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하는 의료계, 의사 증원 선택한 정부‧‧‧ “양보 없는 답보 상태”
‘ILO 협약 및 전공의 사직 의료법 위반, 손해배상’ 등 뜨거운 감자

전공의뿐만 아니라 교수까지 사직을 예고한 상황에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한 추후 방향과 법적 책임 공방 등 많은 국민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사진=환경일보 DB
전공의뿐만 아니라 교수까지 사직을 예고한 상황에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한 추후 방향과 법적 책임 공방 등 많은 국민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사진=환경일보 DB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의사 증원 이슈가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현장에서는 많은 혼란이 있고 젊은 의사들은 이탈하고 있으며, 교수협의회에서도 사직을 예고한 상황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 대 강 상황에서 해결점은 답보 상태로 보인다. 상황의 장기화가 예측되는 이 시점에서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이러한 국면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14일 신현영 의원실 주최로 국회에서 ‘의료대란 관련 법적쟁점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각 법조 전문가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배 여부’ 가능성

여기에서 불거진 첫 번째 쟁점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배 여부’다. 고용노동부는 “업무개시명령은 정당한 조치이며 ILO 협약 적용 제외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의료서비스 중단은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국민의 건강과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는 것이다. 또 전공의들이 ILO에 요청한 ‘인터벤션'(Intervention)을 ’의견 조회‘로 해석하는 것이 절차의 취지에 부합한다며, 공식 ’제소‘와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ILO 협약 제29호 ‘강제 또는 의무 노동에 관한 협약’에 위배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의료법 제59조 제2항과 이에 따른 처벌 조항인 의료법 제59조 제3항에 의거한 업무개시명령의 경우 국제노동기구(ILO) 제29호 강제 노동 금지 조항에 위배되며, 현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등의 공권력을 통해 전공의를 겁박하며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임무영 임무영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ILO 협약은 국제 협약이고 우리나라가 비준을 했을 경우에는 효력이 있다”며 그러나 신법 우선주의, 특별법 우선주의 등에 따라 의료법이 우선일지, ILO 협약이 우선일지 법원의 해석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변호사는 “의료법의 업무개시명령에 존재가 ILO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며 정부 측의 주장처럼 대한전공의협회가 고용노동부 상대로 ILO 협약 위반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14일 신현영 의원실 주최로 국회에서 ‘의료대란 관련 법적쟁점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각 법조 전문가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사진=김인성 기자
14일 신현영 의원실 주최로 국회에서 ‘의료대란 관련 법적쟁점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각 법조 전문가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사진=김인성 기자

“법리적인 해석은 소송을 통해 정리되겠지만, 중요한 것은 전공의들이 왜 ILO까지 들먹이는지를 봐야한다”고 강조한 한국의료법학회 김소윤 회장은 우리나라 젊은 엘리트 측에 속하는 젊은 전공의들은 자신들이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사기를 떨어뜨린 건 정부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공의 사직이 ‘의료법’에 저촉될까

두 번째 쟁점으로 떠오른 건 ‘전공의 사직이 의료법’에 저촉되는지다. 의대 2000명 증원이 발표되고 나서, 전공의들이 개인 사직으로 의견을 표출했다.

의료법 제15조에 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또 제59조제2항에는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시자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

바로 다음 제3항에서도 위 2항의 명령을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

‘전공의의 집단 사직’의 본질은 ‘파업’이라고 해석한 이미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은 “개인 사직이기보다는 본질은 사직서 제출을 통한 파업이 핵심으로, 완전히 의료행위를 중단할 의사는 없어 보인다”고 봤다.

또 이 위원은 “집단 사직이 정당한 사유가 맞는지가 주요 쟁점이지만, 기본적으로 직업 선택의 자유가 무제한적일 수는 없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의 의대 증원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봤다.

집단 사직, ‘업무방해죄’ 해당 여부는?

더불어 사직 전공의의 ‘업무방해죄’ 적용 가능 여부다. 이는 법조계에서도 매우 상충된 의견이 나오고 있는 부분이다.

판례 등을 보면 다수가 동시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경우 업무방해죄로 보는 경우 있으며, 근로자 한 명이 퇴사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집단적으로 행동할 때는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집단적인 파업과 달리 집단 사직은 업무방해죄로 해당할 수 없다는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

이미 위원은 사직이라는 제출 행위가 결국에는 노무를 제공하는 진료를 거부하는 파업 행위의 일환이기 때문에 업무방해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이미 위원은 사직이라는 제출 행위가 결국에는 노무를 제공하는 진료를 거부하는 파업 행위의 일환이기 때문에 업무방해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임무영 변호사는 “집단 사직이 업무방해죄가 되려면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 대학병원에서는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의대 증원을 발표한 것을 보면 성립될 가능성이 적다”는 견해를 내놨다.

반대로 이미 위원은 “업무방해죄는 실제로 발생할 것을 요하지 않는 위험범이기에, 파업의 경우 노동관계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친 경우에 정당화된다”며 사직이라는 제출 행위가 결국에는 노무를 제공하는 진료를 거부하는 파업 행위의 일환이기 때문에 업무방해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반론했다.

늘어나는 환자 피해‧‧‧ ‘손해배상청구’ 이슈

수술의 지연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환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적용 가능 여부’에 대해서도 다뤄졌다.

손해배상 청구 쟁점에서는 집단행동을 주도한 의사들의 경우,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는 의견과 고의 과실 입증책임의 문제, 소송 대상은 병원이기 때문에 청구 어려울 것이라는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이미 위원은 “고의, 과실, 가해행위의 위법성 등 여러 요소가 필요하지만 가장 핵심은 인과관계가 될 것”이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과관계를 입증할지가 관건이며, 절반 정도의 승소 가능성이 있다”며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한편, 임무영 변호사는 “피해는 발생할 수 있으나 손해배상을 일으킨 대상이 불법행위냐가 문제일 수 있다”며 “또 일단 환자가 수술을 받기로 한 것은 의사가 아니라 병원이며, 전공의 사직의 원인은 애초에 병원이 아니라 정부”라며 여러 경우를 미뤄봤을 때 승소 가능성이 낮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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