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건너 고향 찾은 연어가 비명횡사한 이유는?

[환경일보] 강원도 남대천 일대에 연어 자연산란장이 들어선다. 양양군은 2월 보도자료에서 지난해 10월 기공식을 연 연어 자연산란장이 2025년 상반기 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해 10월 초·중순이 되면 태평양에서 성체가 된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동해와 닿아있는 강원도 연곡천을 지나 남대천으로 몰려든다. 국내 회귀 연어 70%에 해당된다. 양양군은 산란을 위해 남대천을 찾은 연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 지난해 10월에도 양양군은 연어 축제를 열고 셀프구이, 맨손 연어잡기 체험을 진행했다.

회귀하는 연어 성체를 늘리기 위해 산란장을 만들면서 한편으로는 알도 낳기 전인 연어를 잡아먹으라고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성체 연어를 손으로 잡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축제 홍보에 사용된다. 코로나19 이전 남대천에서는 학생들이 어린 연어를 방류하는 행사가 열렸다. 방류된 연어가 잘 자라서 남대천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행사였다.

이렇게 회귀 연어 숫자를 늘리고, 연어 축제를 활성화시켜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노력에도 남대천에서 연어가 알을 낳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남대천에는 보가 있다. 수위가 어느 정도 될 때는 연어가 이동하는데 별 무리가 없지만 도심하천 특성상 수위가 낮을 때는 이동하지 못하는 연어를 주민들이 목격하는 사례가 많다. 보에는 연어가 이동하는 어도가 있다. 물길을 헤치고 올라가는 연어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이 어도는 거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작은 생물들이 이동하기 위해 뚫어놓은 통로에 머리가 끼어 죽기만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 1만km 이상 왕복하는 연어지만 이 작은 보 앞에서 인간 도움 없이는 알을 낳기 힘든 생물이 되는 것이다. 도심하천인 남대천은 생활하수가 언제든지 흘러들 수 있어 연어 회귀 시기가 되면 각별한 관리가 요구된다. 연어가 돌아오는 때에 오염수가 흘러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 시민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남대천에서 태어난 연어는 동해를 지나 오호츠크해나 알래스카 바다에서 자라고 알을 낳기 위해 남대천으로 돌아온다. 남대천에서 산란하고 죽어 자연으로 돌아간다. 부화한 새끼는 다음해 바다로 간다.

돌아오는 연어 개체를 늘리기 위해 자연산란장을 만들고, 지역경제를 살릴 연어가 더 많이 돌아오길 바라며 방류 행사를 여는 것보다 태평양을 돌아 먼길을 지나온 연어가 알을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먼저다. 연어는 10월에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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