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커지는 사법‧의료 불신, 신뢰성 높일 방법 찾아야

[환경일보] 믿기 어려워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믿을 수밖에 없는 전문 분야가 있다. 바로 사법과 의료다.

두 분야에 진출한 인재들은 모두 전교 1~2등을 다투던 인재들이다. 지금은 사법고시가 없어졌지만, 문과 1등은 법과를 가고 이과 1등은 의대를 가던 시절도 있었다.

두 직업 모두 전문직 of 전문직이기에 깊은 지식이 필요하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사법과 의료에 대한 신뢰는 진즉에 땅에 떨어졌다.

사법계에는 ‘전관예우’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고위 법관·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온다는 의미인데, 이는 ‘전관예우’가 아니라 ‘전관비리’라 불러야 맞는 말이다.

재판의 장기화, 법원 인사제도, 상고 제도 등 산적한 사법개혁 과제 해결은 지지부진 하고 있으며, 그 결과 재판 결과·재판 진행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점점 높아지며 사법부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그 결과 한국 사회에 ‘사적 제재’가 일상이 됐다. 법적인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믿기에 개인 혹은 집단의 힘으로 사적인 복수를 감행하고, 대중은 이에 열광한다.

의료 분야 역시 사법계 못지않은 불신을 안고 있다. 몇 년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논란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의료계를 믿지 못하는지 보여준다.

실제로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3명 이상은 의사 집단(한의사, 양의사 모두)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심각한 의료와 사법에 대한 불신이 세트로 한 번에 나타나는 곳이 있다. 바로 교통사고다.

블랙박스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기에 일반인도 누가 잘못했는지, 중상인지 경상인지 판단할 수 있다. 물론 100%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대략 판단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식과 전혀 동떨어진 결과가 매우 자주 나타난다. 그것도 사법과 의료 두 가지 모두에서. 

교통사고를 한 번이라도 겪어본 사람이라면 분심위가 피해자가 아닌 보험사 편이며,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같은 사고라도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의료도 마찬가지다. 교통사고의 가장 흔한 풍경은 뒷목을 잡고 내리며 앓는 소리를 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스치기만 해도 병원에 드러눕고, 전치 2~3주는 기본이며 듣도 보도 못한 병명이 튀어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자동차보험 대인 배상 1인당 진료비는 2014년 73만원에서 2022년 약 112만원으로 54.8%나 증가했다. 총진료비 역시 2014년 1조4235억원에서 2022년 2조5142억원으로 76.6% 증가했다.

특히 중상환자(1~11등급) 부상보험금은 거의 늘지 않았지만, 경상환자(12~14등급)의 보험금은 크게 증가했다.

또 양방(의과) 진료비는 줄고 있지만, 비급여 비중이 높은 한방 진료비는 대폭 증가했다. 심평원에 따르면 양방 진료비는 2018년 1조2542억원에서 2022년 1조439억원으로 줄었지만, 한방 진료비는 7139억원에서 1조4636억원으로 증가했다.

우리 사회가 사법과 의료에 지불하는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 서비스 만족도가 너무 낮다. 의대 정원 충원도 중요하지만, 신뢰성을 높일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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