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용 폐목재는 중금속 기준 적용, 목재 재활용은 무사 통과
오염물질 처리 과정 없이 목재보드제품으로 재활용, 소비자 건강 우려

[환경일보] 2021년 포름알데히드가 방출되는 E1 등급(1.5㎎/ℓ 이하)의 파티클보드로 제작한 국내 목재가구를 친환경 제품으로 광고해 이를 제재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유독성 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각종 질병을 유발하며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독성 물질이 확인되고 있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선진국 수준인 E0 등급(0.5㎎/ℓ 이하)의 목재가구 자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포름알데히드는 눈과 호흡기의 자극제로서 일차적 자극성 및 알러지성 피부염을 유발하고 고농도에서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물질이다.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기준은 파티클보드 KS 규격(KS F 3104:2022)이며, SE0 등급 0.3㎎/ℓ 이하, E0 등급 0.5㎎/ℓ 이하, E1 등급 1.5㎎/ℓ 이하이다.

이러한 시류를 반영하듯 대표적인 목재보드 생산업체들은 자사가 생산한 파티클보드는 친환경 제품이고, 친환경 등급(SE0, E0)의 제품 확대를 목표로 친환경 자재 사용과 환경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목재보드 생산업체의 행태를 볼 때, 과연 친환경 보드 제품을 생산하려는 것이 맞는지, 그린워싱(Green Washing)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

비환경(E1 등급 이하) 파티클보드 국내 유통현황 /자료출처=산림청, 2021년 기준 목재이용실태조사 보고서
비환경(E1 등급 이하) 파티클보드 국내 유통현황 /자료출처=산림청, 2021년 기준 목재이용실태조사 보고서

경제성보다 인체 유해성부터 고려해야

국내 목재보드 생산업계는 2023년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에 접착제‧페인트‧기름‧콘크리트 등으로 오염된 폐목재와 건설폐목재도 파티클보드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다른 방법의 폐목재 재활용, 즉 연료 재활용을 제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무심코 지나친다면 폐목재를 다시 목재보드 제품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국내 목재보드 생산업체가 홍보하고 있는 것처럼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인체 유해성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2022년 산림청이 발표한 목재이용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비환경(E1 등급 이하) 파티클보드 제품의 국내 유통 현황을 보면 수입 제품은 17.1%에 불과한 반면, 국산 제품은 51% 이상이 친환경적이지 않은 파티클보드 제품으로 유통되고 있다.

국산 제품의 E1 등급 유통비율이 최근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실내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실생활에서 사람과 직접 접촉하는 가구재의 특성상 폐목재를 사용해 생산하면 폐목재의 유해한 성분이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더욱이 국내 목재보드 생산업체가 오염된 폐목재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생산원가는 낮출 수 있겠지만 제품의 환경성은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소비자는 가정, 사무실 등 밀폐된 생활 공간에서 유해환경 노출로 인한 건강상 피해를 받을 우려가 크다.

국립산림과학원(데시케이터법)과 환경부(소형챔버법)의 목재판상제품의 폼알데하이드 측정방법 /자료제공=국립산림과학원
국립산림과학원(데시케이터법)과 환경부(소형챔버법)의 목재판상제품의 폼알데하이드 측정방법 /자료제공=국립산림과학원

유해물질 제거 과정 없이 재활용

이렇게 우려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폐목재를 파티클보드 등의 원료로 사용하는 목재보드 생산 과정은 파쇄, 선별, 건조 등의 처리가 전부다.

투입 원료 자체의 유해성을 제거하는 공정이 없어 원료의 오염성‧유해성이 목재보드 제품에 크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독일의 경우에는 폐목재 회수 및 폐기 요건에 관한 규정(Waste Wood Ordinance – AltholzV)으로 목재제품 원료로 반입되는 폐목재의 중금속 함량 기준을 둬 관리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는 목재보드 제품에 대한 포름알데히드 방출 기준만 있을 뿐, 폐목재 원료에 대한 유해물질 규제 기준이 없어 중금속에 오염된 폐목재가 사용되더라도 포름알데히드 기준만 충족하면 문제가 없다.

