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하천-산림 이어주는 에너지 전달체 연어, 산란 환경 보호 필요
기후변화 따른 명태 어획 감소만큼 생태계 순환 시스템 관리 중요

이충일 국립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학과 교수는 "인간이 생태계 순환과정을 훼손하고 복원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사진=박선영 기자 
이충일 국립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학과 교수는 "인간이 생태계 순환과정을 훼손하고 복원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사진=박선영 기자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이충일 국립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학과 교수는 올해 1월 강릉에서 열린 제1차 기후위기 대응 기상·해양·산림 융합 세미나에서 “더 이상 인간 활동으로 생태계 연결고리가 파괴되지 않도록 하고 복원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3월25일 강릉원주대 교수실에서 다시 만난 이충일 교수는 “지난 세미나 강연에서는 기후변화, 환경파괴 등 여러 이유로 끊어질 위기에 놓인 지구 내 생체 에너지 순환을 연어를 통해 설명했다”며 “지구역사상 기후변화로 바다생물이 생존 가능한 곳으로 서식지를 옮긴 사실은 수없이 많지만 인간이 생태계 순환과정을 훼손하고 복원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미 인간에 의해 더워진 바다에 살기 싫어하는 명태를 인위적으로 바다로 가게 만드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고 자연 생태계 순환고리를 다시 연결하는 방향으로 복원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연어의 자연스러운 순환 생태는 2g으로 바다로 나가 2500g으로 돌아와 그 에너지를 육상에 부어주고 자연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1월23일 강릉에서 열린 제1차 기후위기 대응 기상·해양·산림 융합 세미나에서 이충일 교수는 “더 이상 인간 활동으로 생태계 연결고리가 파괴되지 않도록 하고 복원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사진=이다빈 기자
1월23일 강릉에서 열린 제1차 기후위기 대응 기상·해양·산림 융합 세미나에서 이충일 교수는 “더 이상 인간 활동으로 생태계 연결고리가 파괴되지 않도록 하고 복원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사진=이다빈 기자

이충일 교수는 “연어 생태를 포함한 자연순환 시스템이 변하지 않도록 하고 변해버린 시스템으로 나타난 새로운 종은 잘 적응하도록 하는 고민을 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연어와 같은 회유성 생물(은어, 황어, 뱀장어 등)은 양쪽 생태계를 오가며 에너지를 전달한다. 산림과 강이 건강해야 바다가 건강해질 수 있는 것처럼 바다가 건강해야 산림과 강도 건강해질 수 있다”며, “더 이상 자연이 정화능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LINC 3.0 사업단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충일 교수는 ”더 나은 환경에서 살기 위해서는 주변 자연 생태계가 같이 좋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이공계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 예술, 체육 전분야에서 인재가 양성될 수 있도록 산학 역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충일 교수 연구팀이 제작한 연어 생태지도 /자료제공=이충일 교수 
이충일 교수 연구팀이 제작한 연어 생태지도 /자료제공=이충일 교수 

연어가 제공해 온 생태계 혜택, 기후변화로 달라질 수 있어

Q. 올해 1월23일 국립강릉원주대, 환경일보, 한국산림경영인협회가 공동 주최해 열린 제1차 기후위기 대응, 기상·해양·산림 융합 세미나에서 ‘태백산맥을 오르는 연어’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동안 누린 천혜의 자연 혜택이 기후재난으로 바뀔 수 있다”며 “파괴된 생태계 연결고리 복원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한 설명이라면

연어는 하천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간다. 먼거리를 이동하며 성장하고 하천으로 돌아온다. 그곳에서 산란하고 생을 마감한다.

