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일본식 한자 대신 적절한 단어로 대체해야

[환경일보] 치매(癡呆)라는 한자를 해석하면 어리석을 치(癡)에 어리석을 매(呆)자를 써서 어리석고 또 어리석다는 뜻이다. 뇌에 이상이 생겨 정신이 상실된 상태라는 뜻의 dementia라는 단어를 일본식 한자로 치환한 것인데, 정작 일본에서는 쓰지 않는 단어다.

그래서 일본은 인지증, 대만은 실지증, 중국은 뇌퇴화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정작 우리만 아직도 치매라는 듣기 거북한 단어를 고집하고 있다.

치매는 단순히 사람의 지능지수가 떨어져서 멍청해지는 병이 아니다. 치매는 증상일 뿐,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에 불과하다. 단순히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어능력, 주의력, 지남력 등의 뇌 기능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증상이다.

치매 중 가장 대표적인 병이 알츠하이머인데 대략 7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츠하이머는 뇌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쌓여 뇌세포가 손상되는 병이다. 뇌세포가 손상됐으니 뇌가 정상적인 기능을 못 한다. 뇌의 부위별로 담당하는 기능이 따르기에 어디 부위가 손상됐느냐에 따라 증상도 제각각이다.

대표적인 치매 증상인 잦은 감정기복, 화를 잘 내고 상식 밖의 행동을 자주 저지른다면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뇌에 단백질이 쌓이는 이유를 규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알 수 없기에 해결방법도 요원한 상태다.

뇌에 쌓인 단백질을 제거하는 레켐비와 도나네맙이라는 치료제가 나왔지만 인지 저하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을 뿐 근원적으로 치매를 낫게 해주지는 못한다. 그나마도 임상시험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치료비가 비싸고 부작용 우려도 크다.

최근 연구에서 뇌에 축적되는 이물질이 배출되는 통로를 찾아냈다는 소식도 있는데,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치매 환자들의 특징은 기억이 왜곡돼 있다는 것이다. 뇌세포 손상으로 기억이 뒤죽박죽된 것이다. 더욱이 새로운 사실을 머리에 입력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단순한 상식을 전달해도 항상 처음 듣는 것처럼 새롭다.

실수를 저질러도, 실수한 사실 자체를 잊기 때문에 “내가 하지 않았다”며 억울해한다. 가족 입장에서야 환장할 노릇이지만 치매환자 입장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실수한 기억이 없다.

대신 가족이나 친인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화를 낸 기억만 남기 때문에, 실수에 대해 지적하고 화를 낼수록 관계만 악화된다. 때문에 행동을 교정하려 하거나 훈계하는 것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길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치매는 바보가 되는 병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부분적으로 뇌 기능이 상실됐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는 선명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치매환자가 모를 것이라 생각하면서 나쁜 기억을 끄집어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치매는 바보가 되는 병이 아니다. 치매라는 단어부터 다른 단어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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