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시민회의 “시멘트업계 주장만 대변”

9월22일 강원도 한 시멘트 공장 굴뚝에서 뿌연 분진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사진=환경일보DB
강원도 한 시멘트 공장 /사진=환경일보DB

[환경일보] 시멘트 포대에 시멘트 제조 시 사용된 폐기물의 종류와 원산지, 사용량, 함량 성분 등을 표시해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고, 주택용 시멘트와 산업용 시멘트를 분리 생산‧판매를 위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산자부 반대에 부딪혀 난항이 예상된다. 

아파트 및 건물, 빌딩 등 대부분이 발암물질과 중금속 등이 가득한 각종 폐기물을 20% 이상 투입해 생산된 시멘트로 신축되고 있다. 시멘트 생산업체들은 생산과정에서 위해성분을 제거했다고 하지만, 방사능과 발암물질, 각종 중금속은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최근 1년간(2022년 10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시멘트 중금속 함유량 실태를 보면 다양한 종류의 폐기물 사용해 생산한 국내 모든 시멘트 제조사(9개사)에서 EU 기준치를 최대 4.5배 초과하는 6가크롬이 검출되고 있다.

발암물질 비소(As)·중금속 구리(Cu) 검출되고 있음에도 이와 관련된 시멘트 함량 기준이 없는 상태다. 또한 독성물질인 수은(Hg)·납(Pb)이 시멘트에서 검출되고 있으나 이 역시 수은과 납에 대한 법적 기준치가 없다.

국제보건기구(이하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6가크롬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6가크롬은 사람의 피부에 닿거나 인체에 흡수되면 가려움증을 수반하는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아토피 등)은 물론 각종 암까지 일으키는 유해 중금속이다.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이 검출되고 있음에도 시민들에게 상세한 정보를 알기 쉽고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금속 검출에도 정보 공개 없어

폐기물을 시멘트의 원료로 사용한지 24년이 지난 현재, 국내 시멘트 제조사들은 20% 이상의 각종 폐기물을 사용해 생산되고 있으며, 국민들은 이러한 시멘트로 만들어진 아파트와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문제는 시멘트 제조사들이 폐기물을 시멘트의 원료로 사용하면서 시멘트에 사용되는 성분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시멘트 생산에는 각종 폐플라스틱·폐타이어·폐비닐·폐유·석탄재·오니류 등 88종이 넘는 폐기물을 원료나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국민 건강에 치명적인 중금속이 검출되고 있는 만큼, ‘폐기물 시멘트’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1급 발암물질인 ‘6가크롬’이 EU 기준치를 초과한 것은 물론, 비소, 구리, 아연 등 대부분의 중금속 성분이 검출됐다.

이런 중금속이 함유된 시멘트로 지어진 아파트나 주택에 입주해 몇 년씩 생활하는 경우 암은 물론, 아토피성 피부염, 가려움증, 알레르기, 두통, 신경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중금속이 함유된 시멘트로 지어진 아파트나 주택 건물에 입주해 몇 년씩 생활하는 경우 아토피성 피부염, 가려움증, 알레르기, 두통, 신경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폐기물 시멘트로 지어진 공간에 살면서도 시멘트에 어떤 폐기물이 포함됐는지, 중금속 성분은 무엇이고,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국내 시멘트 제조 공장 분진 배출 현장 /사진제공=환경자원순환업생존대책위원회
국내 시멘트 제조 공장 분진 배출 현장 /사진제공=환경자원순환업생존대책위원회

산자부, 시멘트 규제 개선안에 반대

이에 시멘트 포대에 시멘트 제조 시 사용된 폐기물의 종류와 원산지, 사용량, 함량 성분 등을 표시해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고, 주택용 시멘트와 산업용 시멘트를 분리 생산‧판매를 위한 규정을 마련해 국민 안전과 건강을 확보하기 위해 폐기물관리법이 제출됐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산업계 반대에 부딪혔고, 시멘트 등급제 도입과 벌칙 부분마저 삭제했음에도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산자부가 시멘트 정보공개 의무와 벌칙 규정에 반대하는 것은 시멘트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환노위의 수정안에서는 폐기물 시멘트 제조에 사용된 폐기물의 종류, 원산지, 구성성분을 포함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산자부는 시멘트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폐기물의 종류, 사용량, 중금속 함량을 각 시멘트업체 홈페이지에 이미 공개 중이며, 벌칙에서 시멘트에 한해 정보공개 의무 및 벌칙 규정을 부과하는 것은 타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주장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에 시멘트 공장 반입폐기물의 중금속 기준과 열량 기준이 있지만, 각종 폐기물로 만들어지는 시멘트 제품에 대한 뚜렷한 안전기준이 없어 중금속 관리기준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멘트 중금속 함량 분석주기 및 방식 등이 시멘트업체의 자율관리로 이뤄지다 보니 발암물질인 6가크롬(Cr(VI))의 자율관리기준은 20㎎/㎏로, EU(2㎎/㎏)의 10배, 미국(5㎎/㎏)의 4배 이상 완화됐고, 카드뮴(Cd), 수은(Hg), 탈륨(TI) 등은 기준조차 없는 실정이다.

5가지 중금속, 최대 140배 차이

2021년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결과, 6가 크롬, 비소, 구리, 수은, 납 등 5가지 중금속이 폐기물을 사용하지 않은 시멘트에 비해 최대 140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환경부도 시멘트업체의 반입폐기물에 대한 중금속 자율관리를 ‘법정관리’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멘트 중금속 성분은 환경과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 정보공개 거부, 허위정보 공개를 차단하는 벌칙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다양한 업종에서 정보를 공개와 관련해 벌칙 규정을 두고 있어 시멘트 업계만 특별하게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 수정안은 이미 시행령에 처벌 규정이 있는 조항만을 법으로 상향한 것에 불과하다.

아울러 산자부가 6가크롬 유해성 기준에 대한 고시를 반대하는 것 역시 시멘트 업계 의견을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시멘트 제품 6가크롬 관리체계 대한 유해성 기준 고시하도록 한다는 환경부의 부대의견은 이미 심도 있는 연구 결과이기 때문이다.

환경부 소속인 국립환경과학원은 2017년과 2018년에 연구논문을 통해 “투입폐기물로 인한 시멘트 제품의 환경성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적정한 투입 비율 고려 필요”, “사용되는 폐기물 대체연료가 시멘트 제품 내 중금속과 영향이 있음”이라고 명확히 명시할 정도로 선행연구가 진행됐다.

이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환경부는 2023년에 민관합동협의체인 ‘(가칭)시멘트 제품 환경관리 선진화 민관포럼’을 구성하고, 시멘트 소성로 투입물질인 천연물과 폐기물, 시멘트 제품의 유해성 물질 생성 여부, 원인 규명 및 위해성 평가 등 심도 있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특히, ‘시멘트 제품의 6가크롬 관리체계 선진화연구’ 최종보고가 올해 2월6일 발표됐다. 체계적인 연구수행 결과를 토대로 자율협약에 따른 6가크롬(Cr(VI)) 분석 방법 및 기준에 대한 제도개선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어렵게 환노위를 통과한 폐기물 시멘트 관련 법률안은 이미 환경부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므로, 국민들의 안전한 주거 환경조성과 건강한 삶의 보장하기 위해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산자부가 환경과 관련한 전문적인 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멘트 업계의 주장만을 그대로 받아들여 반대의 입장을 하는 것은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은 내버려둔체 기업의 이익만을 두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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