연어 같은 회유성 어종들은 각 생태계를 넘나들며 이동하는 동안 수많은 생물들(다양한 생태계)을 끌고 다니는 특성이 있다. 산란을 위해 연어가 하천으로 이동할 때 연어를 잡아먹기 위해 오소리나 수달 같은 동물이 강가에 모여든다. 연어를 잡아먹은 육상생물은 연어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숲속으로 전달한다. 어린 연어가 성장을 위해 바다로 나갈 시기에는 강 입구에 수많은 물고기들이 몰려든다. 물범, 고래와 같은 생물들은 먼바다로 나가는 연어 무리를 따라 이동하기도 한다.

이렇게 연어는 육상과 하천, 해양생태계를 넘나들며 에너지를 교류시키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연어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바다와 하천, 그리고 산림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의 생물이 많이 있다.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 구성 요소들은 서로 연결돼 있다. 생태계가 건강하게 지속되려면 기후변화, 기후위기 시대 속 생태계 내 에너지 순환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을을 흐르는 강에서 지금도 황어, 은어, 연어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북태평양에서 연어가 서식하는 가장 남쪽에 위치한다. 동해는 상층에 고수온이 분포해도 저층에는 항상 차가운 물이 흐른다. 연어는 산란 회유할 때 이 같은 환경을 잘 이용해 상층에 따뜻한 물이 있으면 차가운 저층에 머물며 상층이 차가워질 때까지 기다린다. 문제는 당장 알이 나오기 직전 상태다. 기후변화로 상층의 따뜻한 층이 두꺼워지고 고수온이 평소보다 오래 머무르면 두 가지 선택지가 생기게 된다. 첫째, 산란에 성공하기 위해 태어난 곳이 아닌 다른 하천으로 이동하거나, 두 번째, 더 차가운 곳으로 이동해 성숙 속도를 늦춰 저층에 오래 머무르다 상층이 차가워졌을 때 원래 이동하고자 했던 하천으로 가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모두 연어가 그동안 생태계에 제공해 온 혜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후변화로 난수가 북상한 미래 동해에서 연어가 첫 번째를 선택한다면 우리나라로 돌아올 연어들이 더 북쪽 지역으로 이동할 것이다. 즉 돌아오는 연어 개체수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두 번째를 선택할 경우 연어는 저층에 머무는 시기가 길어져 산란과 부화 시기가 늦어지고 어린 연어는 점차 따뜻한 환경에서 성장하게 된다.

연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생물들은 어린 시기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고수온 환경은 연어 생존에 치명적일 수 있고, 향후 연어가 주는 혜택이 지속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천에서 태어난 연어는 2g 내외까지 자란 후 바다로 나간다. 3~5년뒤 돌아온 연어 성체는 2~3000g에 이른다. /자료제공=이충일 교수
하천에서 태어난 연어는 2g 내외까지 자란 후 바다로 나간다. 3~5년뒤 돌아온 연어 성체는 2~3000g에 이른다. /자료제공=이충일 교수

Q. 강릉시 남대천 수중보에 갇힌 연어 성체를 보 넘어로 올려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활동 이유와 성과라면

남대천 수중보의 정확한 명칭은 송림보이다. 우연히 남대천 인근에서 생태 조사를 하다 수위가 낮은 시기에 좁은 통로에 연어가 갇혀 이동을 못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일부 연어들은 작은 생물이 이동하는 통로에 머리가 걸려 있기도 했다. 1만km에 가까운 거리를 왕복하며 고향까지 왔는데, 고작 10여 미터 경사면을 오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매해 연어 성체를 보 위로 올려주는 작업을 하게 된 계기다. 남대천에서 연어가 어떤 환경을 따라 이동하고 산란하는지 연구도 한다. 그러다 보니 몇 가지 개선점이 보였다. 누가 봐도 쉽게 이해하도록 생태지도를 제작했다. 이것으로 지자체와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Q. 동해 서식 오징어가 서남해로 이동했다는 뉴스가 주목받았다. 육지 생물뿐 아니라 바다 생물다양성 감소 역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수온 상승으로 인한 장기해양생태계 해수부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를 통해 밝혀낸 성과라면

해양 환경이 변하며 해양생물 분포 지도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수산자원으로 이용하는 생물은 대부분 수온과 같은 환경변화에 민감하다. 해양생물은 생존에 유리한 장소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바다에서 사라지는 생물도 있고, 바다로 서식지를 옮겨오는 생물도 있다.

