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민생토론회에서 케이블카 추가 건설 공언

[환경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민생토론회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번에는 강원도의 숙원이자, 동시에 환경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를 새로운 카드로 내세웠다.

아직 만들지도 않은 케이블카의 경제적 효과를 운운하며 더 많은 개발을 약속하는 대통령의 발언은 과연 이 상황에서 적절한가?

윤 대통령은 11일 강원특별자치도청에서 열린 19번째 민생토론회 모두발언에서 “앞으로 지역주민이 원하는 곳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더 건설하겠다”며 “아울러 강원도 산림자원이 관광산업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풀겠다”고 말했다.

강원도청 민생토론회에는 환경부 장관이 배석했고, 환경부는 미리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해 언론 보도를 도왔다. 그리고 받아든 결과가 강원도의 대규모 개발이었다. 아니, 강원도의 대규모 환경파괴를 동반한 개발 소식을 왜 국토부가 아닌 환경부가 전한단 말인가?

대통령은 “강원도가 울창한 산림, 댐, 호수로 자연재해로부터 안전을 지켜주었지만 이에 따른 제약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강원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지역발전을 옥죄는 규제를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환경 보전과 지역발전이 대치된다는 이분법은 구시대적이다. 또 지역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환경과 안전을 등한시하는 것은 후진국적 발상이다.

“신규 환경 규제가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환경부는 이번 정부 들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2019년 9월까지도 오색 케이블카의 환경영향평가에 동의하지 않았던 환경부는 이번 정부 들어 지난해 2월 ‘조건부 동의’로 의견을 뒤집었다.

대통령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성공 사례로 꼽았다. 대통령은 “2026년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더 많은 관광객이 오게 되고 1300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지역 경제에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부터 짚고 넘어가자면 오색케이블카는 착공은커녕 건설사 입찰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1300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 역시 강원도의 기대일뿐, KDI 분석에 따르면 경제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토건 사업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투입한 자본 대비 수익성이 떨어질뿐더러 한번 사라지면 돌이킬 수 없는 환경이 파괴된다. 40여 년이 넘는 동안 환경단체들이 오색 케이블카에 반대한 것은 설악산이 강원도의 관광 수입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 대부분의 케이블카 사업이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이미 권금성 케이블카가 있는 설악산에 케이블카 하나를 추가한다고 얼마나 큰 수익을 남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아울러 대통령은 “올림픽이 남긴 유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차원에서 스키 경기장으로 활용되었던 정선 가리왕산을 산림형 정원으로 조성해, 작년에만 18만 명이 찾은 관광명소를 더 많은 국민이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가리왕산은 처음부터 복원을 전제로 건설된 경기장이다. 강원도와 정선군의 ‘배 째라’라는 식 대응으로 곤돌라 해체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상황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불을 지른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도와 정선군이 순순히 곤돌라를 해체할 리 없다. 

‘돈 앞에 장사 없다’가 아닌, ‘돈 앞에 환경 없다’가 대통령의 국정철학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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