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대 온실가스 배출 기업, 회장 선출 앞둬

[환경일보] 2022~2023년 사이 최소 15곳의 유럽 소재 기관투자자들이 포스코홀딩스와 그 자회사를 기후위기 대응 관련 우려 등으로 투자 대상에서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솔루션은 19일 이런 내용을 담은 ‘왜 해외 투자자들이 외면하는가? 포스코 홀딩스의 기후 리스크 및 재무 영향 진단’ 보고서를 발간했다.

2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이 확정되는 장인화 대표이사 회장 후보의 새 경영진에게 탈탄소 정책 확립이 중요한 과제로 주어졌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후솔루션은 단일 기업으로는 국내 최대 온실가스 배출 기업이자 새 회장 선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포스코에 대해 기후 정책 미비 등을 이유로 투자 배제하고 있는 해외 투자기관의 현황을 조사했다.

2년 전부터 최근까지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 배제된 기업의 데이터베이스, 책임 투자 자산운용기관 순위 사이트, 그리고 주요 투자기관들의 홈페이지 직접 조사 등으로 포스코 투자 배제 현황을 수집했다.

그 결과 네덜란드의 자산운용사인 로베코(Robeco, 로테르담투자컨소시엄)를 비롯한 최소 15개 해외 금융기관이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한 포스코 계열사 가운데 하나 이상을 ‘투자 배제’ 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와 포스코 불개미연대는 3월12일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장인화 회장 후보의 기후 리더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기후솔루션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와 포스코 불개미연대는 3월12일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장인화 회장 후보의 기후 리더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기후솔루션

투자 배제(exclusion)란 각 금융기관이 책임투자 차원에서 각자 정한 기후, 인권 기준에 미달하는 회사를 일부 또는 전체 펀드의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말한다.

책임 투자 분야에서 주주 관여와 위임 투표가 기업이 기후변화에 대응해 바뀌도록 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방식이라면, 투자 회수(divestment)나 투자 배제는 주주의 적극적 관여에도 불구하고 추가 투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업의 가치가 부합하지 못하는 경우를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로베코(Robeco)는 포스코홀딩스를 ‘기후 기준 미달’로,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자회사는 ‘석탄화력발전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는 이유로 올해 투자 배제 리스트에 추가했다.

이런 경향과 무관치 않게 포스코의 외국인 주식 보유 비율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 3월15일 기준 포스코홀딩스의 외국인 보유율은 28%로, 2023년 1월의 52%에서 급격하게 떨어진 수치다. 2006~2022년에는 53~69%의 비율을 보였다. 이는 개인 투자자들의 상당한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현상이라 더 주목된다.

기후 리스크가 재무 영향으로 확산하고 있는 이런 상황은 다가오는 21일 정기주주총회 이후 출범이 유력시되는 장인화 새 CEO 체제에 가장 큰 도전 가운데 하나가 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글로벌 금융 업계에서는 기후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하위개념이 아닌 금융 안정성과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요소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며 이에 따라 포스코가 기후위기로 인한 직접적인 물리적 리스크(홍수 피해 등)뿐만 아니라 ‘시장 리스크와 평판 리스크’의 3중 위협을 지게 된다고 보았다.

시장 리스크로는 각국의 공시 의무 강화,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시행 등이 손꼽힌다. 평판 리스크로는 포스코가 지금까지 실제 배출량을 줄이는 데서 눈에 띄는 성과가 없고 2050년 탄소중립 선언 뒤에 로드맵 공개는 늦어지면서 본 보고서에서 밝힌 바와 같은 투자 배제나 투자 회수가 일어나는 상황 등을 뜻한다.

이에 보고서는 새 경영진이 이런 상황을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로 만들기 위해선 기후위기를 비롯한 각종 리스크에 대한 거버넌스를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기후솔루션은 포스코센터와 SK서린빌딩 앞에서 그린워싱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후솔루션
기후솔루션은 포스코센터와 SK서린빌딩 앞에서 그린워싱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후솔루션

보고서 저자인 기후솔루션 장유팅 연구원은 “기후변화와 사업의 연관성이 더 커지고 불가분의 관계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궁극적으로 주주들에게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이사회”라며 “지속가능성 보고서나 탄소중립 선언은 기후 대응의 시작일 뿐이므로, 경영진은 선언이 실제 목표 달성에 이르기까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야 하며 이사회는 이를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후위기에 대한 진정성 있는 대응이야말로 투자 배제 등의 평판 리스크에 대응하는 정도임을 강조했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도모하기 위해 포스코를 비롯한 기업들은 탄소중립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정기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이해관계자의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중간 목표와 관련 조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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