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샤 세실리아 바자르도 세계조경가협회 회장
‘개발을 이야기할 때 환경은 빼놓을 수 없는 과제’라는 말은 이제 더 하면 입 아픈 얘기가 돼 버렸다. 이미 국제적으로는 수십 년 전부터 강조돼 오던 말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이런 개념들이 이슈화돼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이 우선시되던 때에는 건축·토목 등의 학문이 대세를 이뤄 경관을 만들어 가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에는 실질적인 편의성이 강조됐기 때문에 그들의 역할은 사회의 부를 이루는 데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 대세는 바뀌었다. 편의성은 물론 자연을 고려하지 않는 개발은 결국 인간을 위협할 수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과 함께 부각되기 시작한 전문분야가 바로 조경(landscape architecture)이다.

조경은 도시계획에 앞서 사회·경제와 함께 생태 공간을 설계할 수 있으며 미적인 감각 또한 놓치지 않는 전문 영역이다. 즉 조경을 기반으로 도시를 계획하는 사람들은 생태계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면서도 개발을 계획하는 동시에 공간의 편의성과 아름다움을 고려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진행했던 생태 숲·청계천 복원 등의 프로젝트에도 조경 전문가들이 대거 투입돼 앞으로 우리의 도시경관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몫을 단단히 해낼 학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우리의 도시를 살 만한 공간으로 만들어줄 조경이란 무엇인가를 알아보고자 세계 조경협회의 마샤 세실리아 파자르도 회장의 견해를 들어봤다.

세계조경협회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세계조경협회는 IFLA(The International Federation of Landscate Archtects)라고 부르는데 1948년에 처음 설립됐다. IFLA는 국제적인 활동을 원칙으로 하지만 지역적인 단위에서 수행하는 활동도 적지 않다. 지역적 단위라는 것은 동부(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오세아니아), 서부(남·북 아메리카), 그리고 중앙(아프리카와 유럽)으로 나뉜 단위를 의미하는데, 각 지역은 고유의 특성과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과업들이 수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남아메리카의 과제는 교육과 직업 보장이고, 동부지역의 경우는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해 거대도시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IFLA는 1948년 설립된 이래 거대한 변화를 겪어왔다. 이것은 세계적인 변화, 즉 과학적인 혁신과 변화에 대한 요구에 따른 것이다. 현대사회는 기술 기반 사회로 세계 어디에서든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지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기술적인 진보는 나라와 대륙을 넘어서 새로운 협력체 구성을 용이하게 해주기 때문에 세계 조경협회에서는 전 세계적인 스케일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조경이 직면한 과제는 무엇인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거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으며 이로 인해 풀어야 할 과제가 넘쳐나고 있다. 넘쳐나는 과제라는 것은 도를 정보의 홍수 안에서 필요한 정보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파악하고 선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조경이 직면한 과제는 도시와 도시주변부의 지속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풀어야 할 과제를 ‘도시와 주변부의 지속가능성’이라고 했는데 이를 위해 IFLA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IFLA는 위에서 언급한 지속가능한 도시로의 변화 중심점에 있으며 네 가지 풀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교육과 직업적인 승인을 들 수 있다. 교육은 변화를 야기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힘이다. 우리의 임무는 조경교육·직업훈련 등에 대해 교육하는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 지식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될 수 있도록 자극하는 것이다. IFLA는 또한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 국제조직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으며 그 협력조직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도록 지원할 수 있다. 특히 의사소통 부분에서 아이디어의 보급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IFLA는 뉴스·웹·온라인 저널 등을 통해 전 세계로 아이디어의 변화를 알리고 경관기술에 대한 기술과 성취를 증진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연과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이는 경관의 틀을 다양한 방법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물론 이를 잘 아우르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런 과업들이 수행됐을 때 지속가능한 환경, 지속가능한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WRI(World Resources Institute)의 연구에 따르면 지방에서 도시로의 이동은 도시인구의 증가를 유도하며 도시화(Urbanization)를 빠르게 진행시킨다. 통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인구 100만 명이상인 도시는 411여 개국에 이르며, 2030년까지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도시성장은 개발도상국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데 도시의 팽창(스프롤 현상·sprawl)은 경관·수자원·수목·토양환경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주변을 둘러싼 생태계와 미기후(microclimate)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는 도시경관의 주변지역 확대가 생태계, 즉 자연환경과 직결돼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때문에 도시의 팽창은 현대의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도시 팽창(sprawl)의 단적인 예는 1973년의 라스베이거스다. 이 도시는 거주자가 2000명 정도에 지나지 않던 작은 마을이었는데 현재는 그 경관이 급격하게 변했다.

추후 조경이 이뤄가야 할 과업은 무엇인가.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녹지의 상실과 그 안에 있는 문화적인 유산, 경관의 가치를 상실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경관을 디자인할 때 사전적인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행하기 이전에 이런 가치들이 계획에 포함돼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경관 디자인(landscape design)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이자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해답이며, 21세기 도시 안팎의 주변 녹지 공간에 대한 대답이다. 조경학자들은 이런 디자인을 전문으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예술에 대한 이해는 물론 과학에 대한 지식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때문에 환경적인 책임을 기저에 두고 미적으로 자극이 되는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조경학자들은 경관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도시화에 대비해 자원의 새로운 배치를 고려하는 것은 물론이고 빠른 도시화에서 비롯된 사회·경제적인 문제들, 복잡한 생태적인 문제들을 잘 어우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ASLA(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에서 메리트 어워드(Merit award)를 수상한 한국의 선유도공원은 조경의 좋은 예다. 선유도공원은 서울의 중심에 위치했다는 지리적 잠재력은 물론 기존의 공간 자원을 재활용해 공간적인 잠재력과 자원을 재탄생시켰다.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주요한 이슈 중 하나인 ‘지속가능성’은 환경과 개발의 조율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총칭하는 말이 될 것이다. 때문에 이를 조화롭게 이끌어갈 조경학에 대한 이해와 비전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부여해 준다.

<권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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