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원인 과잉‧과소평가로 인해 낡은 대책으로 일관

“환경부, 기본도 안 지키면서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환경일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에서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특별위원회의 주최로 ‘윤석열 정부 물 정책 중간평가와 개선 방안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생태전환을 위한 생명의 강 심포지엄’의 첫 회기로 3월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기획됐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는 “윤석열 정부의 물정책은 기본을 지키지 않은 철 지난 개발주의”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첫 번째 발제는 ‘윤석열 정부 물 정책 중간평가’로 백경오 한경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백 교수는 환경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에 대해 “제대로 된 원인 분석이 적절한 대책을 만든다”라며 “홍수 원인을 과잉, 과소평가해 낡은 대책으로 일관했다”라고 꼬집었다.

환경부는 “기존 정책이 하천 제방 안전성 확보에 집중되어 있고, 기존 댐 관리·운영 개선에 치중되는 한계가 있었다”며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퇴적토 준설, 합류부 정비, 신규 댐 건설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의 댐과 제방으로는 안전하기 어려우니 새로운 하천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물 정책 중간평가’로 백경오 한경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윤석열 정부 물 정책 중간평가’로 백경오 한경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사진제공=환경운동연합

백 교수는 환경부의 진단을 반박하며 지난해 미호강 궁평지하차도 참사와 2020년 섬진강 홍수 피해를 사례로 설명했다.

궁평지하차도 침수사고는 교량 공사 과정에서 임의로 허문 제방이 원인이 되어 홍수 피해가 났다는 것이다. 제방을 잘 유지했으면 일어나지 않을 사고라는 것이 백 교수의 설명이다.

이어 2020년 섬진강 홍수도 마찬가지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국수자원학회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이 발표한 섬진강 78지구의 사고 원인은 하천기본계획에 따른 제방 설계기준을 만족하지 않아 발생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신규 댐 대신 기존 댐을 정교하게 운영해 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다목적댐은 여름철 강우에 대비해 댐 수위를 일정 수위 즉 제한 수위 이하로 비워놓아야 홍수 조절을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용수공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수위를 정하고 이를 홍수조절의 기준으로 운영했다.

생명의 강 심포지엄 /사진=환경운동연합
생명의 강 심포지엄 /사진=환경운동연합

제한 수위를 용수공급에 상시로 맞출 것이 아니라 홍수기 초에는 제한수위를 낮게 설정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홍수조절용량이 2배까지 증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국토부에서 2005년 발표해 추진했을 정도로 효과가 검증됐다”고 말했다.

발제를 마치며 백 교수는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것은 맞지 않는 논리”라면서 “환경부가 내세우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오히려 낡은 과거의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명박 정부에 이은 4대강 사업 2차 가해자

이어 이철재 환경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윤석열 정부 4대강 추종의 문제점’을 발제했다. 윤석열 정부 물정책은 지난 정부의 4대강 자연성 회복 정책을 뒤집고 대규모 규제 완화와 4대강 사업 2단계 구상을 추진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물정책이라는 관점이다.

이 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4대강 위험을 재구성하는 특징이 있으며 괴담과 조작으로 4대강을 추종하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에 이은 2차 가해자”라며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MB의 4대강 수호 선언,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4대강 계승 발표를 사례로 들었다.

또한 “보의 가뭄, 홍수, 수질 개선 효과를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처리방안 결정을 부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은 “생태전환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유역 자치 전략을 강화하고 강복원에 대한 국제적 동향을 확인하고, 매력적인 대중 담론을 구성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과제”라고 언급했다.

생명의 강 심포지엄 /사진=환경운동연합
생명의 강 심포지엄 /사진=환경운동연합

유명무실한 국가물관리위원회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은 “2018년 물관리일원화 이후 환경부는 수량, 수질, 생태를 고려한 통합물관리를 하겠다고 천명했지만 그 화학적반응은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댐, 제방, 준설 등 국토부 시절의 물관리정책으로 우리 강을 위한 지속적인 정책이 이어지지 않았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강의 구조적 문제보다 강에 사는 생명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과제”라고 제언했다.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윤석열 정부의 물정책은 4대강 보와 관련한 과거 회귀적인 철 지난 개발주의를 천명하고 있으며 물관리기본법을 무력화하고,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물관리위원회를 유명무실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최 소장은 “물정책의 중심을 중앙이 아닌 유역으로 전환해 지방정부와 주민, 이해당사자가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물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작년 상반기까지는 가뭄에도 영산강의 보 활용 방안에 대해 얘기가 나오지 않았는데, 대통령 지시에 따라 4대강 보 활용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전문성 없이 즉흥적인 하천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역의 주민이 피부로 느끼는 당사자 물 문제로 가져와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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