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무덤’ 된 미국, 폭설에 약점 노출··· 우리의 미래는?

[환경일보] 최근 미국 곳곳에 ‘북극 한파’가 몰아닥쳐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중북부 지역에서는 전기차 테슬라가 방전·견인되는 사태가 속출해 이른바 ‘전기차 무덤’으로 변했다.

영하 30도 추위에 전기차가 방전되면서 충전소에는 시동이 꺼진 차량이 주차돼 있거나 견인되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한파는 전기차 소유자에게 큰 취약성을 드러냈다.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차는 매우 추운 환경에서 작동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다.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이유는 운전자를 따뜻하게 유지하려고 에너지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게다가 추위로 배터리 충전 속도마저 급격히 떨어지는데,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는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의 화학 반응이 늦어지는 탓이다. 이로 인해 차량의 문이 열리지 않거나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추위에 물리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는 전기차의 약점이 드러나면서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던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올해 들어서는 가라앉는 수요와 과열된 경쟁에 부딪힌 것이다.

놀랍게도 올해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한 업체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지난달 24일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작년보다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웨덴 전기차 업체인 폴스타 역시 어려운 시장 여건과 내년 판매량 감소 전망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인력의 15%를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최장 한파와 폭설로 중국 전기차 판매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중국 제조사 비야디(BYD)의 전기차 주행거리가 잇단 한파 때문에 반토막 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국 전기차 주행거리는 1회 충전에 400~500km 정도인데, 중국 동북부 한랭지에선 성능이 떨어져 난방을 절약해도 주행거리가 절반인 200~250km로 떨어진다. 속도를 낼수록 최대 주행거리는 짧아진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고자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를 선택한 차주들은 오히려 기후위기의 역풍을 맞고 있다고 토로한다. 차주들의 속앓이가 줄을 이으면서 앞으로 가솔린 차량 구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를 외면하고 탁상공론만 해온 국제사회의 잘못이 부메랑이 되어 국민의 재산과 인명 피해로 커지고 있다. 적어도 대책을 마련하는 시기가 지구의 변화보다 빨라야 하는데, 최근 세계 곳곳을 위협하는 기상이변을 바라보니 인류는 어쩌면 기후변화 대응에 늦은 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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