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60만개 오수처리시설 관리, 현재 공무원 인력으론 역부족
몇 년째 꺼져 있는 에어펌프··· 담당 지자체 지도‧점검도 부재

에어펌프를 상시 작동하지 않아 미처 정화되지 못한 건물 오수가 하수도로 방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환경일보DB
에어펌프를 상시 작동하지 않아 미처 정화되지 못한 건물 오수가 하수도로 방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환경일보DB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알고 있다. 에어펌프가 꺼져 있으면 오수처리시설 탱크 내 오수가 그대로 하천으로 방류된다는 걸.”

경주시 건천읍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D씨의 말이다. D씨는 오수처리시설 준공 후 몇 년간 에어펌프 가동 여부를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

경산시 주민 P씨도 마찬가지.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D씨의 경우처럼 소음을 유발하는 에어펌프를 작동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P씨의 에어펌프도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D씨와 P씨가 관리하는 건물이 있는 경북지역 오수처리시설은 4만4071개(2021년 환경부 기준)다. 1000만 인구의 경기도에는 16만4717개가 설치돼 있다. 충남 지역에 설치된 오수처리시설은 6만7359개에 달한다. 매년 평균 약 2만 개씩 늘고 있다. 오수처리시설은 건물별로 설치하기도 하고, 여러 개 건물에서 공동으로 설치하기도 한다.

에어펌프는 오수가 모이는 오수처리시설 탱크에 공기를 주입해 산소를 공급하는 도구다. 이를 에어레이션(Aeration)이라 하고, ‘폭기(曝氣)’ 또는 포기라 읽는다. ‘曝’은 사나울 폭(포)자다. 즉, 공기를 세게 주입해 미생물을 사납게 압박함으로써 물을 정화하도록 하는 원리다. 공기의 압박을 받은 미생물은 탱크 내 오염물질을 분해함으로써 탄산가스, 황화수소, 메탄 등을 없애 물을 깨끗하게 만든다.

이처럼 미생물을 사납게 압박하는 게 에어펌프의 역할이다 보니, 작동과정에서 D씨와 P씨가 기피하는 소음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에어펌프 설치 시 저소음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에어펌프 가동 시 악취가 나는 것은 대부분 상시 작동하지 않아 오수처리시설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화되지 않은 건물 오수가 하수도로 방류되고 있다는 지적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에어펌프를 상시 작동하지 않거나 아예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D씨와 P씨가 냄새, 소음, 무관심 등의 이유로 에어펌프를 상시 가동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그 전에 오수처리시설 준공 후 담당 지자체 공무원들이 지도·점검에 나서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건물내 오수처리시설 작동 원리를 설명한 그림 /자료제공=그린터보
건물내 오수처리시설 작동 원리를 설명한 그림 /자료제공=그린터보

본지 조사 결과, 오수처리시설 설치 후 5년 동안 에어펌프를 전혀 작동하지 않은 곳도 있었고, 심지어 20년 동안 한번도 오수처리시설 지도·점검이 없었다는 식당도 있었다.

이렇게 방류된 오수가 BOD(물 속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데 필요한 산소 소모량), SS(물 속에 포함된 부유물질의 양) 기준에 부합할지 알 길이 없다. 이렇게 무방비 상태에 놓인 오수처리시설은, 전국에 총 56만3000개(2021년 환경부)가 설치돼 있다.

과연, 이런 현실을 공무원들은 전혀 모르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본지와 통화한 몇몇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은 “관리 지역에 수천 개씩 되는 오수처리시설을 모두 지도·점검하는 것은 현재 인력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오염물질 방출이 의심된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지도·점검을 시행해 시민들의 불안을 덜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환경부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관련시설 ‘정기 지도·점검 기준’을 보면 모든 오수처리시설 설치 장소를 지도·점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오수처리시설을 지도·점검하는 기준은 중점관리시설과 중점관리시설 외 시설로 나뉜다. 중점관리 대상은 지도·점검 결과 최근 2년간 2회 이상 방류수 수질기준을 위반한 시설, 최근 2년간 3회(집단민원은 1회) 이상 민원이 발생한 시설, 개선명령 불이행 시설, 무허가 및 미신고 시설 등이다.

즉 중점관리 대상은 민원이 발생하거나 관련 공무원이 2년간 2회 이상 지도·점검을 해야 결정된다는 의미다. 문제는 D씨나 A씨의 경우처럼 오수처리시설 준공 허가 후 몇 년간 한번도 지도·점검을 받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또한 정화 기준에 못 미친 상태로 하수도로 빠져나가는 오수를 특정 건물로 지목하기도 쉽지 않다.

