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규제 이어 택배 과대포장 규제마저 포기

[환경일보] 최근 환경부가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4월30일부터 시행하되 2년간 계도기간을 두고 단속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식품 등을 배송할 때 사용되는 보냉재는 포장공간비율 산출 시 제품의 일부로 간주하고, 식품과 보냉재를 밀착시키기 위한 비닐 포장은 포장 횟수에 산입하지 않는다는 예외규정을 둬서 더 많은 예외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단속의 유예와 예외규정에 있어 당연히 들어야 할 소비자들의 의견은 검토된 바 없다. 명색이 규제기관인 환경부가 환경규제를 유예하고 더 많은 예외를 인정하면서, 철저하게 사업자 입장에서만 정책을 고려한 것이다.

이와 관련 녹색소비자연대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과대포장 규제를 앞두고 2년간 계도기간을 두어 단속을 유예하겠다는 환경부 발표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적극 반대한다 49.9% ▷반대한다 29.4%로 나타났다. 79.3%의 소비자는 환경부의 택배 과대포장 규제 단속 유예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과대포장의 예외규정에 대해서도 71.2%의 소비자가 보냉재를 포장재로 보아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식품과 보냉재를 밀착시키기 위한 비닐 포장도 포장 횟수로 산정해야 한다는 소비자가 77.4%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듯 대다수 소비자는 환경부의 과대포장 규제에 대한 단속 유예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과대포장에 대한 예외규정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다.

아울러 환경부가 최근 유통기업 19개사와 포장폐기물 감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자발적인 폐기물 감축을 유도하는 것에 대해서도 66.2%의 소비자는 법적인 구속력 없는 단순한 업무협약으로는 과대포장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환경부는 카페 및 음식점에서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철회하면서 환경단체들과 관련 업계에서 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환경부 방침에 따라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준비했던 카페는 헛수고한 셈이 됐고, 관련 업체들은 큰 손해를 입었다.

미래 세대를 위해,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정부 정책에 협조했던 이들은 손해를 입고, 정부의 환경정책에 끝까지 반대로 일관한 이들이 오히려 이익을 얻은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2년 전에 유통업체들에 과대포장 규제 정책이 시행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준비할 시간을 주었다. 그럼에도 기업의 어려움을 이유로 시행 시기를 2년 뒤로 미뤘다. 그렇다면 2026년에도 기업들이 준비가 부족하다고 떼를 쓰면 그때 가서 또 연기해 것인가?

이른바 좀 배웠다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가 무르다고 비판하다. 이른바 ‘떼법’이 통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힘 있는 자들의 편에 선 게으른 비판이다.

의사 14만명이 의사 증원을 반대하면 정부가 물러서지만, 환자 14만명이 의사를 늘려달라고 애원해도 정부 방침은 바뀌지 않는다. 힘 없는 이들의 떼법이 통하려면 적어도 100배인 1400만명 정도가 애걸복걸 해야 그제서야 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이제 물어보자. 환경부는 과연 누구의 ‘떼쓰기’에 굴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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