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모니터링·예측 시스템 자동화·디지털화
정부 기관·지자체 빠른 상황 판단 활용 지원
AI 홍수예보 지원 ‘실시간 유량측정 시스템’ 확산

이영기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 원장은 “기술원에서 첨단화, 자동화로 쌓은 데이터는 해가 갈수록 활용도가 높아지고 더욱 많은 곳에서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다빈 기자 
이영기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 원장은 “기술원에서 첨단화, 자동화로 쌓은 데이터는 해가 갈수록 활용도가 높아지고 더욱 많은 곳에서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다빈 기자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2022년 8월 서울 도심에 예측을 뛰어넘는 비가 쏟아져 인명과 큰 재산피해가 발생하자 다양한 대책이 발표됐다. 특히 신림동과 신대방동에서는 반지하 주택 침수로 3명이 사망하고 544세대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500년 빈도 이상의 집중호우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신대방동에는 1시간에 141.5mm의 비가 내렸다. 지난해에는 전년만큼 큰 비가 오지 않아 대책 마련이 효과가 있었는지 완전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짧은 기간에 예측을 넘는 폭우의 발생은 기정사실이 됐다. 하천수 넘침(월류)과 내수침수, 서울 도심내 하수관·배수펌프장 등 빗물처리시설 용량초과에 따른 저지대 침수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여러 기후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이미 발생한 기후변화가 지난 10년간 강도를 키워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기후변화 대응 역량이다.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은 도심에 홍수가 발생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침수피해가 발생했던 관악구 신대방1교 주변을 중심으로 레이더 수위계, 전자파표면유속계, 통신장비 등을 통해 도시침수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광주·전남지역 최대 상수원인 주암댐의 저수율이 19.9%까지 떨어진 것은 1992년 준공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광주·전남 지역 가뭄 피해는 몇 년 전부터 예견됐다. 2012년 이후 1월과 2월 건조한 날씨가 많아졌고, 3월과 4월은 강수량이 많은 만큼 건조한 날도 꾸준히 증가했다. 한두 해 만에 생긴 기현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올해는 홍수와 극한 가뭄을 피해갈 수 있을까. 기후위기 시대 홍수와 가뭄 피해를 줄이는 데 반드시 필요한 데이터 수집과 활용 방안을 함께 연구하는 이영기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 원장을 만났다. 이 원장은 “기술원에서 첨단화, 자동화로 쌓인 데이터는 해가 갈수록 활용도가 높아지고 더욱 많은 곳에서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 및 기후재난 예측 위한 유량 데이터 제공

Q. 지난해 11월1일 취임 후 첫 방문한 장소는 어디인가. 그곳을 선택한 의미는

취임 후 첫 번째 현장 방문지는 2022년 인명 피해를 겪었던 서울시 관악구 신대방1교의 도림천이다. 단기간 내(약 30~1시간) 급격한 수위 변화를 보이는 전형적인 도심하천으로 홍수 시 골든타임 확보가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도심하천의 특징은 농촌처럼 빗물이 스며들 곳이 없다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하천수가 낮은 수위로 흐르다가 일정 수준의 비가 오면 순식간에 만수위까지 차는 특징이 있다. 유량을 계산하는 조직인 기술원은 2023년 6월 AI 홍수예보 지원을 위한 실시간 유량측정 시스템을 설치했다. 도심하천은 순식간에 만수위가 될 수 있는 것만큼 빗물이 빠져나가는 것도 빠르다. 따라서 아무리 신속히 이동해도 인력으로 만수 시 유량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근로자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시간 유량측정 시스템을 통해 정부에 홍수 대응 기초자료 제공을 준비하고 있다. 타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도심지 홍수 사고방지를 위해 실시간 유량측정 시스템 확산을 계획 중이다. 도림천 방문도 이 같은 목적에 따라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다.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 측정장비인 드론 활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영기 원장 /사진=이다빈 기자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 측정장비인 드론 활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영기 원장 /사진=이다빈 기자  

