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멸종위기종 보호 위해 세종보 재가동 중단해야”

[환경일보] 세종보 상류 우안 한두리교 아래 흰목물떼새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흰목물떼새는 도요목 물떼새과로 주로 강가의 모래밭이나 자갈밭에서 번식하는 보기 드문 텃새다.

준설 등 하천 토목사업으로 서식지가 감소해 현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종 적색목록(LC)로 분류됐고, 우리나라 환경부는 2012년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지 모른다는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했다.

알을 품고 있는 흰목물떼새 /사진제공=대전충남녹색연합
알을 품고 있는 흰목물떼새 /사진제공=대전충남녹색연합

세종보 상류는 보 개방 이후 물흐름이 개선되면서 펄층이 사라지고 모래와 자갈로 이뤄진 넓은 하중도가 형성됐다.

이후 모래, 자갈, 여울, 식생이 어우러지면서 흰수마자, 수달, 고라니, 독수리, 참매 등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은 물론 각종 야생생물들에게 천혜의 서식 공간을 제공했다.

그 중 하천의 회복을 가장 뚜렷이 나타내는 종이 바로 흰목물떼새, 꼬마물떼새다. 흰목물떼새는 자갈밭이나 모래밭에 오목한 둥지를 짓고 3~4개의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른다.

2017년 7월 세종보 모습 /사진제공=대전충남녹색연합
2017년 7월 세종보 모습 /사진제공=대전충남녹색연합

4대강 사업으로 16개 보 설치 이후 모래, 자갈로 이루어진 수변 공간이 사라지면서 금강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2018년 세종보와 공주보 수문을 개방하면서 서식 공간이 회복되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5일, 세종보 상류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흰목물떼새를 발견했다. 한 쌍이 나란히 다니면서 알 낳을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지금 환경부는 30억 예산을 들여 5월6일까지 세종보 재가동을 목표로 수문을 점검하고 있다. 이제 4월이면 흰목물떼새가 산란을 시작할 시기인데, 수문을 재가동하면 물떼새들은 산란할 곳을 찾지 못하고 금강을 다시 떠나게 된다.

보 개방 전 수변 공간이 사라진 2013년 세종보 /사진제공=대전충남녹색연합
보 개방 전 수변 공간이 사라진 2013년 세종보 /사진제공=대전충남녹색연합

산란 이후 수문을 가동하면 둥지는 고스란히 수장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스스로 멸종위기종의 멸종을 부추기고 있는 꼴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흰목물떼새’는 전 세계 1만여 마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한반도에는 약 2천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천 정비와 갯벌 매립 등으로 서식지가 훼손되면서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 수변 지역은 개발 압력이 높은 만큼 서식지를 보전하려는 노력이 더 절실하다.

문제는 물떼새뿐 아니라, 역시 한두리교 인근에 서식하고 있는 한국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 1급인 유수성 어종 흰수마자의 서식지도 사라지게 된다.

또한 수달, 고라니, 너구리, 삵 등이 서식하고 있던 모래와 자갈로 이뤄진 하중도도 모두 수몰된다. 지금 중장비가 투입된 세종보의 모습이 매우 걱정스러운 이유다.

보 개방 이후 만들어진 세종보 상류 하중도 /사진제공=대전충남녹색연합
보 개방 이후 만들어진 세종보 상류 하중도 /사진제공=대전충남녹색연합

세종보는 준공 이후 유압 실린더 망실로 인한 기름유출 등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켰다. 세종보 담수 시 하루살이 등 날벌레가 창궐하고, 4급수 지표종인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가 하천 바닥에 득시글하고, 인근 주민들은 악취와 소음으로 인해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4대강 조사평가단은 보를 철거하는 것이 보를 유지하는 것보다 2.5배 경제적 이익을 가져온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물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수년간에 걸쳐 기록된 보 개방 모니터링 데이터를 무시하고, 보 처리방안을 취소했다. 10년 단위 물 관련 최상위 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는 ‘자연성 회복’이라는 문구를 전부 삭제했다.

세종보 상류에서 발견된 흰목 물떼새 /사진제공=대전충남녹색연합
세종보 상류에서 발견된 흰목 물떼새 /사진제공=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기후위기로 초래되고 있는 재난의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그에 따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물 정책이야말로 과학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수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문을 개방하지 못한 낙동강은 매년 녹조가 창궐하고, 그 녹조물은 대구 경북 시민들의 상수원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수문이 개방된 금강은 악취와 녹조가 사라졌고, 수환경이 개선되면서 떠났던 야생동물들이 돌아왔다. 자칭 과학자라는 한화진 장관에게 묻고 싶다. 무엇이 과학인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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