임금체불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벌금 액수 역시 체불임금의 30%에 불과하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밀린 임금을 지급하느니, 벌금으로 때우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으로 이익이다.

게다가 임금체불은 노동자가 사업주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사업주가 기소되지 않는다. 반의사불벌죄 때문에 노동자들은 체불임금을 하루라도 빨리 받기 위해 감액된 금액으로 사용자와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체불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사업주에 대해서도 제대로 처벌하겠다는 분위기만 조성해도 임금체불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본주의의 극단에 있다는 미국은 임금체불이라는 단어 대신 ‘임금 도둑’, ‘임금 절도’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노동자가 받아야 할 정당한 임금을 사업자가 훔쳤다는 의미로 부르는 것이다. 따라서 임금체불에 대한 처벌도 강력해 최대 징역 20년까지 가능하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경제 규모가 절반도 안 되지만, 임금체불은 16배나 많다. 임금체불에 관대한 문화 때문이다.

정부의 노사법치가 노동자의 파업에는 강력하게 작동하지만, 노동자의 임금체불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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