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준비 부족 이유로 2년 유예했음에도 시행 두달 앞두고 또 미뤄

[환경일보] 환경부가 ‘일회용 수송포장 방법 기준 시행(2024.4.30.)’을 두 달 앞두고 시행을 또 유예했다. 해당 법령은 2022년 4월에 개정됐음에도 업계 준비를 이유로 제도 시행을 2년간 유예한 바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업체들의 의견 제출·조율을 핑계로 제도 시행 두 달을 앞두고 수송 포장재 정책을 포기했다.

그간 2년간 환경부와 업계가 27차례 간담회를 했음에도 준비 부족을 이유로 또 법 시행을 미루면서 매번 반복되는 환경정책 후퇴에 환경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부(장관 한화진)는 ‘일회용 수송포장 방법 기준 시행’을 앞두고 유통업계의 여건을 고려한 추진 방안을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발표했다.

이 규칙에 근거한 ‘일회용 수송포장 방법’은 소비자에게 수송될 때 사용되는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포장횟수(1회 이내)와 포장공간비율(50% 이하)이 도입됐다.

잠정적 규제대상으로 유통업체수 약 132만개, 제품종류 1000만개 이상으로 추정되며, 개인간 거래, 해외 직구는 규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환경부는 업체들의 의견 제출·조율을 핑계로 제도 시행 두 달을 앞두고 수송 포장재 정책을 포기했다. /사진=환경일보DB
환경부는 업체들의 의견 제출·조율을 핑계로 제도 시행 두 달을 앞두고 수송 포장재 정책을 포기했다. /사진=환경일보DB

한국통합물류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생활물류 분야의 총 택배물량은 36억2000만개이며, 택배 이용 횟수는 국내 경제활동인구 1인당 128.4회에 이른다. 이는 전년대비 물량은 7.59% 성장하고, 이용 횟수는 6.4회 증가한 수치다. 2012년에 이용된 택배 물량은 14억개로 10년 만에 2.6배 증가했다.

택배에 사용되는 수송 포장재는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자원재활용법에서 1회용품의 사용 억제와 포장 폐기물의 발생 억제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제품포장규칙에서 제품의 종류별 포장 공간 비율과 포장횟수를 제한해 포장 폐기물 발생을 제한하고 있지만 수송을 목적으로 하는 제품 포장에 대해서는 예외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부는 2022년 4월 제품포장규칙을 개정해 소비자에게 수송하기 위한 목적의 제품 포장에 대해 포장재의 사용량과 포장횟수를 제한하도록 했다.

‘과대포장, 재활용 어려움 조사 모니터링 및 자원순환 인식 제고’ 캠페인 /사진=환경일보DB
‘과대포장, 재활용 어려움 조사 모니터링 및 자원순환 인식 제고’ 캠페인 /사진=환경일보DB

업계 요구 반영해 2년 더 유예

그러나 업계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다양한 제품을 10종 내외 규격의 포장재로 수송하는 상황으로,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수송 포장재 종류를 늘리고 적재 장소를 더 확보해야 한다며 시행 유예를 요구했다.

특히 인력도 추가 고용해야 하고, 포장·물류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소요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불가피하게 기준을 준수하기 어려운 경우는 예외 사항으로 인정해 주고, 택배 물량 비중이 크지 않은 중소업체의 부담을 덜어 주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환경부에 요청했다.

환경부는 이러한 이해관계자 의견과 규제대상 업체 및 제품의 수가 과도해 일률적인 규제 적용에 한계가 있는 점, 규제 비용의 소비자 전가 가능성 등을 종합해 계도기간을 2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프랜차이즈 카페, 관련 분야 소상공인들과 종이 빨대 생산업체 등 일회용품 관련 업계들은 큰 혼란에 빠진 바 있다. /사진=환경일보DB
환경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프랜차이즈 카페, 관련 분야 소상공인들과 종이 빨대 생산업체 등 일회용품 관련 업계들은 큰 혼란에 빠진 바 있다. /사진=환경일보DB

그러나 계도기간 중에는 일회용 수송포장 방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일회용 수송 포장에 대한 규제는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환경부가 해야 할 정책은 포기하고 업계와 업무협약을 맺고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자율에 맡겼다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미 유통 포장재 결정을 앞두고 ‘제2의 종이빨대’, ‘제2의 일회용컵 사태’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환경부가 환경정책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 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과대포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개선 요구는 새롭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새벽배송 서비스에서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 꼽은 부분이 과대포장(24.1%)이다.

이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과대포장’으로 검색해도 수만건의 검색어가 나올 정도이며, 과대포장 금지, 과대포장 아웃, 과대포장 줄이기 등 과대포장을 줄여야 한다는 시민의 인식과 행동을 확인할 수 있다.

녹색연합은 “소비자는 제품 구매 이후 포장재 사용량을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이 같은 과대포장은 소비자에게 죄책감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며칠 전 폐막한 제6차 유엔환경총회에서 발표된 글로벌 자원 전망(Global Resource Outlook) 자료에 따르면 소비와 생산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없다면 천연자원이 2020년 수준보다 60%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녹색연합은 “포장폐기물을 줄이는 방법은 명확한다. 포장재 양을 줄이고, 불필요한 포장을 제한하며 재사용 포장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환경부는 수송 포장재 기준을 예정대로 시행하고, 재사용 포장재 의무화와 일회용 포장재 저감을 위한 규제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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