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만 배 불린 희대의 악법, 10년째 개선 없어

[환경일보] SBS 유튜브 ‘깐깐남’이 휴대전화 요금에 대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최신 삼성 휴대전화를 미국 소비자들은 공짜로 구입하는데, 한국만 제값을 주고 구매한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단통법이 악법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 미국에서는 공짜로 주는 휴대전화를, 한국인들만 백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사야 한다니, 충격이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쟁을 막는 법이라니, 이거 공산당 아니야’라는 물음이 생길 정도였다.

단통법은 2014년 당시 미래부가 주도해 만든 법이다. 통신사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휴대전화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누구는 많이 받고, 누구는 덜 받는 불공평한 상황이 발생하니, 법으로  공평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 경쟁을 법으로 막는 희한한 법이 만들어진 결과 고객 모두가 공평하게 비싼 가격으로 휴대전화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2014년 단통법은 국회 본회의 전원 찬성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기며 통과했다. 표에 민감한 국회의원들이 단 한명의 반대도 없이 통과시켰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혹시, 이 법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대충 찬성하지 않았을까 하는 불충한 의심이 생길 지경이다.

단통법이 통과된 지 10년이 지났고 치솟은 휴대전화 가격에 국민들의 불만도 치솟았다. 이에 수많은 개정안이 국회 상정됐지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가, 전국민이 한대씩 보유한 휴대전화 가격과 관련된 법을 10년이나 처리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도 길거리에서 휴대전화를 공짜로 주던 꿈 같은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011부터 시작해서 017, 018 등 번호도 다양했고, 통신사들은 고객을 한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기자 역시 첫 휴대전화는 공짜였다.

통신 시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후에도 기기만 바꾸는 것보다 통신사를 바꾸는 번호이동이 훨씬 더 많은 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통법 이후 통신사 간 경쟁은 사라졌고, 투자는 인색해졌다. 값비싼 5세대(5G) 요금을 받으면서 망 설치에는 인색한 결과 통신 3사 모두 5G 28㎓대 서비스를 포기하게 됐다. 

지난해 통신 3사의 매출액은 58조원, 영업이익은 4조5천억원에 달했다. 반면 삼성을 제외한  팬택이나 LG 등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사라졌고, 소비자 부담은 커졌다. 

이쯤되면 단통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명확하다. 단통법 폐지, 이번에는 믿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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