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그린벨트 해제 발표··· 세계 추세에 역행

[환경일보] 정부가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인구 유출과 고령화 등으로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린벨트 해제로 난개발로 인한 문제를 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13번째 민생 토론회를 열고, 수도권 그린벨트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토지이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비수도권에서 국가 주도 사업과 지역전략사업을 추진하면 1·2등급 그린벨트도 해제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기존에는 표고, 경사도, 식물상, 수질 등 6개 지표 중 1개만 1·2등급을 받아도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능했다.

그린벨트 규제가 완화되면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지방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도시 내 산림면적이 턱없이 부족한 한국에서 그린벨트를 대폭 완화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의문이 든다.

한국에서는 지난 30년간 축구장 약 10만개 면적의 숲이 사라졌다. 풀씨행동연구소는 제5회 환경학술포럼에서 ‘GIS 분석을 통해 살펴본 한국의 자연 손실’을 통해 한국의 자연 손실을 양적·질적 측면에서 분석할 결과를 공개했다.

양적 평가 결과 1990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산림면적은 감소세를 보였다. 1990년 기준 전체 산림면적은 5만8983.51㎢였으나 2020년에는 741.17㎢ 감소하는 등 자연 손실이 확인됐다.

행정구역별로 보았을 때는 광역자치단체 도 지역에서는 제주도와 충청남도, 경기도 남부에서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도시 개발 및 확장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됐다. 시 지역에서는 서울시와 인천시는 증가했으나, 세종시와 부산시, 대전시 등에서 감소했다.

특히 서울과 인천은 타 지자체에 비해 도시 내 산림면적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도시공원 보전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린벨트 규제 완화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한다. 한국을 비롯해 국제사회는 2022년 말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육상과 해양의 각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훼손지를 복원해야 한다. 그런데 2024년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정부의 예산 집행은 어떤 것을 중요히 여기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정확한 척도다. 정부는 자연 복원과 탄소중립 실현에 전혀 마음이 없어 보인다. 이번 그린벨트 해제 발표도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식의 단편적인 시선으로 보아선 안 된다.

인간 역시 생태계라고 하는 피라미드 안에 속해 있다. 자연이 사라지면 우리의 토대가 무너지고, 결국 인간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또 자연 복원은 생태계만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의 권리와도 연결돼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에서 치유 받는다. 개발된 지역일수록 도심 내 자연을 필요로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울러 우리에겐 이 나라의 주인인 아이들을 위해 그간 써온 자연을 다시 복원하고,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아이들이 빌딩숲보단 푸른숲을 가까이하는 삶을 살기 바란다. 우리가 그린벨트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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