규정에 따르면 처리용량 500㎡/일 이상, 200㎡/일 이상, 500㎡/일 미만의 경우 분기 1회 이상, 처리용량 200㎡/일 미만일 경우에는 반기 1회 이상 지도·점검해야 한다.

중점관리 시설외 일반 관리시설의 경우 처리용량 1000㎡/일 이상은 분기 1회 이상, 200㎡/일 이상, 1000㎡일 미만일 경우 반기 1회 이상, 처리용량 200㎡/일 미만이라면 연 1회 이상 지도·점검해야 한다.

중점관리시설 반기 1회 이상, 일반관리시설 연 1회 이상 지도·점검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1일 처리 대상 인원 500인용 이상의 단독 오수처리시설에 적용하며, 500인용 미만이 단독 오수처리시설에 대해서는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의 처리에 관한 법률시행규칙 규정에 따라 오수처리시설 청소업자의 보고 결과에 따라 지도·점검을 실시한다.

에어펌프를 상시 작동시키지 않으면 오수가 그대로 하수도를 통해 하천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사진=환경일보DB
에어펌프를 상시 작동시키지 않으면 오수가 그대로 하수도를 통해 하천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사진=환경일보DB

오수처리시설 설치 건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를 통해 오수를 정화해 BOD 20ppm, SS 20ppm 이하의 물을 방류해야 한다.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오수처리시설을 검색하면 오수처리시설 내부청소 효과에 “오수처리시설의 처리 효율을 높여 오수처리시설에서 방류되는 오수로 인한 수질오염을 예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역별 오수처리시설 청소업체는 청소한 사항을 보고하게 돼 있다. 오수처리시설은 하수도법에 따라 준공 후 연 1회 이상 내부청소를 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하수도법 제80조 과태료 및 동법 시행령 제43조 과태료의 부과·징수에 관한 규정에 의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본지 확인 결과 오수처리시설 청소업체가 에어펌프 등의 시설 작동 여부까지 보고한 경우는 없었다.

지도·점검은 오수처리시설의 정상작동 여부, 방류수 수질 기준 준수를 확인한다. 오수처리시설의 처리 효율을 높여 수질오염을 방지하는 에어펌프 고장이나 미작동은 여기에 포함된다.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 관련 시설 지도·점검 규정을 보면 지도·점검은 특별시장, 광역시장, 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 환경관리청장이 실시한다. 즉, 오수처리시설에 대한 지도·점검은 지자체장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안이다. 환경부 장관은 수질오염의 관리를 위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시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의 관할 오수처리시설 등에 대해 방류수 수질 기준의 준수 여부 등 법령 위반사항을 점검·확인하거나 환경관리청장으로 하여금 점검·확인할 수 있다.

지도·점검은 정기 지도·점검과 수시 지도·점검으로 구분해 실시한다. 정기 지도·점검은 대상 오수처리시설 등의 규모 및 위반 내역 등을 고려해 실시한다.

지도·점검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위반내역을 밝혀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마저도 최근 2년간 위반 사실이 없는 오수처리시설 등에 대해서는 점검기관의 판단에 따라 점검 횟수를 경감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근본적으로 관련 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으로 건물관리자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실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점검기관은 오수처리시설 등의 운영·관리 소홀로 인한 오염물질 누출 등 환경오염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즉시 대책반을 편성해 정밀 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환경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수시 지도·점검은 ▷생활환경 피해로 진정 등 민원이 있는 경우 ▷타 기관으로부터 지도·점검 요청이 있는 경우 ▷비정상 가동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시설 또는 상습적으로 법규를 위반하는 사업장 ▷당해 지역 수질오염도가 현격히 증가하는 등 점검기관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실시된다.

건물관리자나 공무원 모두 환경오염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에는 의견이 다르지 않다. 다만 관리 감독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불시 지도·점검이나 일시적인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STMS, Septic Tank Monitering System)이 지도·점검 인력 부족을 메울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이미 설치된 무선망을 사용해 오수처리시설의 가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직접 현장을 찾지 않아도 오수처리시설 관리 상태를 담당 공무원에 자동으로 알리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지자체별 오수처리시설 관리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모아진다면 정책 수립과 지역별 수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지와 통화한 한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오수처리시설 관리가 부실하면 그대로 오염수가 하천이나 강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현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여러 대안을 찾고 있지만 1차로 관리해야 할 오수처리시설이 너무 많다. 한 지역에 관리대상이 1000개 이상 되는 것에 인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에서는 오수가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건물관리자의 인식이 가장 중요하지만 환경오염 문제를 양심에 호소하는 방법 대신 스마트 시대에 맞는 모니터링 점검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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