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과 안재형 농업연구사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과 안재형 농업연구사
국립농업과학원 안재형 농업연구사

[환경일보] 지난해, 지구는 산업화 이후 가장 뜨거웠다. 세계는 폭염, 가뭄, 산불, 홍수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큰 피해를 겪었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52℃ 상승해 국제사회가 넘어선 안 된다고 약속했던 1.5℃를 넘어섰다. 과학자들은 지구 기온이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기후변화의 주원인은 수억 년 땅속에 잠들어 있던 화석연료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연소하면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기존의 탄소 순환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해양, 산림, 토양이 흡수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해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대기에 축적되고 지구에서 우주로 방출되는 열을 가둬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많은 전문가가 화석연료에 기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일찍 산업화를 이룬 선진국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는 서구의 과학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주요 산업을 농업에서 제조업‧중공업으로 전환하면서 부족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몇몇 부작용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2022년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10위이고, 국토 면적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위 10개국 중 1위다. 우리나라 기온은 지난 109년간 1.6℃ 올랐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인 1.1℃보다 0.5℃ 높은 수치다. 해수면 온도도 50년간 1.23℃ 상승해 지구 평균인 0.48℃보다 2.6배나 높았다.

농업 비롯해 산림·갯벌 등 온실가스 흡수원 보존·관리 중요

농업은 기후위기 극복뿐만 아니라 미래 식량안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농업은 기후위기 극복뿐만 아니라 미래 식량안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해야 한다는 국제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잠시 감소했다가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많은 나라가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이고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으로 화석연료를 점차 대체하며,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이용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축적을 막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에 부족한 모양새다. 여기에 더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첫째로 정부, 기업, 개인은 에너지와 자원의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발생한 폐기물은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양보가 필요하다.

둘째로 농업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 농업에서도 온실가스가 발생하나 이는 화석연료 연소보다는 이전부터 존재하던 탄소 순환의 일부에서 비롯된 것이 크다. 또한, 농경지의 이산화탄소 흡수 기능까지 본다면 농업은 다른 산업보다 탄소중립에 가까운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극단적인 기후변화는 작물 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식량 가격을 높인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20~30년 이내 식량 위기를 겪을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농업은 기후위기 극복뿐만 아니라 미래 식량안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외에도 산림, 갯벌 등 온실가스 흡수원의 보존과 관리,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협력 등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달려왔다. 그러나 순환을 고려하지 않은 발전이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을, 기후변화로 변해가는 환경을 보며 여실히 깨닫고 있다. 우리와 우리 후손들을 위해 잠시 멈춰 주위를 살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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