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환경일보] 대기오염은 전 세계적으로 공중보건의 가장 큰 위협이다. 매년 약 700만 명의 조기 사망을 초래한다.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는 다양한 차원에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대기오염 물질과 그 전구체는 온실가스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배출원을 공유한다. 전 세계적으로 초미세먼지의 85%,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의 99%가 에너지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에너지 부문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최대 배출원이기도 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주요 대기오염 물질은 태양 복사 등과 상호 작용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지구의 에너지 균형을 교란시켜 온난화를 야기하기도 하고, 폭염과 대기정체 등의 빈도와 강도를 변경함으로써 오염물질의 축적에 영향을 미쳐 대기오염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국제사회에서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를 ‘동전의 양면’으로 인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의 긴밀한 연관성은 대기 질 개선과 기후변화 대응이 제각각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메탄, 대류권 오존, 수소불화탄소, 블랙카본 등 단기수명 기후오염물질(SLCP)에 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이러한 인식이 확산된 결과이다. 이들 물질을 신속하게 줄일 수 있다면, 기후변화가 임계점을 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가속화할 가능성 또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는 국경을 뛰어넘는 초국가적 문제라는 공통점도 있다. 대기 흐름과 순환에는 장애물이 없고 온실가스도 어떤 국가가 배출한 것인지 꼬리표가 달려 있지 않다.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가스는 발생지뿐만 아니라 주변국 주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태롭게 하고 생태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호흡공동체’인 이웃국가들과의 모니터링, 관측 데이터 보고, 경험 및 지식공유는 문제 해결의 필수 전제조건임이 분명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1월 발표한 ‘세계 위험 보고서 2024’를 통해 세계는 가속화하는 기술발전과 경제적 불확실성을 배경으로 기후변화와 군사적 갈등이라는 두 가지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적대적 행위의 분출과 결합된 지정학적 긴장은 군사외교적 양극화와 불안정한 글로벌 질서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기후변화 적응 노력과 가용 자원의 제약은 이미 발생하고 있는 기후변화 관련 사건의 규모와 강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다수 국가들은 기록적인 기상이변과 씨름하고 있는 중이다.

세계경제포럼의 설문에 응답한 학계, 기업, 정부, 국제기구 및 시민사회 지도자 약 1500명의 3분의 2가량은, 글로벌 협력이 약화됨에 따라 대기오염과 기후변화 등 초국가적인 위험 대응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위험에 대한 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임에도 주요국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향후 10년간 세계질서를 지배할 다극체제의 합의와 협력 부족, 그리고 그에 따른 ‘분열된 세계의 지속’이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기오염과 기후변화 대응은 단순히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가스 줄이기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 경제, 산업, 교통, 에너지,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꾀하는 거대한 사회혁신 작업에 가깝다. 사회혁신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무엇보다도 과학과 정책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좁혀야 한다. 과학자들은 종종 대기정책과 기후정책의 과학적 근거 부족을 우려하는 반면, 정책 의사결정권자들은 과학의 불확실성과 낮은 컨센서스 문제를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의 역할에 대해서도 숙고할 필요가 있다. 기술의 쓰임새, 더 나아가 기술발전의 방향과 속도는 사회경제적 제도의 영향을 받는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을 때 중요한 것은, 신기술 자체보다는 그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준비 수준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원 및 에너지 이용 시스템의 구조적 혁신을 통해 신기술의 효용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탄소중립과 클린에어 기후테크’의 시장도 그래야만 활짝 열릴 수 있다.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의 원인을 찾아내고 사회 시스템을 교정하는 것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가능한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핵심가치의 중요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함께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공동행동이 절실하다. ‘탄소중립과 클린에어 기후테크 컨퍼런스’를 계기로 대기오염과 기후위기 극복의 실마리가 마련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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