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추운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날씨만큼이나 사람들의 마음을 싸늘하게 만드는 일이 있으니, 바로 황우석 교수와 관련된 여러 논란들이다.
일각에서는 ‘어쨌든 거짓은 거짓’이라며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연구인 만큼 한 치의 윤리적인 오차도 용납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왠지 모를 우리끼리의 ‘다툼’에 이어 아무도 시키지 않은 ‘원맨쇼’를 자처하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이러한 논란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전 세계 과학자는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웃음거리로 비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
실제 이번 연구와 관련된 각국 과학자들조차 한국이 ‘제 얼굴에 침 뱉는다’는 논조의 말을 계속 언급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줄기세포 연구조차 덩달아 우습게 만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이번 황 교수 연구진행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바로 ‘윤리’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윤리는 과학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어디에서든 윤리는 중요하고 기본이 돼야 할 항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잘못된 일들에 대해서는 서로 지나칠 정도의 관용을 베풀면서 정작 새로운 과학기술 앞에서 언제부터 이렇게 철두철미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이번 일로 다시금 ‘기자의 윤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일이다. 잘못된 보도를 과대 또는 확대 보도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역시나 이번 일도 심하긴 심했다. 아니 정말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보도하기에 앞서 내부적인 필터링이 됐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남긴 방송이 아닌가 싶다.
이와 관련해 과학자의 윤리 운운하며 정작 연구원들을 속이고 취재를 하는 것은 또 어느 나라 윤리인지 묻고 싶다.
일방적으로 연구자들의 편을 드는 게 아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저희는 이제까지 언론을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고 그냥 연구만 해왔다.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고, 그때 처음 기자들이 와서….” 이번 일이 터지고 나서 황 교수와 함께 연구를 했던 한 연구원의 말을 듣고 느낀 것은 씁쓸함 반, 안타까움 반. 그 외에는 없었다.

황 교수의 업적이 노벨상 후보로까지 지명됐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 황 교수는 이러한 놀라운 업적을 너무나 외롭게 수행해 왔다.
최근 MBC ‘PD수첩’에서 1차 보도가 터진 후 기자회견을 하던 황 교수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마 내가 여자였다면 가장 먼저 내 난자를 뽑아 연구했을 것”이라며 두 명의 연구원 역시 그러한 심경이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일부에서는 ‘어떻게 했으면 결혼도 안 한 연구원의 난자까지 빼가면서 연구를 할 수 있느냐’고 무언의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는 비난이 깔린 상황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공감이 가고도 남는다. 오히려 속으로는 ‘이렇게 대단한 연구에 왜 아무도 난자 기증을 안 하는지’하며 원망했을 것이다. 실제 연구를 위해 자신의 몸을 기꺼이 희생하는 과학자들은 의외로 많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들 까지 실험용(?)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적잖게 보고 들어왔다. 그만큼 확신이 있기 때문이며 희생이라고 해도 결코 아깝지 않을 정도의 연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뭐가 그리 큰 잘못인지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걸고넘어질게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항목을 다 잡아낼 만큼 법이나 제도가 탄탄하게 마련돼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일을 ‘과학이 제도를 앞선 죄’, 그래서 황 교수가 겪는 액땜이 그 ‘죗값’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황 교수와 그의 연구를 향한 비난이 오히려 앞으로의 성과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그러기에는 오늘날의 비판 아닌 비난이 너무 길어지고 있는 듯하다.

황 교수가 각국 연구진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한국행을 선택한 게 결코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음을 우리가 확인해줘야 하지 않을까.
우리끼리 치고 박고 싸우는 동안 그간의 성과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고 황 교수의 업적이 다른 나라의 공으로 돌아가 버릴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아예 황 교수가 우리나라를 훌쩍 떠나 버릴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바라는 게 아니라면 황 교수의 연구에 보다 관용을 베풀 필요가 있지 않을까. 모두 잃고 나서야 잠잠해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이다.
방송으로 처음 이번 일이 문제되고 나서 노무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밝힌 기고에서도 ‘얼마나 답답했으면…’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중에서도 ‘관용을 모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걱정스럽다.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획일주의…’ 등을 언급하며 아쉬운 심경을 전한 게 특히 마음에 와 닿는다.
‘줄기세포 연구’라는 정작 본질에 대한 이해도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오히려 ‘끄나풀’이 더 강조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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