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3위로 하위권··· 노동자 권리 침해, 탈탄소 노력 지적

[환경일보] 자동차 제조업체의 기후, 환경, 인권 측면의 책임 있는 전환의 주체가 되도록 독려하는 세계 동시 캠페인 ‘리드 더 차지’(Lead the Charge, 선봉을 이끌다)가 28일 세계 대표 자동차 제조업체의 기후, 인권 대응 순위를 분석한 두 번째 리더보드(Leaderboard)를 발표했다.

현대자동차는 18개의 자동차 기업 중 10위를 기록했으며, 기아차는 13위를 기록해 하위권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리드더차지는 자동차 제조업의 공급망에서 배출되는 가스, 환경 피해 및 인권 침해를 근절하려는 노력 등을 평가해 세계의 자동차 회사 18곳을 평가했다.

리더보드는 특히 단순한 전기차(EV) 현황을 평가하기보단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공정한 과정으로 인권을 존중하며 자동차를 생산했는지, 또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갖췄는지를 평가한 데 의의가 있다.

리드더차지가 출범한 지난해 첫 평가 결과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18개의 기업 중 11위를 기록했으며, 기아차는 18개의 기업 중 14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우선 현대자동차는 2023년 11위에서 올해 10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업장별 근로자 인권 위험을 공개하고, 공급망이 소폭 개선되면서 순위를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영역에서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1계단 상승에 그치게 했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생산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철강, 알루미늄, 배터리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 및 환경 영향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영국의 기후 싱크탱크 인플루언스맵(InfluenceMap)의 자동차 산업 환경 로비 부문에서 지난해와 같이 뒤에서 2번째로 낮은 점수를 받으며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조지아주와 앨라배마주의 노동 단체로부터 미국 내 공급망에서 노동자의 권리 침해와 관련된 비판을 받았으며, 이들은 현대자동차에 공급업체에 대한 3차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지역사회와 지역사회 혜택 협약을 체결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요구에도 응답이 없는 상황으로 이 같은 상황도 점수에 반영됐다.

기아차의 경우에도 EV9을 통해 지속가능한 소재 혁신을 내세우고 있지만, 첫 번째 리더보드에서 저조한점수를 받아 14위를 기록했으며, 이번 리더보드에서도 2점 상승에 그쳐 13위를 기록해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기아차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환경적으로 책임감 있는 알루미늄 부문과 원주민의 권리 부문에서 0점을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또한 기아차는 철강, 알루미늄, 배터리 탈탄소화 노력 등의 모든 항목에서 10점 미만의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특히 유럽과 미국 기업의 리더보드의 평균 총점은 각각 28점과 31점으로 매우 비슷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현대자동차는 15점, 기아차는 8점이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는 환경적 책임, 인권, 지속가능한 관행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유럽 및 미국 타 경쟁 기업들과는 확연한 차이로 부각되며 하위권에 머문 것이다.

기후솔루션 철강팀 이명주 책임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는 국내외 주요 브랜드이다. 특히 분명한 기회가 있는데도 공급망을 관리하지 못하면 미국, 유럽, 심지어 중국 등지의 민첩하고 기민한 경쟁업체에 뒤처질 위험이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는 조달 목표를 설정하고, 퍼스트 무버 연합 및 스틸제로와 같은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현대제철 및 포스코와 같은 공급업체와 저탄소 철강 조달에 대한 논의를 지속 및 강화해 진정한 미래의 친환경 자동차를 제조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는 환경적 책임, 인권, 지속가능한 관행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유럽 및 미국 타 경쟁 기업들과는 확연한 차이로 부각되며 하위권에 머물렀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는 환경적 책임, 인권, 지속가능한 관행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유럽 및 미국 타 경쟁 기업들과는 확연한 차이로 부각되며 하위권에 머물렀다. /사진=환경일보DB

올해 리더보드 1위는 지난해 2위였던 포드로서, 메르세데스(40점)를 제치고 42점으로 정상을 차지했다. 포드는 철강 및 알루미늄 탈탄소화에 대한 진전과 책임 있는 전환 광물 조달에 업계 최고 순위에 올랐다.

특히 포드는 테슬라와 함께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성과를 크게 개선하면서 메르세데스를 제친 것이다. 포드는 특히 전환 광물 부문에서 86점을 기록해 각각 22점과 44점을 기록한 테슬라와 메르세데스를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42점을 기록해 업계 1위를 달성한 포드마저도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큰 점수 상승을 기록한 것은 테슬라였는데 지난해 9위였던 테슬라는 올해 35점을 기록하며 무려 3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지난해 공급망(scope 3) 배출량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던 소수의 자동차 회사들 중 하나였던 테슬라는 올해 철강, 알루미늄 및 배터리 생산별로 구분된 공급망 배출량을 공개한 최초의 자동차 회사가 됐으며, 이런 부분이 순위 상승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테슬라는 전환 광물의 책임 있는 조달과 원주민 권리 부문에서도 주목할 만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테슬라는 리더보드의 8개 부문에서 모두 개선된 유일한 기업으로 화석연료 없는 지속가능한 공급망 부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줬다.

포드, GM, 테슬라 같은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이렇듯 지난해보다 성과를 내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여 평균 19점의 점수가 증가했다. 같은 지표에 대해 나머지 15개의 회사들은 평균 증가율이 1점에 불과했다.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평균 10점 내외의 점수로 미국 및 유럽 회사들에 현저히 뒤처졌다. 혼다와 토요타는 전기로의 전환 부문에서 리더보드에서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공급망 탈탄소화 및 인권 존중 부문에서도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실제로 토요타와 리더보드는 화석연료 없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공급망 부문의 4개 부문 중 어느 하나에서도 점수가 상승하지 않은 유일한 회사였다. 특히 토요타는 한 해 동안 진전이 없었기 때문에 13위에서 15위로 떨어졌다.

그러나 1위, 2위를 차지한 업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들도 자동차 공급망 전반에서 공정하고 공평한 전환을 보장하는 데 소극적이며, 이는 업계 전체의 특징으로 나타났다.

전환 광물의 책임 있는 조달, 원주민의 권리,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평균 점수는 2점 상승하는 데 그쳤으며, 18개 자동차 제조업체 중 11곳은 원주민의 권리에 대해 0점에 머물렀다. 이는 자동차 업계가 인권 부문에서 개선의 의지가 없다는 것과 같다.

리드더차지 연대 단체들은 “여러 영역에서 중요한 진전은 있었으나 자동차 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리더보드에서 5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기업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전기차로의 급속한 전환이 자동차 산업의 오염된 배기관 배출 문제를 해결함에 따라 자동차 회사들은 진정으로 청정한 전기차를 제조하기 위해 공급망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공급망에서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채굴부터 제조, 재사용, 재활용, 인권 등의 측면에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