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버스 예정지에서 멸종위기 큰고니 발견, 생태 파괴 우려

[환경일보] 서울환경연합과 북부환경정의중랑천사람들, 시민들이 참여하는 2023-2024 서울 철새보호구역 시민조사단은 2월17일(토) 오후 한강에서 월동하는 큰고니 무리를 발견했다.

큰고니 무리는 11마리로, 옛 저자도 인근의 포구 ‘두모포’ 일대인 중랑천과 한강 본류 합류부에서 휴식 및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큰고니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Ⅱ급으로 한강 두모포에서 큰고니가 발견된 건 지난 2022년 이후 처음이다.

큰고니는 자연이 회복된 미래의 한강, 그 상상 속 주인공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에 이번 도래는 더욱 뜻깊다.

2월17일 한강에서 큰고니가 발견됐다 /사진출처=임계훈 서울철새보호구역시민조사단
2월17일 한강에서 큰고니가 발견됐다 /사진출처=임계훈 서울철새보호구역시민조사단

2013년 서울시와 한강시민위원회는 한강을 생명의 강으로 살리겠다고 선언하며 “두모포에 큰고니가 날아오르고, 아이들이 멱을 감는 한강”이라는 2030 한강의 미래상을 선포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한강에 숲을 조성하고, 지천의 물길을 회복하고, 호안을 자연형으로 복원해왔다. 큰고니의 도래는 그간의 한강 복원 노력에 대한 새의 응답인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큰고니를 두모포에서 관찰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한강 리버버스 플랜'에 따르면, 큰고니가 발견된 옥수역 인근에 선착장이 신설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두모포 일대는 올 10월부터 뱃길로 이용된다. 리버버스 운항노선 중 ‘여의도↔잠실 급행노선’과 ‘옥수↔뚝섬 일반노선’이 모두 이 일대를 지나가게 된다.

리버버스 선착장 및 노선 예정지 /자료출처=서울시
리버버스 선착장 및 노선 예정지 /자료출처=서울시

선착장이 들어설 옥수역 앞은 옛 저자도가 있었던 자리로, 1960년대 말 건축자재용으로 파내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최근 모래와 자갈이 쌓이며 점진적으로 자연성을 회복해가고 있는 공간이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Ⅰ급 흰꼬리수리를 포함한 수많은 물새의 서식지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저자도 자리에 선착장을 조성한다면 준설 등 대규모 토목공사가 불가피하다.

리버버스는 유람선의 두 배 속도(20노트, 시속 37㎞)로 달린다. 150톤급 선박이 일 48회~68회를 빠른 속도로 지난다면 큰고니를 포함한 다수의 겨울철새가 안전하게 월동하기란 불가능하다. 빠르게 달리는 리버버스가 철새를 계속 날려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철새 서식지를 지날 때 선박 속도를 제한한다면 철새에겐 영향을 덜 미칠 수 있겠지만 대중교통으로서 필수적인 속도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어느 면으로 보아도 한강에 리버버스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2월 17일 저자도에서 흰꼬리수리가 쉬고 있다. /사진=임계훈 서울철새보호구역시민조사단
2월 17일 저자도에서 흰꼬리수리가 쉬고 있다. /사진=임계훈 서울철새보호구역시민조사단

지난 12일 유엔환경계획에서 발표한 이동성 야생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이동성 야생동물 보호협약(CMS)’로 보호받는 조류962종 중 134종(14%)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유엔환경계획은 인간 활동에 따른 서식지 파괴를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서울환경연합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꿈꾸는 ‘글로벌 TOP5 도시 서울’은 런던의 리버버스를 한강에 따라 만든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서울시가 ‘글로벌 도시’를 목표한다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철새를 보호하는 국제적 협력에 동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철새를 쫓아내는 한강 리버버스 사업은 이제라도 재검토하고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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