Q. 취임사에서 선진 조사 기술 개발을 중단 없이 추진하고, 실측된 자료의 가공, 해석, 예측 등으로 그 가치를 한층 높여갈 것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추진 과제는 무엇인가

과거 물관리는 사람이 직접 대응에 나선다는 의미였다. 예측을 뛰어넘는 폭우가 빈번한 기후위기 시대에는 실시간, 자동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난을 막아내기 어렵다. 재난 탐지와 대응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선진 조사 기술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유량을 측정하는 곳이 더 많아져야 한다. 2021년 기술원은 286지점의 유량을 측정했다. 2022년 344개소로 늘었다. 지난해 349개까지 확대됐다. 올해는 414개소까지 늘릴 계획이다. 선진 조사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선진 조사 기술은 실시간 정보전달체계 구축을 위한 첨단화, 자동화, 실시간화를 포함한다. 사람이 하던 측정을 초음파, 전자파, 드론, 보트, 영상을 활용해 다양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술원은 그동안 사용해 온 외국 장비를 국산화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3개년 계획 로드맵을 가지고 올해는 우선 유량측정 무선보트를 국산화할 계획이다. 현재 무선보트 국산화율은 82%다. 국내 민간기업과 협력 중으로 저수심용은 상반기까지, 고수심용은 내년 상반기까지 국산화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무선보트를 100% 국산화해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 자체 브랜드를 적용할 예정이다.

Q. 올해도 극한 더위와 홍수가 예상된다. 환경부는 인공지능 홍수예보체계를 올해 5월부터 75개 홍수예보지점을 223개 지점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와 연계된 기술원의 업무는 

홍수예보지점 223개 지점 중 기술원이 220개소를 담당한다. 측정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를 했다. 상반기 중 AI 지점에 고정식이 61개소(28%), 이동식 자동측정장치는 올해 말까지 80대(159개소 대응)로 확대할 것이다. 현재 관련 지자체와 점용 허가를 진행하고 있다. 자동화는 현장 안전사고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한다. 자동화 체계 전환으로 시·공간 제약을 없애고 호우로 발생한 홍수기 첨두 수위(홍수 발생 직전까지 하천이 유지될 수 있는 물의 높이)의 유량 자료를 적극 확보해 저비용·고효율 체계를 마련할 것이다. 이는 홍수, 가뭄 등의 물 재해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함이다. 기술원은 예보의 핵심요소인 양질의 기초자료를 관계기관에 제공해 예보 극대화를 지원할 것이다.

Q. 최근 극한가뭄이 발생했던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물관리 중요성이 더욱 강조됐다. 하지만 농업용수 등 하천수 사용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은데, 이와 관련 기술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쓸 수 있는 1년치 물의 양은 약 370억 톤이다. 그중에서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40% 이상이 농업용수로 쓰인다. 절대적인 양이다. 하지만 정확한 계측이 안 되고 있는 것도 맞다. 370억 톤의 물을 농업용수를 포함한 생활용수, 공업용수, 하천유지에 나눠 써야 한다. 농어촌공사에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고 지난해 봄부터 기술원과 함께 농업용수 물수지 분석을 위한 계측 실험을 하고 있다. 이는 올해 말까지 이뤄진다. 적정한 양을 제공하는 방법론을 찾고 성과가 확인된다면 전국으로 확산할 예정이다.

[이영기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장이 전하는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살리는 한마디]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살리는 한마디는 ‘모니터링과 예측’이다 기후변화는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홍수, 가뭄 등 수자원 분야에서 변화 폭이 넓고 피해 영향도 더욱 커지고 있다. 홍수와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은 생명 유지와 산업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다. 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혜택은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과 예측을 통한 대응이 중요하다. 기술원은 전국 414개 지점의 유량, 유속 등 수자원관리 대응 정책의 근간이 되는 수리·수문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소명 의식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 자동화, 디지털화, 첨단화, 국산화 등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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