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금 구조에만 몰두한 게임업계 실패 답습

[환경일보] 20세기 말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이라는 정부 정책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은 대상은 게임업계였다. 가정마다 PC가 도입되고 전국에 피시방이 깔리면서 스타크래프트는 고스톱에 버금가는 국민게임의 반열에 오를 정도였다.

이후 게임업계는 성장을 거듭해 게임리그가 활성화되고, 오락실에서 엄마에게 등짝 맞으며 게임을 하던 코찔찔이들이 억대의 연봉을 받는 프로게이머가 됐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을 기점으로 전에 없던 매출 신장세를 보이면서 게임은 집에서도 많은 이들과 온라인으로 접촉하고,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로서 주목받았고, 2021년 상반기 10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였다.

문제는 게임업계의 지나친 과금 구조였다. 게임의 본질인 재미보다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터는 데만 몰두하면서 게임업계의 수익구조는 크게 개선됐지만,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크게 떨어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소비자를 봉 취급하는데 어떤 소비자가 순순히 지갑을 열겠는가? 더 많은 돈을 쓰는 자가 이기는 PAY TO WIN 구조에 질린 소비자들은 게임을 떠나기 시작했다. 2023년 상반기 게임업계 매출액은 9조 4천억을 기록, 확실한 내림새로 돌아섰다.

새롭게 출시한 게임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고, 기존 게임들의 매출은 갈수록 떨어지면서 게임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이는 K-POP으로 대변되는 음악시장도 마찬가지다. 20세기 말 H.O.T와 젝키 등 1세대 아이돌이 나온 이후 K-POP 시장 역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빌보드 2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스타로 떠올랐고, 급기야 BTS가 빌보드 1위를 기록하며 K-POP은 확실히 돈이 되는 산업으로 부상했다.

K-POP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했으며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하는 기획사들이 등장했고 BTS, 블랙핑크로 대표되는 아티스트들은 확실한 글로벌 스타로 떠올랐다.

반면 이들에게 돈을 쓰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호구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있다.

21세기 초 한 대선후보가 여자고등학교를 방문해 10대 소녀들을 향해 “여러분들을 보니 ‘빠순이 부대’가 많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70년대 차순이, 80년대 공순이처럼 빠순이는 90년대 유흥업소 여성을 비하하는 말로, 아이돌 팬을 비하하는 용도로도 사용되는 것을 모르고 사용한 것이 문제였다.

20여 년이 지났지만 K-POP 팬들을 빠순이로 보는 문화는 달라지지 않았다. 경호원에게 밀쳐 상처를 입는 일은 일상이고, 팬 사인회 입장객들의 속옷을 검사하는 등 과도한 몸수색으로 수치심을 느끼게 만드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게다가 게임업계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던 사람들은 음악업계로 유입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면서 기획사는 더 많은 돈을 벌었지만, 팬들의 주머니는 가벼워졌고, 불만은 커졌다. 팬들과의 소통, SNS 라이브 방송 등이 유료·상품화됐고, 굿즈와 콘서트 티켓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코로나19 이전 10만원 안팎이던 티켓값은 20만원에 육박했다.

K-POP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아이돌들은 글로벌 스타가 됐지만, 이들을 먹여 살린 팬들의 위상은 ‘빠순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음악시장은 게임업계가 저지른 실수를 답습할 것인가? 지금으로 봐서는 별로 다를 것 같지 않다. 소비자가 계속되는 현질에 지쳐 현실을 돌아보는 순간 탈덕을 결심하는 것은 게임이나 K-POP이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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