수온변화는 명태뿐만 아니라 명태의 먹이생물 또는 명태를 먹이로 하는 포식자까지도 변화시킨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는 지금 시점에서 가까운 또는 먼 미래 어느 시점의 해양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우리 바다에서 서식하는 생물 종과 분포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강릉원주대-강원대 LINC 3.0 사업단, 지자체, 산업체, 혁신기관이 연계한 'Local-RISE 협력체제 구축' 강원 지산학연 상생 협력 플랫폼 'K-LINC'이 1월25일 출범했다. /사진제공=이충일 교수 
국립강릉원주대-강원대 LINC 3.0 사업단, 지자체, 산업체, 혁신기관이 연계한 'Local-RISE 협력체제 구축' 강원 지산학연 상생 협력 플랫폼 'K-LINC'이 1월25일 출범했다. /사진제공=이충일 교수 

다양한 인재 양성 목적, 산학 분야 확산에 노력

Q. 국립강릉원주대 생명과학대학 해양생태환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면서 LINC 3.0 사업단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을 맡고 있다. LINC 3.0 사업과 3단계 산한연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LINC 3.0 사업은 산학연협력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 선도 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미래인재 양성, 기업가형 대학 육성을 목표로 한다.

교육부는 2022년 4월 LINC 3.0 사업에 전국 76개 대학을 선정했다. 그중 29개 대학이 1단계 사업부터 3단계 사업까지 연속 선정됐다. 이를 통해 신산업·신기술 분야 미래인재 양성, 기술개발 및 사업화 지원, 공유·협업 체계 강화를 통한 산학연협력 혁신 생태계 구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국공립대학 중에는 국립강릉원주대를 포함한 11개 대학이 12년 연속으로 LINC 3.0 사업을 수행 중이다.

강릉원주대는 LINC 3.0 사업의 수요맞춤성장형 대학으로 매년 약 4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산업수요 맞춤형 인재양성과 지역기업과의 협력 및 지원활동을 중점 추진하고, 지역주력산업과 연계된 기업협업센터(ICC) 중심 기술개발 및 사업화, 지자체 협력 강화 등 공유협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국립강릉원주대학이 비전으로 제시해 온 ‘강원도 지역을 넘어 한국의 미래를 위한 인재 육성’에 산학협력단과 LINC 3.0 사업단이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LINC 3.0 사업단은 신산업 연계 융복합 미래인재양성을 인재 양성전략으로 수립했다. 사업단에서는 산업수요 기반 맞춤형 표준현장실습학기제 및 캡스톤 디자인 프로그램 운영확대, 재학생 취·창업 교육 강화를 통해 수요 맞춤형 우수인재 양성 및 취·창업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산학은 대학이 연구활동을 통해 전세계, 국가, 지역사회간 소통할 수 있는 통로이다. 그 주체는 학생이다. 산학을 특정 분야(예 : 이공계) 또는 특정 유형(예 : 특허)에 한정시켜 바라보는 경향이 있지만, 강릉원주대는 산학을 인문·사회·예술·체육 전 분야로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인재양성이다. LINC 3.0사업단이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충일 국립강릉원주대 교수가 전하는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살리는 한마디]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 또는 기후위기와 관련된 걱정을 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지속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지, 생태계는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공존과 공생에 대한 의문이다. 당연히 해답을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면 답을 찾는 첫걸음도 내딛지 못할 수 있다.

우리가 더 나은 환경에서 살려면 주변 자연 생태계가 같이 좋아져야 한다. 생태계와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며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행동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생태계와 환경을 고려하면 된다. 행동을 하고 뒤늦게 답을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이 과정에서 공존과 공생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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