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관대한 문화가 알코올 중독 부추겨

[환경일보] 술과 관련된 표현 중 하나가 ‘술을 많이 마신다’가 아니라 ‘술을 잘 마신다’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이 무슨 대단한 특기인 것처럼 ‘잘 마신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술주정뱅이’라고 하면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은 중년 남성이 집에서 핀둥핀둥 놀면서 “마누라 술 가져와”라고 깽판을 부리는 모습과 그에 고통받는 아내와 자녀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알코올의존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허들이 낮다. ‘애주가’라고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사실은 알코올중독 초기 또는 중기 이상이다.

직장에 나가 일을 하거나 집안일을 한다고 해서 알코올중독이 아니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기 할 일을 하면서 계속해서 술을 마시는 사람은 알코올의존증에 이미 접어들었으며 점점 심해지는 상태다.

1980~1990년대 술 광고는 아저씨들이 나왔지만 지금의 술 광고는 아이돌과 배우들이 나온다. 

아이들은 술의 해악을 배우기 전에 TV에서 선남선녀들이 로맨틱한 분위기에서 술 마시는 장면을 보며 음주에 대한 로망부터 키운다. 드라마에서 사회생활을 상징하는 장면은 대부분 회식이다. 

일년에 주세로 걷히는 돈은 연간 3조원이다. 술 판매량이 아니라 국가에서 세금으로 떼가는 돈이 무려 3조다. 반면 음주폐해 예방을 위해 사용되는 돈은 20억원도 안 된다. 흡연폐해 예방 예산이 1000억원을 넘는 것에 비하면 쥐꼬리만한 금액이다.

게다가 물가가 오르면 국가는 서민경제를 위한다며 술에 붙는 세금을 줄여 가격을 인하시킨다. 가격이 떨어지면 소비가 늘어나는 게 시장경제다. 물가가 오르고 경기도 안 좋은데 술이나 마시고 취해 시름을 잊으라고 국가적으로 배려한다.

국민경제가 안 좋다고 담배에 붙는 세금을 줄이면 난리가 나겠지만 술에 붙는 세금을 줄이면 환영한다. 가뜩이나 경제도 안 좋은데 술이나 많이 퍼마시라는건지 이해하기 힘든 조치이지만, 아무도 반박하지 않는다.

담배 피우며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고 다른 사람을 상하게 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지만, 음주운전 사고는 끊임없이 사회면에 등장한다. 

담배 피우다 열 받아서 다른 사람과 다투는 일은 별로 없지만 술에 취해 감정 조절이 안 돼서 다투고, 심하면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해치는 일은 엄청나게 많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흡연보다 술에 너그럽다. 어른 앞에서 맞담배를 피우면 싸가지 없는 놈이지만, 술은 어른한테 배우라고 권한다.

그러나 알코올중독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20대 알코올중독자는 수도 없이 많고, 돈이 많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해서 피해가지 않는다. 알코올중독은 병이기 때문이다.

술을 끊으면 사회생활 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나의 인간관계가 술이 없으면 끊어질 정도로 얄팍한가’ 생각해 볼 일이다.

술을 조절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마약을 조절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술도, 담배도 증독성에 있어서는 마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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