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급식소 문제보다 철새도래지 위협하는 해양 폐기물부터 치워야

[환경일보] 새(乙)가 많고, 물이 맑다(淑)는 섬(島), 을숙도. 맑아야 할 물은 쓰레기로 오염돼 을숙도(乙淑島)라는 이름 자체가 위태로울 지경이다. 전국 첫 국가도시공원에 도전하고 있는 을숙도 갈대숲에는 플라스틱 폐기물 등 쓰레기가 가득하다. 버려진 어선의 폐유가 유출된다면 모든 생물에게 치명적이다. 부산 사하구 낙동강 끝자락에서 남해를 바라보는 이곳은 철새 도래지다. 환경단체 초록생활 관계자는 “철새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는 등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이는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렇듯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을숙도에는, 고양이급식소를 둘러싼 갈등도 한창이다. 지난해 10월, 문화재청은 부산시·사하구 등에 2024년 1월 말까지 급식소 철거와 90일 이내 원상복구 공문을 보냈다. “문화재보호구역에 허가를 받지 않고 고양이급식소를 설치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다.

2월15일, 을숙도에서 고양이급식소를 관리하는 단체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을 포함해 전국 129개 동물권 단체와 약 1만5100명의 시민이 규탄 성명서를 냈다. 지난 1월25일부터 성명서에 동참한 단체와 개인은 “명확한 조사 없이 길고양이가 철새를 위협한다는 낙인을 찍으면 안 된다“, “고양이급식소 운영이 오히려 고양이 개체 수 관리에 도움이 된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고양이가 새를 위협한다”라는 주장과 그에 따른 조치는 이번 을숙도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해 마라도 고양이 반출 사례를 들 수 있다. 지난해 3월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위협한다”라는 이유로 제주도 서귀포시 마라도에서 고양이 45마리가 반출됐다. 그 후 약 1년, 현재 마라도는 늘어난 쥐 출몰로 골치를 앓고 있다. 결국 제주세계유산본부는 마라도와 함께 쥐 퇴치에 나섰고, 쥐 퇴치에 투입된 예산은 지난해 6000만원, 올해 1억원이라고 한다. 당초 쥐 퇴치를 위해 섬에 들여온 고양이들을 내쫓은 결과다.

을숙도에서 고양이급식소를 철거할 경우, 마라도처럼 쥐 출몰이 증가할까? 을숙도 길고양이가 실제로 철새를 위협할까? 동물권단체의 주장처럼, 급식소 운영이 고양이 개체 수 조절 및 철새와의 공존에 도움이 될까? 모두 필요한 질문들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들을 던지기 전에, 쓰레기부터 치워야 하지 않을까. 고양이가 철새에게 얼마나 위협적인지는 몰라도,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와 썩은 기름이 철새를 포함해 모든 생물을 위협하는 것은 분명하니 말이다.

동명의 뮤지컬로도 제작된 영화 ‘영웅’(2022)에서,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후 체포돼 재판을 받으면서, 이토 히로부미의 죄목을 15개에 걸쳐 고발하며, ‘누가 죄인인가’하고 외친다. 자연환경에 대한 인간의 죄목을 조목조목 들자면, 15가지는 족히 되지 않을까. 다른 종(種)의 동물에게 가한 폭력까지 포함해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듯하다. 만일 뿔쇠오리, 철새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삶터에서 쫓겨나고 밥터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마라도와 을숙도의 고양이, ‘유해야생동물’로 낙인 찍혀 박대를 받다 못해 이제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 고라니와 비둘기가 인간과 함께 ‘생태법정’에 선다면 어떨지, 그들 모두 인간을 향해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외치지 않을까?

”누가 유해동물인가?“
”지구상에서 인간보다 유해한 종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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