특히 더 엄격히 관리해야 할 목제제품 원료에 대해서는 중금속 기준이 없고, 산업시설에서 연료(Bio-SRF)로 사용해 소각하는 폐목재에 대해서만 중금속 기준이 설정된 모순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목재제품 원료 등으로 반입되는 폐목재의 중금속 한계값 독일연방법무부, 폐목재 회수 및 폐기 요건에 관한 규정 - 부속서 Ⅱ
목재제품 원료 등으로 반입되는 폐목재의 중금속 한계값 /자료출처=독일연방법무부, 폐목재 회수 및 폐기 요건에 관한 규정 - 부속서 Ⅱ

폐목재 연료 60%는 발전용

국내 목재보드 생산업체가 오염된 폐목재, 건설폐목재의 재활용 방법을 제한해달라는 요구에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있다.

2007년 당시 국내는 전체 폐목재 재활용이 36%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불법소각, 매립, 부적정 가공으로 환경문제와 자원 낭비가 심했다.

이에 정부는 폐목재의 재활용 촉진과 함께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폐목재를 연료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이하 ‘REC’)를 부여해 발전사업자의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이하 ‘RPS’) 실적으로 인정하고 발급된 REC를 시장에서 거래하도록 해 단순히 소각‧매립되던 폐목재를 재활용 촉진하도록 했다.

참고로 RPS란 500㎿ 이상의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공급 의무화한 제도를 말하며,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공급했음을 증명하는 공급인증서를 REC라고 한다.

현재 폐목재 연료(바이오 고형연료제품, BIO-SRF)의 60% 이상을 발전시설에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목재보드 생산업체의 요구처럼 다른 방법의 재활용을 제한하게 되면(폐목재에 대해 REC를 부여하지 않는 대상품목을 확대), 발전시설에서 폐목재를 연료로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실제로 한국환경공단의 ‘고형연료제품 제조‧사용‧수입 현황’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연간 국산 Bio-SRF 사용량 260만톤 중 발전시설에서 162만톤을 사용하고 있다.

폐목재 연료(바이오 고형연료제품, BIO-SRF)의 60% 이상을 발전시설에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
폐목재 연료(바이오 고형연료제품, BIO-SRF)의 60% 이상을 발전시설에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

에너지와 목재 재활용 장단점 따져봐야

그럼에도 목재보드 생산업체가 환경에 유해한 폐목재 재활용에 매달리는 것은 원가 절감 때문이다.

폐목재 재활용은 크게 물질 재활용, 에너지 재활용으로 나뉘는데, 물질 재활용은 대부분이 파티클보드 등 목재제품의 원료이고, 에너지 재활용은 발전시설에서 연료 용도이다.

그래서 발전시설에서 재활용되는 폐목재 연료에 REC를 부여하지 않으면 발전시설에서는 폐목재 연료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렇게 남아도는 폐목재는 목재보드 생산업체로 흘러가게 되는데, 목재보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3개사에 불과하다.

폐목재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영세‧중소기업인 폐목재 공급자들은 이들 업체의 입김에 휘둘리고 있는데, 연료 재활용마저 막힌다면 목재보드 생산업체가 절대 우위인 독과점 시장구조가 강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목재보드 생산업체들은 앞에서는 폐목재에 REC를 부여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정작 자신들은 폐목재 연료(Bio-SRF) 제조사업과 발전사업에 뛰어 들고 있다”며 “규제혁신추진단이 이러한 사실과 문제점을 알면서도 국내 목재보드 생산업체의 편에 선다면 특정 기업을 비호하고 정부가 독과점 형성에 앞장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 문제는 겉으로는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폐목재를 연료로 재활용할지, 목재제품으로 재활용할지 다투는 모양새이지만, 안으로는 중소업체들의 생계와 소비자들의 쾌적한 실내환경을 누릴 권리와 함께 재생에너지 공급과도 연관돼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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